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한 차례씩 병치레를 하곤 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가벼운 감기 증세로 카바하고 있다. 다만 원기 회복은 어려워서 회복기 환자 모드로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골골대는 PC의 상태도 꼭 주인 같아서 이래저래 포스팅이 뜸해지고 있는데(PC가 버벅대니 페이퍼 작성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막간에 '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은 루비 왁스의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책세상, 2016)에서 가져왔다. 제목이 길다 보니 타이핑하는 것도 지치게 만드는군.
'마음챙김'은 'mindfulness'의 번역으로 나름 한 가지 트렌드다. 존 카밧진이나 엘렌 랭어가 주요 저자. 루비 왁스이 책에 따르면, 마음 챙김이란 주의력 연습의 한 방법으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채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폄하하지 않는 것"이다. 흠, 그런 게 다 되는 상태에서도 기진맥진인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두번째 책은 푸드 칼럼니스트 사샤 마틴의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북하우스, 2016)이다. 저자는 푸드 칼럼니스트이면서 아주 유명한 요리 블로거라고 한다. 알고 보니 유명해질 만하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겠다는 것. 195개 나라의 음식을 195주에 걸쳐 매주 요리했고, 4년 동안 그녀가 만든 음식의 가짓수만 해도 650가지가 넘는다. 그녀는 전 세계 요리 도전기를 자신의 블로그 '글로벌 테이블 어드벤처'에 차곡차곡 기록해나갔다." 그 기록이 바탕이 된 에세이다. 부엌이 내겐 설겆이의 공간일 뿐이지만 쉰 이후에는 요리에도 취미를 좀 붙여볼까 하던 참이다. 독서는 주로 한 사람을 즐겁게 하지만 요리는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높은 덕이다(적어놓고 보니 말이 된다).
세번째 책은 이반 일리치와 배리 샌더스의 <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문학동네, 2016). "20세기의 문명비판가이자 사상가인 이반 일리치와 중세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배리 샌더스가 협력해 12세기 르네상스의 타임캡슐을 연다. 중세기 고문서를 연구하던 두 저자는 자료와 질문을 모아 말과 글의 역사, 스콜라적 책읽기와 개인의 탄생, 말이 힘과 생명력을 잃고 창백하게 굳어져버린 과정들을 생생히 빚어낸다." 제목과 간단한 소개만으로는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지만 여하튼 중세 문자문화를 다룬 책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되겠다. 마음 챙기고 식사도 했으면 이젠 읽을 시간.
네번째 책은 한겨레 국제부 조일준 기자의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푸른역사, 2016)다. '인류의 이주 역사와 국제 이주의 흐름'이 부제. 국제부 기자로서 " 이주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 조일준은 이 책에서 '이주'라는 열쇳말을 나침반 삼아 인간 삶의 궤적과 현장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현대사 책으로 김상숙의 <10월항쟁>(돌베개, 2016)이다. '1946년 10월 대구, 봉인된 시간 속으로'가 부제. "1946년 10월 항쟁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의 대구.경북 일대의 사회운동과 학살의 역사를 가장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다. 저자 김상숙은 '10월 사건'이 아닌 민중 항쟁으로서의 의의를 부여하고자 '10월 항쟁'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오늘의 대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이지만 대구도 항쟁의 도시였다는 사실을 꼼꼼하게 추적하고 복원한다. 대구 시민들이 더 많이 읽어볼 만한 책인가...
| 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
이반 일리치.배리 샌더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장지연 감수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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