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문으로 처리했지만 '이주의 발견' 감으로 고른 책 제목이다. 주쯔이의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아날로그, 2016). 짐작할 수 있지만 금서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가 부제. 


"기원 전 410년의 <리시스트라타>부터 1988년 발표된 <악마의 시>까지, 문학의 역사에서 자행되어온 이른바 문화 방화 사건들을 당시 작가 및 주변 인물들이 남긴 기록과 풍부한 원문 인용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금서로 지정된 원인을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 풍기문란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어떤 책이,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금서로 지정이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또한 사드, 푸시킨, 톨스토이 등 금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작가들의 전체적인 작품 활동과 생애를 살펴본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문학가들의 작품이 다수 소개돼 있어서 특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금서를 주제로 한 국내서로는 백승종의 <금서, 시대를 읽다>(산처럼, 2012)와 장동석의 <금서의 재탄생>(북바이북, 2012)이 수년 전에 나란히 출간됐었다. 



더불어 프랑스 혁명기 금서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룬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 같은 고전적 저작도 떠올려볼 수 있다. 주명철의 <서양 금서의 문화사>(길, 2006)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고, 찾아보니 베르너 풀트의 <금서의 역사>(시공사, 2013)도 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눈에 익은데 어쩐 일인지 구매 내역에 없다).  



한편, 주쯔이가 언급하고 있는 책 대부분은 국내에 번역돼 있는데, 제목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가령 필리핀 작가 호세 리살의 <나에게 손대지 마라>는 <나를 만지지 마라>(눌민, 2015)로 번역돼 있다...


16.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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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출판문화'(612호)에 실은 '이현우의 책읽는 세상' 연재 꼭지를 옮겨놓는다. 격월로 쓰는 것인데, 올 마지막 연재에서는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다뤘다. 그래서 붙인 제목이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여정'이다. 소세키의 책은 최근에도 몇 권 추가되었는데, 네 편의 중편을 엮은 <긴 봄날의 소품>과 아내 나쓰메 교코의 회고록 <나쓰메 소세키, 추억>(현암사)이 소세키 소설전집의 '서플먼트'처럼 나왔고, 절친이었던 시키와 교환한 편지들도 <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지만지, 2016)으로 출간되었다. <긴 봄날의 소품>에는 '유리문 안에서'도 수록돼 있어서 역시 최근에 나온 민음사 쏜살문고의 <유리문 안에서>까지 포함해 졸지에 번역본이 3종이 되었다. 그렇게 '소세키 사후 100주년'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출판문화(16년 12월호)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여정


세계문학 독자에게 올해는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서거 400주년으로서 의미가 있었지만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일본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사후 100주년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의당 기념출판이나 행사가 기획됐음 직한데 사정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대신 국내로 시야를 한정하면, 지난 2013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14, 현암사)이 완간된 것을 가장 의미 있는 사건으로 꼽아볼 수 있겠다. <도련님><마음> 등 소세키의 주요 작품은 여러 차례 중복 출간되었고 여타 작품도 한두 종씩 번역본이 나와 있었지만 품위 있는 장정의 새 번역본 전집이 완간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소세키의 저작으론 장편소설 외에도 단편과 산문, 문학론 등이 더 남아 있지만 이미 출간된 번역본들을 참고할 수 있다. 단편의 경우는 <런던소식><회상>(하늘연못, 2010) 두 권으로 갈무리되어 나와 있고, 문학론과 문명론은 각각 <나쓰메 소세키 문학예술론><나쓰메 소세키 문명론>(소명출판, 2004)이 진작 출간되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를 읽기 위한 여건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남은 건 독자의 일인데, 한 세기 전을 살았던 일본 작가에게서 무엇을 읽을 수 있고, 그것이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 따져보는 것 말이다.


