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순서대로 하자면 사회학자, 철학자, 사회학자다. 먼저, 세분하자면 이론사회학자라고 할 김덕영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사회의 사회학>(길, 2016).

 

"저자는 2014년 한국의 근대화 담론을 다룬 저서 <환원근대>의 출간을 시작으로 그간 닦아온 이론사회학적 내공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고자 연구를 계속해왔고, 이번 책은 그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이론'에 근거하지 않은 기존 한국 근대화 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그렇다면 한국 (근대) 사회를 분석할 그 '이론'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를 위해 콩트.스펜서부터 시작해 최근의 하버마스.루만까지 포괄하면서 사회학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왔는가를 정리한다."

내용상으로는 사회사상사 내지 사회학이론사로도 읽을 수 있겠다. 고전 사회학 이론에 대해서는 최근 다시 나온 루이스 코저의 <사회사상사>(한길사, 2016)와 비교해가며 읽어봐도 좋겠다.

 

 

베르그송 연구자로 알고 있던 충남대 철학과 송영진 교수가 정치철학 분야의 책을 펴냈다. <혼합정체와 법의 정신 1,2>(충남대출판문화원, 2016)로 '민주공화국의 기원'이 부제다. "서구 역사 과정에서 성립한 철학자들의 정치철학 논쟁에서 나타난 정체들의 발전사를 서술한 것"이라고만 소개돼 있어서 자세한 건 목차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서 한나 아렌트와 존 롤스까지를 다룬다. 내년에 정치철학에 대한 대중강의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특별히 눈길이 간다(민주공화국에서 중요한 건 '소수의 학식'이 아니라 '다수의 교양'이다). 

 

 

정치철학 쪽으로는 한번 소개했지만 곽준혁 교수의 <정치철학 1,2>(민음사, 2016)도 참고교재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주로 존 롤스에서 끝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내지 공공철학)에 대한 이해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까지 샌델의 책을 강의에서 다시 읽으면서 재확인한 생각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3) 이후 매우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사회학자 오찬호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위즈덤하우스, 2016). '믿을 건 9급 공무원뿐인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이 부제. "저자는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9급 공무원 시험을 결심하고 노량진으로 향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개인이 누려야 할 평범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한 한국사회를 비판한다. 기회.과정.결과의 불공정성, 무한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의 최전선에서 '과연 공무원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는 사람들, 지옥 같은 한국사회보다 더 지옥 같은 노량진에서 고군분투하는 공시생들의 절박함을 통해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을 살펴본다." 다른 건 제쳐놓더라도 2016년의 자화상으로 읽어봄직하다...

 

16.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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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간의 서재일이 고스란히 밀렸기에 휴일 오후에 PC방을 찾았다. 반납할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 들렀다 오는 길에 빵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마시면서 내년 강의 일정에 관한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2층으로 올라온 것. 몇 번 들르다 보니 친숙해진 PC방이다(공간이 널찍해서 그런지 PC방 치고는 공기가 탁하지 않다). 빠르게 필수적인 일들부터 처리하도록 한다(아무래도 집보다는 PC방 컴이 빠르다). 우선 '이주의 책'을 고르는 것. 역사분야의 책들에서 골랐는데, 타이틀북은 정병석의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시공사, 2016).

 

 

경제학자가 쓴 역사서란 점이 특이한데, 저자에게 영감을 준 책은 대런 애쓰모글루 등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 2012)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조선의 정치.경제.문화를 날카롭게 분석해, 조선이 결코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나라였다는 점을 짚어낸다. 또한 우리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접한 '신제도학파'의 시각을 바탕으로 조선의 몰락을 살펴보는 국내 최초의 저서로, 제도적 측면에 집중해 조선이 몰락하게 된 진짜 원인을 살펴본다." 요즘 시국에서는 특히나 와닿는 책들이다. 정부의 실패가 국가의 실패로 귀결될지, 혹은 재생의 기회가 될지 앞으로 한두 달이 중요하겠다.

