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의 서재일이 고스란히 밀렸기에 휴일 오후에 PC방을 찾았다. 반납할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 들렀다 오는 길에 빵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마시면서 내년 강의 일정에 관한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2층으로 올라온 것. 몇 번 들르다 보니 친숙해진 PC방이다(공간이 널찍해서 그런지 PC방 치고는 공기가 탁하지 않다). 빠르게 필수적인 일들부터 처리하도록 한다(아무래도 집보다는 PC방 컴이 빠르다). 우선 '이주의 책'을 고르는 것. 역사분야의 책들에서 골랐는데, 타이틀북은 정병석의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시공사, 2016).
경제학자가 쓴 역사서란 점이 특이한데, 저자에게 영감을 준 책은 대런 애쓰모글루 등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 2012)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조선의 정치.경제.문화를 날카롭게 분석해, 조선이 결코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나라였다는 점을 짚어낸다. 또한 우리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접한 '신제도학파'의 시각을 바탕으로 조선의 몰락을 살펴보는 국내 최초의 저서로, 제도적 측면에 집중해 조선이 몰락하게 된 진짜 원인을 살펴본다." 요즘 시국에서는 특히나 와닿는 책들이다. 정부의 실패가 국가의 실패로 귀결될지, 혹은 재생의 기회가 될지 앞으로 한두 달이 중요하겠다.
두번째 책은 조선사 연구자인 이정철의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너머북스, 2016)다.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가 부제. "선조 8년(1575) ‘동서분당’이 발생한다. 이렇게 시작된 당쟁은 정치적 사건들로 끝없이 변주되다가 선조 23년 기축옥사로 파국을 맞는다. 이 책은 이 과정과 인물들에 밀착하여 생생하게 드러낸다. 크게는 이이와 선조의 행적을 중심으로 살피되, 200여명이 넘는 수많은 관련 인물들의 동선을 드러내고 그 동선 아래에 흐르는 의도까지도 밝힌다." 조선 후기사의 한 대목을 자세히 검토한 책으로 읽을 수 있겠다. 저자의 전작은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역사비평사, 2010)이었다.
세번째 책은 강붕의 <혼군, 명군, 폭군>(왕의서재, 2016)이다. 이중톈을 비롯해서 중국 CCTV 인문강연 프로그램 '백가강단'의 강사들이 자주 소개되는데, 1978년생의 젊은 강사 강붕도 그런 경우다. 한무제에 대한 30개 강연을 책으로 묶었다. 한무제는 통상 "중국에서 ‘진황한무’로 불리며, 진시황과 함께 불세출의 인물로 평가받는 제왕이자, 중화제국의 기초를 닦은 영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한무제는 이제껏 알던 제왕이 아니다. 저간의 사건은 재구성된다. 사마천, 반고, 사마광의 기록을 분석하여 종합하면 한무제는 혼군(昏君)이자 명군(名君)이며 폭군(暴君)의 얼굴을 모두 하고 있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궁금하다면 일독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혼군'이란 말의 용도가 궁금해서라도 펴보게 되는데, 우리 가까이의 '혼군' 때문이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무제에 대한 또다른 강의로는 왕리췬의 <한무제 강의>(김영사, 2011)도 나란히 참고할 만하다.
네번째 책은 필립 호프먼의 <정복의 조건>(책과함께, 2016)이다.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가 부제. "15세기 말까지 유럽은 어떤 잣대로 보아도 세계의 중심이 아닌 변방이었다. 그러던 유럽이 근대 들어 흥기하여 세계의 패권을 잡았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수백 년간 유럽을 앞서갔으며 강력한 문명을 가졌음을 자부했고, 유럽인과 동일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중국인, 일본인, 중동의 오스만 인, 남아시아인은 왜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까?" 같은 질문을 다룬 책으로 여럿 있는데, 가령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2011)과도 비교해봄직하다.
끝으로 다섯 번째 책은 '한국개념사총서'의 하나로 나온 박근갑 교수의 <역사>(소화, 2016)다. 총서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역사라는 말의 기원을 탐색하고 추적한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을 언제부터 썼으며, 그것은 또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시작한다. 우리는 먼저 우리의 유구한 문화 전통 가운데에서 그 말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부터 만날 것이다. '역사'는 오래전 중국 관찬 사서의 한 귀퉁이에서 희미한 근거를 드러낼 따름이었다. '역대의 공식기록'이라고 풀어쓸 만한 그 말은 우연히 일본에 건너가 유럽 언어의 번역어로 쓰이게 되었다." 옥스퍼드대의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역사>(교유서가, 2015)도 같이 참고할 수 있겠다.
|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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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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