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주목할 만한 저자들이 많아서 여러 번 나누어 다뤄야 할 듯싶은데, 일단은 원로 학자들부터 묶는다. 먼저 한국의 대표 인문학자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김우창 선생의 전집(전19권)이 이번에 완간되었다. 올해가 팔순을 맞은 해여서 이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 1차분으로 7권이 나왔고 이번에 나머지 12권이 2차분으로 출간되었다(<예술론>부터 <대담/인터뷰>까지다).

 

 

아무려나 19권의 전집은 일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나온 인문학자의 전집으로는 박이문 전집과 함께 오래 기억되고 음미되길 기대한다.

 

 

김우창, 유종호 교수와 함께 오랫동안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던(내가 기억하는 <세계의 문학>은 세 사람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던 때의 잡지다) 고려대 이남호 교수도 회갑을 맞아 새 에세이집을 펴냈다. <남김의 미학>(현대문학, 2016).

 

"1980년 등단한 이래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문학 안팎의 세계를 탐구하며 한국 비평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가 20126월호부터 201312월호까지, 17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절찬 연재되었던 글에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더해 출간한 이 책은 이제 좀더 근원적인 우리의 삶에 관한 탐구에 시선을 맞추게 된 필자가 잊혀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의 뿌리인 남김의 미학을 우리의 전통과 문학을 통해 깊이 있게 관조한 에세이집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에 실린 관조와 성찰의 여유를 맛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문명교류학과 실크로드학의 대가 정수일 교수가 이번에는 라틴아메리카 답사기를 펴냈다.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창비, 2016). 그런데 어인 라틴아메리카?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 정수일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육로)와 초원로 답사기에 이어 실크로드 대장정의 완결판으로 라틴아메리카를 일주하며 해상실크로드 답사기를 내놓았다.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시리즈의 첫 걸음이자,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 등 그동안 학계에서 실크로드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온 주요 지역에서 문명교류의 개연성을 캐내려는 한 연구자의 답사 실록 그 첫번째 책이다."

그러니까 시야를 유라시아에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도 확장하고자 하는 셈인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은 서론격인 '해상실크로드와 라틴아메리카'를 읽어봐야 저자의 구상을 어림해볼 수 있겠다.

 

 

저자가 주도한 실크로드학의 구체적인 성과들은 <실크로드 사전><해상 실크로드 사전><실크로드 도록> 등 일련의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16. 10. 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주부터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생리의학상은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과학분야에서 일본은 내리 3년째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본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데, 마침 일본 과학사를 다룬 책이 나왔기에 '이주의 과학서'로 꼽는다. 고토 히데키의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부키, 2016). '개국에서 노벨상까지 150년의 발자취'가 부제다.

 

"일본이 1854년 개국하고 나서 후쿠자와 유키치가 과학 보급에 나선 이래 2012년 야마나카 신야가16번째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기까지 일본 과학자들의 150여 년 분투 과정을 그린 책이다. 일본 노벨 과학상 1호 유카와 히데키를 동경해 물리학자를 꿈꾸었고 실제로도 물리, 원자핵 공학, 의학을 전공하며 연구자로 살았던 저자의 과학에 대한 열정과 연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가 풍성하고 생동감 있게 녹아 있다."

찾아보니 이 주제의 책으론 국내서도 나와 있다. 김범성의 <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살림, 2010)와 홍정국, 최광학의 <일본의 노벨과학상>(책과나무, 2015) 등이다. 이들 책이 바깥에서 바라본 일본 과학의 모습을 전한다면,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는 내부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 과학의 실상을 들려주겠다.  

 

한국 과학자들도 몇몇은 노벨과학상 후보로 오르내릴 만큼 업적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력 후보로까지 거명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부에서는 한 세대쯤 더 지나야 수상자가 나올 거라는 전망도 하고 있기에.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면 '한 세대 뒤'라는 것도 너무 낙관적인 게 아닌가 싶지만 아무려나 자라나는 세대가 이런 책을 읽고 자극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싶다. 발표가 이번 주 목요일로 미뤄진 걸로 보이는 노벨문학상도 과연 일본 작가(하루키)에게 돌아가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16. 10. 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몇달 전 윈도우10을 깐 이후에 PC가 좀 쾌적해진 듯싶었지만 역시나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갈수록 먹통이 되는 일이 잦더니 들이대는 광고가 많아지고 보안앱을 깔아야 한다는 협박도 늘어났다. 평균치의 컴맹에 속하는지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가령 무얼 교체하거나 하드용량을 늘인다거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내다 보니 서재는 지난주부터 때아닌 '휴가' 모드다. 간혹 안부를 물어보시는 분도 계신데, 말썽은 내가 아니라 PC라는 사실을 한번 더 적는다.