 

 

두번째 책은 조선사 연구자인 이정철의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너머북스, 2016)다.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가 부제. "선조 8년(1575) ‘동서분당’이 발생한다. 이렇게 시작된 당쟁은 정치적 사건들로 끝없이 변주되다가 선조 23년 기축옥사로 파국을 맞는다. 이 책은 이 과정과 인물들에 밀착하여 생생하게 드러낸다. 크게는 이이와 선조의 행적을 중심으로 살피되, 200여명이 넘는 수많은 관련 인물들의 동선을 드러내고 그 동선 아래에 흐르는 의도까지도 밝힌다." 조선 후기사의 한 대목을 자세히 검토한 책으로 읽을 수 있겠다. 저자의 전작은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역사비평사, 2010)이었다.

 

 

세번째 책은 강붕의 <혼군, 명군, 폭군>(왕의서재, 2016)이다. 이중톈을 비롯해서 중국 CCTV 인문강연 프로그램 '백가강단'의 강사들이 자주 소개되는데, 1978년생의 젊은  강사 강붕도 그런 경우다. 한무제에 대한 30개 강연을 책으로 묶었다. 한무제는 통상 "중국에서 ‘진황한무’로 불리며, 진시황과 함께 불세출의 인물로 평가받는 제왕이자, 중화제국의 기초를 닦은 영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한무제는 이제껏 알던 제왕이 아니다. 저간의 사건은 재구성된다. 사마천, 반고, 사마광의 기록을 분석하여 종합하면 한무제는 혼군(昏君)이자 명군(名君)이며 폭군(暴君)의 얼굴을 모두 하고 있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궁금하다면 일독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혼군'이란 말의 용도가 궁금해서라도 펴보게 되는데, 우리 가까이의 '혼군' 때문이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무제에 대한 또다른 강의로는 왕리췬의 <한무제 강의>(김영사, 2011)도 나란히 참고할 만하다.

 

 

네번째 책은 필립 호프먼의 <정복의 조건>(책과함께, 2016)이다.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가 부제. "15세기 말까지 유럽은 어떤 잣대로 보아도 세계의 중심이 아닌 변방이었다. 그러던 유럽이 근대 들어 흥기하여 세계의 패권을 잡았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수백 년간 유럽을 앞서갔으며 강력한 문명을 가졌음을 자부했고, 유럽인과 동일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중국인, 일본인, 중동의 오스만 인, 남아시아인은 왜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까?" 같은 질문을 다룬 책으로 여럿 있는데, 가령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2011)과도 비교해봄직하다.  

 

 

끝으로 다섯 번째 책은 '한국개념사총서'의 하나로 나온 박근갑 교수의 <역사>(소화, 2016)다. 총서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역사라는 말의 기원을 탐색하고 추적한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을 언제부터 썼으며, 그것은 또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시작한다. 우리는 먼저 우리의 유구한 문화 전통 가운데에서 그 말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부터 만날 것이다. '역사'는 오래전 중국 관찬 사서의 한 귀퉁이에서 희미한 근거를 드러낼 따름이었다. '역대의 공식기록'이라고 풀어쓸 만한 그 말은 우연히 일본에 건너가 유럽 언어의 번역어로 쓰이게 되었다." 옥스퍼드대의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역사>(교유서가, 2015)도 같이 참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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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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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 너머북스 / 2016년 10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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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군, 명군, 폭군- 사마천, 반고, 사마광은 한무제를 각각 완벽히 다르게 평가했다!
강붕 지음, 김영진 옮김 / 왕의서재 / 2016년 1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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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의 조건-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
필립 T. 호프먼 지음, 이재만 옮김, 김영세 감수 / 책과함께 / 2016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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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는 여전이 정상이 아니지만 크롬 덕분에 서재일은 얼마간 가능해졌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달의 책'도 골라놓는다. 어느 새 올해도 두 달만을 남겨놓고 있는데, 보통은 조용히 마무리 모드로 들어가야 할 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듯하다(순실님이 오늘 아침 귀국했고 내일 검찰에 출두할 모양이다). 앞으로 두어 달 동안 벌어질 일들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에 장래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도 독서 시간은 많이 줄어들 텐데, 그래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은 정상에 준해서 고르도록 한다. 