1867년생인 소세키의 생애는 대부분의 기간이 메이지 시대(1868-1912)와 중첩된다. 메이지 시대는 한마디로 서양에서 300년 동안 진행되어 온 근대화를 40년 동안 압축해서 실현하고자 했던 시대다. 이 압축근대화는 러일전쟁(1904-1905)에서의 승리로 일단 성공을 거둔 듯이 보였다. 숙원대로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갑작스런 근대화산업화가 아무런 부작용 없이 진행될 리 만무했다. 메이지 유신 이전의 전근대적 사회규범은 급속도로 무효화되었지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회 규범과 근대적 시민의식의 형성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세키는 서양을 모델로 한 일본의 근대화는 결국 서양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으며 서양과 일본의 격차는 결코 좁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이미 1900년부터 1903년까지 정부 유학생으로 2년 반 동안 영국 런던에서 생활해본 소세키의 실감이 그러했다. 그는 키도 작고 왜소한 체구의 자신이 유럽인들과 비교할 때 한갓 원숭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근대국가 일본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그가 어렵사리 찾아낸 출구는 자기본위라는 네 글자였다. 소세키의 문학은 이 자기본위라는 신념이 겪게 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소세키 문학의 출발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부터다. 하이쿠 잡지 <호토토기스>를 주재하던 친구로부터 소설을 한번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서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의 시점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을 관찰한다는 설정으로 지어낸 이야기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도쿄제대의 영문과 교수로 임명되었지만 오랫동안 앓아온 신경쇠약과 우울증 증세가 더 나빠지던 무렵이었다. 기분전환 삼아 써본 것이었지만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에게 뜻밖의 치료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 작품에서 주된 관찰 대상인 구샤미 선생은 소세키 자신을 모델로 한 인물이지만, 화자인 고양이도 물론 소세키의 분신이다. 즉 고양이(소세키)가 주인 구샤미(소세키)를 관찰하는 구조이다. 통상적인 자기 분석이 분열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반해서 이 작품에서는 고양이라는 구체적인 거점 덕분에 그러한 자기 분석이 자기 분열에 빠질 위험 없이 안정감 있게 진행된다. 직업이 선생으로서 대단한 면학가인 척하지만 고양이가 서재를 들여다본 결과 대체로 그는 낮잠을 자고 있다. 가끔은 읽다 만 책에 침을 흘린다.” 책을 읽는다지만 두세 페이지 넘기다 이내 침을 흘리며 조는 게 구샤미(소세키)의 일상이라고 고양이(소세키)는 폭로한다. 이러한 폭로의 해학적 어조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성공을 낳았다. 독자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소세키는 수년간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소설쓰기의 순기능을 발견한다. 직업작가로서 나설 결심을 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경험에 힘입어서다.


1907년 소세키는 도쿄대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아사히 신문사의 전속작가로 입사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1906) 같은 작품을 단숨에 써내려간 전력을 믿었지만 막상 전속작가의 생활은 만만치가 않았고 한때 해방감을 맛보게 했던 소설쓰기는 또 다른 굴레가 되어 그를 옥죄었다. 힘들게 소설쓰기의 출구를 모색하던 그는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도쿄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산시로>(1908)를 통해서 마침내 그만의 주제와 스타일을 발견한다. 그것은 근대화 과정의 한복판에 놓인 문제적 주인공의 자기발견 내지 자기본위의 구현이다.


<산시로>에서 스물세 살의 대학생 주인공 산시로는 아직 풋내기로서 자기만의 개성과 독자성을 밀고나갈 만한 배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소세키 소설에서 그런 개성은 주로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서 표현되는데, 산시로는 동향의 대학 선배이자 촉망받는 물리학자 노노미야와 함께 매력적인 신여성 미네코를 사이에 두고 어정쩡한 삼각관계를 형성하지만 그녀를 휘어잡을 만한 능력은 보여주지 못한다. 노노미야 역시 여자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여 미네코를 다른 남자에게 놓치고 만다. 그렇듯 어설픈 사랑이야기로 전개되다 끝나고 말지만 <산시로>는 어둡다기보다는 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젊은 주인공에게 아직 창창한 미래가 남아 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산시로>에 이어지는 <그 후>(1909)에 오게 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이 작품의 주인공 다이스케는 서른 살의 고등유민(高等遊民)이다.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일부러 직장을 갖지 않고 빈둥대기에 고등유민이라 불린다. 비록 사업가인 아버지에게 매달 용돈을 타 쓰는 처지이지만, 다이스케는 뛰어난 지성과 심미적 감수성을 갖추고 있는 인물로서 당대의 세태와 문명에 대한 예리한 성찰과 비판을 내놓을 줄 안다. 가령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친구 히라오카의 핀잔에 대해 다이스케는 자기 탓이 아니라 세상 탓이라고 말하면서 일본과 서양의 관계를 핑계로 댄다. 서양의 빚을 얻어서 경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일본은 마치 소하고 경쟁하려는 개구리와 다를 바 없고 곧 배가 터지고 말 거라는 게 다이스케의 생각이다. 그런 상황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논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먹고살기 위한 노동, 생계를 위한 노동은 노동을 위한 노동이 아니기에 진정한 노동이 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먹고살기 위한 노동은 타락한 노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근대에 대한 예민한 대결의식을 보여주는 것들로 작가 소세키의 생각으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문제는 그러한 비판적 인식이 생활 속에서 안정된 토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권하는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다이스케가 자신이 히라오카와 맺어준 미치요에게 뒤늦게 구애하는 것은 과감한 자기본위의 행동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매장을 감수하는 행위다. 그 자신의 표현으로는, ‘자연에 따라 미치요를 선택한 대가로 그는 친구에게는 물론 아버지와 형으로부터도 의절 당하게 된다. 이제 스스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다이스케의 모습이 <그 후>의 결말이다.