 

 

강의준비에도 쫓기다 보니 PC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사실 포스팅할 시간이 별로 없는데, 그렇다고 포스팅 거리도 적은 거냐면 그건 아니다. 항상 일정한 얘깃거리는 생겨난다. 적잖은 책들이 나오고 있고 적잖은 책들을 구입하고 있으며 비교적 적잖은 책들을 읽기 때문이다. 주로 신간을 주문하지만 간혹 구간도 섞이기 마련인데, 오늘 배송받은 책 가운데는 가이 미쇼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스마트북, 2013)가 그에 해당한다(만 3년이 지난 건 아니지만 햇수로는 3년이 됐으니 구간이라고 해두자). 며칠 전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책들을 검색해보다가 발견하고 주문한 책이다.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문사철'을 표방하면서 같이 나온 책들이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인데, 카와 러셀의 책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번역본도 여러 종 나와있는 것과 견주어서 가이 미쇼의 책은 이채로울 수밖에 없다. 누가 책을 발견하고 번역을 기획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저자는 프랑스 문학사가이면서 그리스와 라틴 문헌 학자라고 소개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원제가 '문학의 과학을 위한 서설'로서 터키 이스탄불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1950년에 펴낸 책이라 한다. 아마 프랑스에서 잊혀진 책일 수도 있지만, 분량이 얇아서 부담이 없고 문학의 원론적인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데 필요한 암시나 자극 같은 게 있을까 싶어서 구입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원론적인 물음에, 또 그런 제목을 가진 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 문학에 입문한 지 30년이 됐으니 이젠 나대로의 문학론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내지 써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예컨대 학부시절 읽은 김현/김주현 편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유종호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진 빚도 이젠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문학론은 인생론과도 관련이 없을 수 없으니 한편으론 삶과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의 의미도 지니게 될 것이다. 아무려나 내년에 해야 할 일의 하나로 꼽고 있는 것이 문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자니 당연히 문학이론에도 다시 눈길을 주게 되고, 실상 얼마 전부터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을 원서와 같이 펼쳐놓고는 있다(번역본은 두 종이다). 이 책도 가장 큰 미덕은 얇다는 것이다. 얇은 책은 읽는 수고를 덜어주는 대신에, 그만큼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생각의 꼬투리를 제공해주는 게 이런 책의 용도인 것.

 

 

좀 두꺼운 책으로는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게리 솔 모슨의 <바흐친의 산문학> 등이 다시 읽을 거리들이다. 젊은 시절 이 책들을 처음 접하던 때보다는 읽은 작품이 많이 늘어났으니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갖는다. 아무려나 이런 책들과 함께 30년 전 나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여 첫 학기 수강과목으로 '문학 개론'을 선택하던 그 시절의 질문으로. 문학이란 무엇일까?..

 

16. 10. 07.

 

 

P.S.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배송된 신간은 찰스 백스터의 <서브텍스트 읽기>(엑스북스, 2016)이다. 구입하고 보니 문고본 판형인데, 최은주의 <책들의 그림자>와 가쿠타 미쓰요의 <보통의 책읽기>에 이어지는 책이다. "소설이나 짧은 이야기 안에서 플롯을 넘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요소"를 살펴보는 '간결한 책'. 그렇더라도 소재만 보면 좀 전문적이다. 거꾸로 (좀 전문적인) 문학 독자라면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주문한 원서도 내일 도착할 듯싶은데, 주말의 읽을 거리로 맞춤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절기에 한 차례씩 병치레를 하곤 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가벼운 감기 증세로 카바하고 있다. 다만 원기 회복은 어려워서 회복기 환자 모드로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골골대는 PC의 상태도 꼭 주인 같아서 이래저래 포스팅이 뜸해지고 있는데(PC가 버벅대니 페이퍼 작성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막간에 '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은 루비 왁스의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책세상, 2016)에서 가져왔다. 제목이 길다 보니 타이핑하는 것도 지치게 만드는군.

 

 

'마음챙김'은 'mindfulness'의 번역으로 나름 한 가지 트렌드다. 존 카밧진이나 엘렌 랭어가 주요 저자. 루비 왁스이 책에 따르면, 마음 챙김이란 주의력 연습의 한 방법으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채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폄하하지 않는 것"이다. 흠, 그런 게 다 되는 상태에서도 기진맥진인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두번째 책은 푸드 칼럼니스트 사샤 마틴의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북하우스, 2016)이다. 저자는 푸드 칼럼니스트이면서 아주 유명한 요리 블로거라고 한다. 알고 보니 유명해질 만하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겠다는 것. 195개 나라의 음식을 195주에 걸쳐 매주 요리했고, 4년 동안 그녀가 만든 음식의 가짓수만 해도 650가지가 넘는다. 그녀는 전 세계 요리 도전기를 자신의 블로그 '글로벌 테이블 어드벤처'에 차곡차곡 기록해나갔다." 그 기록이 바탕이 된 에세이다. 부엌이 내겐 설겆이의 공간일 뿐이지만 쉰 이후에는 요리에도 취미를 좀 붙여볼까 하던 참이다. 독서는 주로 한 사람을 즐겁게 하지만 요리는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높은 덕이다(적어놓고 보니 말이 된다).

