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여전이 정상이 아니지만 크롬 덕분에 서재일은 얼마간 가능해졌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달의 책'도 골라놓는다. 어느 새 올해도 두 달만을 남겨놓고 있는데, 보통은 조용히 마무리 모드로 들어가야 할 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듯하다(순실님이 오늘 아침 귀국했고 내일 검찰에 출두할 모양이다). 앞으로 두어 달 동안 벌어질 일들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에 장래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도 독서 시간은 많이 줄어들 텐데, 그래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은 정상에 준해서 고르도록 한다. 



1. 문학예술 


지난달에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를 골랐는데, 이달에는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손이 신작을 내놓았다.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열린책들, 2016). 역시나 '요나손 표' 제목이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세 번째 장편소설. 2015년 출간 즉시 유럽의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렸다. 엉뚱한 살인범, 떠돌이 목사, 싸구려 호텔 리셉셔니스트가 만나 펼치는 대활약상을 그린 작품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30여 개국에 판권 계약되어 번역 중이며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세 가지 사업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주인공들과 이를 뒤쫓는 악당들이 일으키는 일대 소동이 쉴 새 없이 폭소를 자아낸다. 동시에, 세태의 단면을 예리하게 도려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오싹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앞서 발표된 요나손의 두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나, 보다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세계를 무대로 부조리한 세태와 군상의 위선을 거칠게 풍자한 것이 인상적이다."

전 세계 독자가 차기작을 고대하는 작가가 '세 번째 소설'은 어떻게 쥐어짜낼까란 관점에서 읽어봐도 좋겠다(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의 부담감 같은 건 아닐는지). 



사실 요나손 이후에는 스웨덴 소설 전성기라고 할 만큼 히트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물론 그 전에 있긴 했다). 거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은데, 카타리나 엥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열린책들, 2016),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 2015)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다산책방, 2016) 등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스웨덴 소설들이다. 최근에는 얀 뮈르달의 자전소설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테오리아, 2016)도 추가되었다. 부모가 모두 노벨상 수상자라면(이런 사례는 스웨덴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자식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궁금하군(궁금하기 전에 좀 딱해보이는 건 편견일까? 무얼 해도 부모보다는 못난 자식!).



예술 쪽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워크룸프레스의 '도미노 총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첫 세 권이 나왔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표지가 화려하다. 도미노 총서는 비정기잡지 <도미노>의 5년을 정리하는 총서로 내년까지 11권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1차분은 노정태의 <탄탈로스 신화>, 윤원화의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박세진의 <패션 vs. 패션>이다. 예술 쪽이라면 <1002번째 밤>을 먼저 펼쳐봐야겠군.


 

2. 인문학


인문 쪽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두 권을 우선 고른다. 종교학자 스타니스와프 오비레크와의 대담인데, <신과 인간에 대하여>(동녘, 2016)와 <인간의 조건>(동녘, 2016)이 짝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0)도 거기에 더 얹고 싶은데, 사실 이 달에 읽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 계절의 독서 거리로 삼아야 할 듯하다.  



역사 쪽으로는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중국통사>(서커스, 2016), 장이허의 <나의 중국현대사>(글항아리, 2016), 쉬즈위안의 <저항자>(글항아리, 2016) 등을 고른다. 이 가운데 <저항자>는 중국판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한나 아렌트)이다. 

"<저항자>는 내면적 인물탐구로 쉬즈위안 자신의 자아가 훨씬 더 깊게 투여된 글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역사를 품었지만 개인이고, 온몸으로 연대하며 사회를 통과했지만 역시 개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쉬즈위안이 타이완과 홍콩을 여행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 나이, 경력, 신념을 가진 그들은 쉬즈위안의 말에 따르면 ‘동시대인’들이었으며 “어떤 구체적인 시점과 상황에서 모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이 되었던” 이들이다."

이번 겨울에 중국 현대작가들을 강의할 계획인데, 겸사겸사 탐독해봐야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은 고전적 저작이나 저자를 다룬 책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루이스 코저의 <사회사상사>(한길사, 2016)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젊은 세대 독자들도 좋은 가이드북으로 읽을 만하다. 또 다른 번역으로 나온 요제프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북길드, 2016)도 현재적 의의를 찾을 만하고, 마르셀 푸르니에의 평전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그린비, 2016) 모스의 생애와 저작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로 삼을 만하다. 



가장 혐오스러운 후보들끼리 맞붙었다는 미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로 굳어지는 모양새인데, 강준만 교수가 발 빠르게 펴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트 트럼프>(인물과사상사, 2016)를 통해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해볼 수도 있겠다. 덧붙여 리처드 크라이트너의 <힐러리 클린턴은 누구인가?>(한국경제신문, 2016)이 자서전 <힘든 선택들>(김영사, 2015)보다는 객관적인 정보와 평가를 전해줄 듯싶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명됐던 킵 손의 <블랙홀과 시간여행>(반니, 2016)을 고른다. 원저로는 <인터스텔라의 과학>(까치, 2015)보다 먼저 나온 책이다. 공저 <시공간의 미래>(해나무, 2006)도 오래 전 책이지만 같이 손에 들어도 좋겠다. 좀 어려우려나?



5. 책읽기/글쓰기  


책읽기와 관련해서는 두 종류의 서평집, 정인경의 <과학을 읽다>(여문책, 2016)와 이봉호의 <음악을 읽다>(스틱, 2016)를 고른다. 그리고 글쓰기 관련서로는 이태준의 '고전' <문장강화>(창비, 2016)가 특별판으로 재출간되었기에 견물생심으로 고른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원래 1939년 2월 그가 주관하던 잡지 「문장」 창간호부터 연재된 것으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글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좋은 글쓰기의 모범이 될 만한 발랄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우리 문학의 우수한 성과를 집대성해 놓았다. 1940년 문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1947년에 박문출판사에서 출간한 증정판을 대본으로 하여 1988년에 창비에서 교양문고의 한 권으로 출간하였다. 이후 2005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현재의 독자층에 맞추어 옛말투와 한자어 등을 현대어로 쉽게 풀고, 낱말.문장풀이를 꼼꼼하게 달아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에서는 새로운 감각에 맞추어 모던한 느낌으로 커버와 본문을 리디자인했다." 

이미 소장하고 있음에도 리디자인판이라고 눈길이 가는 건 독서인의 고질이다...


16. 10. 3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나쓰메 소세키의 '전기 3부작'을 고른다. 소세키의 작품은 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 <마음>이 가장 많이 읽히지만 가장 좋은 평을 듣는 작품은 '전기 3부작'이 아닌가 싶다(소설가로서 물이 오른 시기의 작품들이다). 나쓰메 소세키 읽기는 강의로도 진행하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http://blog.aladin.co.kr/mramor/885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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