노곤한 휴일 오후에 졸음도 떨칠 겸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인문 분야에서만 3인의 저자를 골랐다. 먼저 고병권. 니체에 대한 저작과 강의록을 연속으로 펴내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건 <선악의 저편> 읽기다. <다이너마이트 니체>(천년의상상, 2016). <서광> 읽기를 담은 <언더그라운드 니체>(천년의상상, 2014)에 이어지는 것이면서 멀리는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그린비, 2003)에까지 끈이 가 닿는다. 품새로 보아 몇 권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니체로 가는 길’을 보여준 철학자 고병권이 <선악의 저편>을 강독한 책이다. 철학자 고병권에게 <선악의 저편>은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종합무술훈련장, 곧 ‘도장道場’ 같은 곳이었다. 2014년 저술한 <언더그라운드 니체>가 원숙한 사상가, 근거들의 근거 없음을 드러내는 ‘탐구자’를 다룬 책이라면, <다이너마이트 니체>는 시도와 물음, 준비와 단련을 통해 메시아를 기다리는 ‘선지자’의 모티브를 띤 책이다."
<선악의 저편>은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지 않다. 전집판 두 종 정도. 니체 가이드북은 해마다 여러 권이 나오는데, 올해 나온 국내서로는 이진우, 백승영의 <인생교과서 니체>(21세기북스, 2016)도 곁들여 읽을 수 있다.
미학자 김남시 교수도 모처럼 단독 저작을 펴냈다(<본다는 것>은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책이었다). 하이브리드 총서로 나온 <광기, 예술, 글쓰기>(자음과모음, 2016). "계간 <자음과모음>에 2008년도와 2010년도에 걸쳐 연재했던 글과 더불어 책의 주제의식을 확장하는 저자의 여러 글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광인의 내면세계를 자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갇혀 있는 '정상성'의 경계들을 초월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단념해야만 했던 삶과 사유의 가능성을 끝까지 추적했던 사람들이었음이 바로 그들이었음을 저자는 '발견'한다."
아마도 파울 슈레버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자음과모음, 2010) 번역 작업이 관심의 계기 혹은 다리가 되었을 듯싶다. '광인의 글쓰기'란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깊이 있게 다룬 국내서가 아닌가 한다.
슈레버의 회상록이 일례이지만, 저자는 독어권 저작들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칼 슈미트의 <땅과 바다>(꾸리에, 2016)다. '칼 슈미트의 세계사적 고찰'이 부제인데, 이 문제적 철학자의 세계관을 엿보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팸플릿에 가깝다).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길, 2015)나 한병철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문학과지성사, 2011) 등이 모두 김남시 교수의 번역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특히 국내에 소개된 첫 책으로 '<피로사회> 이전의 한병철'을 만나게 해준다. 더불어 <피로사회> 등의 이후 저작이 어떤 이론적 문제의식에 가 닿아 있는가를 확인하게 해준다.
신학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다방면으로 활동중인 김민웅 교수의 선집이 '김민웅의 인문정신'이란 타이틀 하에 두 권으로 갈무리돼 나왔다. <시대와 지성을 탐험한다>와 <인간을 위한 정치>(한길사, 2016). 1권에서는 "제1부 '생각의 길을 연 사람들'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각과 활동, 저서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여러 비평적 논의를 담았으며, 제2부 '사유의 권리'에서는 문학에서 문명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루었"고, 2권에서는 정치의 본질과 한국 정치의 과제 등을 살폈다.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정치에대해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을 위한 정치>다. 물론 그것은 인간 이외의 생명과 자연을 배제하는 정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을 위한 세상에서는 인간도 불행해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어떤 인간이 정치의 주역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인문학의 본질적인 과제다. 인문학이 정치라는 주제를 빼놓고 가능할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정치가 제일 중요한 공동체적 임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정치를 다루지 않는 인문학은 근본문제를 피해가는 도피처로 전락하고 만다."
가장 많이 읽히는 저자의 책은 <동화 독법>(이봄, 2012)으로 보이는데, 목회자이기도 한 저자의 대표작으론 <창세기 이야기>(전3권, 한길사, 2010)도 꼽을 수 있겠다. 기독교방송의 '성서학당'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기존 종교적 틀 속에만 갖힌 성서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삶에 필요한 풍부한 정신적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깊이읽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16. 06.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