1. 문학예술 


지난달에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를 골랐는데, 이달에는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손이 신작을 내놓았다.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열린책들, 2016). 역시나 '요나손 표' 제목이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세 번째 장편소설. 2015년 출간 즉시 유럽의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렸다. 엉뚱한 살인범, 떠돌이 목사, 싸구려 호텔 리셉셔니스트가 만나 펼치는 대활약상을 그린 작품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30여 개국에 판권 계약되어 번역 중이며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세 가지 사업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주인공들과 이를 뒤쫓는 악당들이 일으키는 일대 소동이 쉴 새 없이 폭소를 자아낸다. 동시에, 세태의 단면을 예리하게 도려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오싹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앞서 발표된 요나손의 두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나, 보다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세계를 무대로 부조리한 세태와 군상의 위선을 거칠게 풍자한 것이 인상적이다."

전 세계 독자가 차기작을 고대하는 작가가 '세 번째 소설'은 어떻게 쥐어짜낼까란 관점에서 읽어봐도 좋겠다(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의 부담감 같은 건 아닐는지). 



사실 요나손 이후에는 스웨덴 소설 전성기라고 할 만큼 히트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물론 그 전에 있긴 했다). 거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은데, 카타리나 엥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열린책들, 2016),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 2015)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다산책방, 2016) 등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스웨덴 소설들이다. 최근에는 얀 뮈르달의 자전소설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테오리아, 2016)도 추가되었다. 부모가 모두 노벨상 수상자라면(이런 사례는 스웨덴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자식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궁금하군(궁금하기 전에 좀 딱해보이는 건 편견일까? 무얼 해도 부모보다는 못난 자식!).



예술 쪽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워크룸프레스의 '도미노 총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첫 세 권이 나왔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표지가 화려하다. 도미노 총서는 비정기잡지 <도미노>의 5년을 정리하는 총서로 내년까지 11권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1차분은 노정태의 <탄탈로스 신화>, 윤원화의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박세진의 <패션 vs. 패션>이다. 예술 쪽이라면 <1002번째 밤>을 먼저 펼쳐봐야겠군.


 

2. 인문학


인문 쪽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두 권을 우선 고른다. 종교학자 스타니스와프 오비레크와의 대담인데, <신과 인간에 대하여>(동녘, 2016)와 <인간의 조건>(동녘, 2016)이 짝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0)도 거기에 더 얹고 싶은데, 사실 이 달에 읽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 계절의 독서 거리로 삼아야 할 듯하다.  



역사 쪽으로는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중국통사>(서커스, 2016), 장이허의 <나의 중국현대사>(글항아리, 2016), 쉬즈위안의 <저항자>(글항아리, 2016) 등을 고른다. 이 가운데 <저항자>는 중국판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한나 아렌트)이다. 

"<저항자>는 내면적 인물탐구로 쉬즈위안 자신의 자아가 훨씬 더 깊게 투여된 글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역사를 품었지만 개인이고, 온몸으로 연대하며 사회를 통과했지만 역시 개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쉬즈위안이 타이완과 홍콩을 여행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 나이, 경력, 신념을 가진 그들은 쉬즈위안의 말에 따르면 ‘동시대인’들이었으며 “어떤 구체적인 시점과 상황에서 모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이 되었던” 이들이다."

이번 겨울에 중국 현대작가들을 강의할 계획인데, 겸사겸사 탐독해봐야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은 고전적 저작이나 저자를 다룬 책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루이스 코저의 <사회사상사>(한길사, 2016)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젊은 세대 독자들도 좋은 가이드북으로 읽을 만하다. 또 다른 번역으로 나온 요제프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북길드, 2016)도 현재적 의의를 찾을 만하고, 마르셀 푸르니에의 평전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그린비, 2016) 모스의 생애와 저작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로 삼을 만하다. 