 

 

세번째 책은 이반 일리치와 배리 샌더스의 <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문학동네, 2016). "20세기의 문명비판가이자 사상가인 이반 일리치와 중세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배리 샌더스가 협력해 12세기 르네상스의 타임캡슐을 연다. 중세기 고문서를 연구하던 두 저자는 자료와 질문을 모아 말과 글의 역사, 스콜라적 책읽기와 개인의 탄생, 말이 힘과 생명력을 잃고 창백하게 굳어져버린 과정들을 생생히 빚어낸다." 제목과 간단한 소개만으로는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지만 여하튼 중세 문자문화를 다룬 책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되겠다. 마음 챙기고 식사도 했으면 이젠 읽을 시간.

 

 

네번째 책은 한겨레 국제부 조일준 기자의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푸른역사, 2016)다. '인류의 이주 역사와 국제 이주의 흐름'이 부제. 국제부 기자로서 " 이주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 조일준은 이 책에서 '이주'라는 열쇳말을 나침반 삼아 인간 삶의 궤적과 현장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현대사 책으로 김상숙의 <10월항쟁>(돌베개, 2016)이다. '1946년 10월 대구, 봉인된 시간 속으로'가 부제. "1946년 10월 항쟁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의 대구.경북 일대의 사회운동과 학살의 역사를 가장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다. 저자 김상숙은 '10월 사건'이 아닌 민중 항쟁으로서의 의의를 부여하고자 '10월 항쟁'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오늘의 대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이지만 대구도 항쟁의 도시였다는 사실을 꼼꼼하게 추적하고 복원한다. 대구 시민들이 더 많이 읽어볼 만한 책인가...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
루비 왁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6년 10월 03일에 저장
절판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샤 마틴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6년 9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16년 10월 03일에 저장
절판

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
이반 일리치.배리 샌더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장지연 감수 / 문학동네 / 2016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6년 10월 03일에 저장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 인류의 이주 역사와 국제 이주의 흐름
조일준 지음 / 푸른역사 / 2016년 9월
21,900원 → 19,710원(10%할인) / 마일리지 1,0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6년 10월 03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0월이자 가을의 한복판이다(올해는 '중추가절'이 너무 일찍 지나가버렸지만). 대체로 좋은 소식은 없다. 며칠전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한국을 OECD 국가 중 아홉 번째로 부패한 국가라고 지목했다(막강한 멕시코가 1위다). 김영란법이 정착되고 모든 게 엉망인 정권이 교체된다면 사정이 달라질까(그런 세상이 오기도 전에 지진이 먼저 올까 염려된다). 그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연초에 1권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전6권) 2,3권이 이번에 나왔다. 절반이 나온 셈인데(영어판도 다시 확인해보니 5권까지 출간됐다. 지난겨울에 4권까지 구입한 터라 이번에 5권을 주문했다), 아마도 내년쯤에야 완결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졌으니 이제 독서를 시작해봐도 좋겠다(노르웨이문학 전문번역자인 역자의 한국어 감각이 좀 걸리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아마도 다음주 목요일(6일) 저녁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듯한데, 보도된 바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일본)와 응구기 와 시응오(아프리카), 그리고 필립 로스(미국)의 3파전이다. 하루키와 로스의 책들은 대부분 나와 있어서 따로 언급할 것도 없지만 응구기 와 시응오의 작품도 지난해와 올해 바짝 출간되었다. 근간까지 포함하면 댓 권 정도를 읽을 수 있는 상태다. 아마 수상자로 선정된다면 10월에 가장 많이 읽힐 작가 후보다(더 최근 보도로는 하루키와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의 2파전이란다).  

 

 

예술분야에서는 페트릭 맥길리건의 평전 <히치콕>(그책, 2016)을 고른다. 첫 출간은 아니다. 히치콕에서 대해서는 도날드 스포토의 <히치콕>(동인, 2005)과 맥길리건의 <을유문화사, 2006)이 경합하듯 나왔고 그맘때 포스팅도 한 기억이 있는데 벌써 10년 전이고 이 책들도 모두 절판된 상태였다. 이번에 맥길리건의 책만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되었다(1,228쪽에 이르지만 포켓북 판형이다). 히치콕의 영화를 다 보리라고 작정하고 꽤 모으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절반도 실현되지 않았다.  