가장 혐오스러운 후보들끼리 맞붙었다는 미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로 굳어지는 모양새인데, 강준만 교수가 발 빠르게 펴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트 트럼프>(인물과사상사, 2016)를 통해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해볼 수도 있겠다. 덧붙여 리처드 크라이트너의 <힐러리 클린턴은 누구인가?>(한국경제신문, 2016)이 자서전 <힘든 선택들>(김영사, 2015)보다는 객관적인 정보와 평가를 전해줄 듯싶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명됐던 킵 손의 <블랙홀과 시간여행>(반니, 2016)을 고른다. 원저로는 <인터스텔라의 과학>(까치, 2015)보다 먼저 나온 책이다. 공저 <시공간의 미래>(해나무, 2006)도 오래 전 책이지만 같이 손에 들어도 좋겠다. 좀 어려우려나?



5. 책읽기/글쓰기  


책읽기와 관련해서는 두 종류의 서평집, 정인경의 <과학을 읽다>(여문책, 2016)와 이봉호의 <음악을 읽다>(스틱, 2016)를 고른다. 그리고 글쓰기 관련서로는 이태준의 '고전' <문장강화>(창비, 2016)가 특별판으로 재출간되었기에 견물생심으로 고른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원래 1939년 2월 그가 주관하던 잡지 「문장」 창간호부터 연재된 것으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글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좋은 글쓰기의 모범이 될 만한 발랄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우리 문학의 우수한 성과를 집대성해 놓았다. 1940년 문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1947년에 박문출판사에서 출간한 증정판을 대본으로 하여 1988년에 창비에서 교양문고의 한 권으로 출간하였다. 이후 2005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현재의 독자층에 맞추어 옛말투와 한자어 등을 현대어로 쉽게 풀고, 낱말.문장풀이를 꼼꼼하게 달아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에서는 새로운 감각에 맞추어 모던한 느낌으로 커버와 본문을 리디자인했다." 

이미 소장하고 있음에도 리디자인판이라고 눈길이 가는 건 독서인의 고질이다...


16. 10. 3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나쓰메 소세키의 '전기 3부작'을 고른다. 소세키의 작품은 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 <마음>이 가장 많이 읽히지만 가장 좋은 평을 듣는 작품은 '전기 3부작'이 아닌가 싶다(소설가로서 물이 오른 시기의 작품들이다). 나쓰메 소세키 읽기는 강의로도 진행하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http://blog.aladin.co.kr/mramor/885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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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에서 빼놓은 두 명의 관심저자를 따로 묶는다. 마크 롤랜즈와 셔윈 눌랜드다. 각각 <철학자와 늑대>와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로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신작과 개정판이 최근에 출간되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철학과 교수인 마크 롤랜즈의 책은 여럿 소개되었지만 아무래도 대표작은 <철학자와 늑대>(추수밭, 2012)다. 자신의 실제 경험과 철학적 성찰을 접목시키는 게 '롤랜즈 표'인데, <철학자가 달린다>(추수밭, 2013)에 이어서 이번에 나온 건 소설로 쓰인 인생철학, <굿 라이프>(추수밭, 2016)다. 원제가 그렇고, 번역본의 부제는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삶,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생철학'이라고 붙여졌다. 로랜즈가 짠 소설의 얼개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로 참조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미시킨'.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날 미시킨은 태어났고 또 다른 어느 날 죽음을 맞았다. 여느 평범한 인간의 인생사다. 또 다른 인물 '니콜라이'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허름한 옛집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발견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쓴 원고 뭉치 속에서 아버지와 너무 닮은 미시킨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삶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니콜라이는 아버지의 자서전인지 소설인지 모를 원고를 편집하고 각주를 달아 책으로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원서와 함께 읽고픈 저자인데, 기회가 닿으면 롤랜즈 특유의 글쓰기와 인생철학에 대해서 정리하고 싶다. 일단 <굿 라이프>에 대해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마크 롤랜즈의 <굿 라이프>는 소설로 쓰인 인생철학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해부는 문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내기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생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롤랜즈의 성찰은 뜨겁고 열정적이며 아주 강력하다. 생각하며 사는 삶의 탁월한 사례를 제시한다."


셔윈 눌랜드는 전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수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세종서적, 2016)로 1994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의사 내지 의학자가 쓴 죽음 관련서의 대표작인 셈. 최근 '비밀독서단'이란 TV프로에서 언급되면서 개정판이 나왔다. 이전 판본(문고본)도 갖고 있지만 이번에 <사람은 어떻게 나이드는가>(세종서적, 2010)를 원서와 같이 구입했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는 일시품절이로군.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개정판. 살아 있는 자들은 누구도 죽음을 알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은 죽음에 대한 감정이지, 죽음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죽음을 지켜본 의사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써내려간 글이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 2015)인데, 거기서도 눌랜드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의 인용을 읽을 수 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젊은 의사가 자신의 죽음과 맞선 2년간을 기록한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흐름출판, 2016)도 올해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다. 모두 이 조락의 계절에 일독해볼 만하다...


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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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저자 3인으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소설가이자 비평가 김운하의 독서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필로소픽, 2016). '나를 묻는 밤의 독서'가 부제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가인 김운하의 ‘나와 삶’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전작인 <카프카의 서재>가 책을 통해 삶에 관한 사고를 전개한 것이었다면,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는 ‘나’라는 자아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한층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독서에세이라고 적었지만 <카프카의 서재>나 <릴케의 침묵>과 마찬가지로 문학작품을 소재론 한 인생론이다. "모든 책은, 특히 소설은 세상의 모든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게 저자의 출발점이다. 이번 책에서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부터 제임스 설터의 <올 댓 이즈>까지 16편의 작품을 독서와 성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 나도 읽은 작품들이어서 흥미를 갖게 된다. 


 

두번째는 번역자로 활동하면서 이번에 첫 저서를 펴낸 신견식이다. 별칭이 '언어괴물'인데, 15개 언어의 해독력을 갖고 있고 '번역가들의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그런 능력의 저자가 '콩글리시'를 주제로 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콩글리시 찬가>(뿌리와이파리, 2016).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국적 불명 외래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이목을 끈다. 그러나 배척 대상으로 낙인찍힌 '콩글리시' 표현들이 알고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쓰인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빠꾸놓다'라는 표현은 핀란드에서, '추리닝'과 비슷한 말을 루마니아에서도 쓴다. 문화와 역사와 언어적 특징에 따라 외국어는 외래어로 정착된다. 우리나라로 흘러들어 온 여러 '콩글리시'들의 기원을 다룬 최초의 책이자, 콩글리시의 명예회복(?)을 위한 변호다."  

콩글리시는 주로 조롱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되었는데, 그 명예를 회복한다는 저자의 역발상이 흥미롭다. 게다가 저자의 박학한 언어 지식이 더해져 특이한 교양서가 탄생했다. 따로 떼놓으면 '이주의 발견' 감이다. 



'젊은 동양학자'라고만 소개되는 임건순도 신작을 펴냈다. <손자병법, 동양의 첫번째 철학>(서해문집, 2016).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시대의창, 2013) 이후 괄목할 만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손자병법>은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서해문집, 2014)부터 시작된 '제자백가 아카이브'의 두번째 책이고, 다른 한편으론 <묵자><순자><오기>에 대한 해설서도 펴냈다.  



동양고전 해설 분야의 차세대 주자라 할 만하다.



<손자병법>(휴머니스트, 2016)은 최근에 김원중 교수의 번역본도 나왔기에 같이 읽어볼 만하다. 아울러 중국의 권위자 리링도 떠올리게 되는데, 임건순의 <손자병법> 참고문헌에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한데 <전쟁은 속임수다>와 <유일한 규칙>의 출판사가 '글항아리'가 아닌 '돌항아리'로 오기돼 있다. 서영교의 <고구려 전쟁의 나라>나 <고대동아시아 세계대전>의 출판사는 '글항아리'라고 옳게 표기돼 있기에 이 오기는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돌항아리라...


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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