 

 

히치콕 관련서로는 지젝이 엮은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새물결, 2001)과 함께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 에릭 로메르 등의 <알프레드 히치콕>(현대미학사, 2004) 등의 자료들이 유익하지만 지젝의 책을 제외하곤 모두 절판된 상태다. 적어도 트뢰포의 책 정도는 다시 나오면 좋겠다(나도 갖고 있다가 분실한 책이다).

 

 

2. 인문학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선집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그 셋째 권이 <사회주의 재발명>(사월의책, 2016)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한다. 곧 '사회주의 이념이 이전의 활력을 상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이 다시 한 번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를 거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호네트는 지난날의 사회주의 기획이 산업주의 정신과 문화에 갇혀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그 치명적 한계들을 폭로할 뿐 아니라, 그러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 이념을 '재발명'해낸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지젝과 바디우 등이 주도하고 있는 '공산주의(코뮤니즘) 이념' 시리즈다. 올해 셋째 권이 나왔는데, 바로 2013년 가을 서울 컨퍼런스의 결과물이다. 굳이 언급하는 것은 왜 아직 번역서가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서다.  

 

 

 

역사 쪽으로는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가운데, <혁명>, <파시즘>, <제1차세계대전> 등을 고른다. 잭 골드스톤의 <혁명>과 케빈 패스모어의 <파시즘>은 최근에 출간되었다. 어제 <2차세계대전사>와 관련하여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제러드 와인버그의 <제2차세계대전>도 <제1차세계대전>과 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마저 나오면 좋겠다. 내년이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짐작컨대 혁명을 주제로 한 책은 계속 더 나올 듯싶다.  

 

 

3. 사회과학

 

좀 가벼운 책부터. 미니멀라이프를 다룬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활의 군살 빼기? 아즈마 가나코의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즐거운상상, 2016)을 포함해 일련의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환경까지 생각하면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의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양철북, 2016)도 진지하게 읽어봄직하다.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심플리시티, 2016)도 같은 맥락인데,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오후의책, 2014)의 개정판이다.  

 

 

그리고 노동과 청년 문제 관련서들.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동녘, 2016), 안미선 등의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그린비, 2016), 그리고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 2016) 등이다. 천주희의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 빚 지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가 부제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문경수의 <35억년 전 세상 그대로>(마음산책, 2016)부터. '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함께 떠난 서호주 탐사'가 부제다. "생명체가 탄생하던 순간이 고스란히 남은 서호주, 그 35억년 전 세상으로 진정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소개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한다. 책으로 대신 가볼 수 있는 게 이런 여행 아닌가. 한삼희의 <위키드 프라블럼>(궁리, 2016)은 환경저널리스트가 쓴 '기후 난제 이야기'다. 저자는기후 변화라는 주제에 대한 학술적 추적과 대중적 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한다. 우리의 관심 내지 염려를 반영하자면 조만간 지진에 대한 책들도 봇물처럼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칼 세이건의 <지구의 속삭임>(사이언스북스, 2016).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어보낸 LP레코드판에는 27곡의 음악과 55개 언어의 인사말, 그리고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대표하는 19개의 소리 등이 담겨 있다. 외계 문명에 보내는 지구의 메시지인데, 그 기획과 준비과정을 엮은 책이다.  

 

 

5. 책읽기/글쓰기

 

김경집의 <고전, 어떻게 읽을까>(학교도서관저널, 2016)와 함께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 교재, <이젠, 함께 읽기다>(북바이북, 2015)와 <이젠, 함께 쓰기다>(북바이북, 2016)를 고른다. 아주 실제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독서공동체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16. 10.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민음사, 2012)를 고른다. 당초 '에리히 아우얼바하'라는 저자명으로 분권돼 소개됐던 책이다. 창비 <창작과 비평>에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있었다면 민음사 <세계의 문학>에는 바로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가 있었다. 공역자가 김우창, 유종호 교수. 하우저의 책을 옮긴 백낙청, 염무웅 교수에 견줄 만한 페어조였다. 돌이켜보건대 당대 최고의 비평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번역자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비교 거리다(한 시대, 이들과 경합하던 문학과지성사의 간판 번역서는 무엇일까?). 그런 사정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다시 읽은 김에 내처 아우어바흐의 이 걸작도 다시(제대로) 읽고 싶어졌다. 영어권에서도 50주년 기념판이 나올 정도로 아직 성가를 유지하고 있으니 고전은 고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