<그 후>의 뒷이야기로 읽히는 <>(1910)의 주인공 소스케는 과거 친구의 동거녀 오요네를 아내로 삼는 바람에 도의상의 죄를 짊어지고 사회로부터 매장되다시피 한다. 비록 두 사람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지만 과거의 그림자를 다 떨쳐내지는 못한다. 세 번이나 아이를 갖지만 모두 잃게 되는 것도 자신들의 죄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본위의 대가로 감수하기에는 너무 큰 희생이다. 이들 부부에게 과연 행복은 가능할까? 소스케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젖힐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는 여전히 닫힌 문 앞에 무능하고 무력하게 남겨졌다.”는 게 <>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음>(1914)은 이러한 소설적 여정의 마무리로 읽힌다. 작중 화자가 선생님이라고 따르는 이의 유서가 작품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의 절친했던 친구 K는 하숙집 딸을 사이에 두고 그와 삼각관계에 놓인 것에 절망하여 자살했다. 이후에 그는 하숙집 딸과 결혼하지만 결혼 생활 내내 친구의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하다가 결국은 메이지 천황의 죽음을 빌미로 하여 자살을 결심한다. 선생님의 이러한 선택은 자기본위적 삶의 궁극적인 패배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소세키는 나의 개인주의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옹호하고자 했지만 그의 개인주의는 작품 속에서 매우 힘겨운 투쟁 끝에 결국은 패배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패배를 잘 음미하고 성찰하는 것이 소세키 읽기의 과제로 여겨진다.   


16.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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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제임스 페니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사이, 2016)을 고른다. 제목만 보면 언어학 책인가 싶은데, 사회심리학자의 책이다. 저자는 텍사스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20년 이상 단어 연구에 매진해왔다고 소개된다. 단어와 그 사용자의 심리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 저자는 이를 '언어의 지문'이라고 부른다. 


"현재 텍사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학과장으로 재직중인 저자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연설과 기자회견은 물론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 이메일, 블로그, 인터넷 게시글, SNS, 자기소개글, 대입 논술,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 등에 사용된 단어를 분석해 단어와 그 단어를 사용한 사람의 심리적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책으로, 일종의 '단어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로서 글쓰기를 통한 치유 효과를 연구해오던 중 '단어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 저자는 사람들은 모두 말과 글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의 지문'을 남기며, 따라서 단어라는 단서만 있으면 그 단어를 사용한 사람의 '정체성, 성격, 심리 상태, 학교 성적, 회사 생활,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배경, 미래의 행동'도 파악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찾아보니 원제는 '대명사의 사생활'이다. 단어 가운데서도 대명사 분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 저자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나'는 적게 쓰고 '우리'는 많이 쓴다고 하는데, 한국어에서도 그런지는 따져봐야겠다(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책은 진작 소개되었다. <글쓰기 치료>와 <털어놓기와 건강> 같은 책이 보인다). 


각자가 자기의 말을 녹음하여 분석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만 당장은 정치 지도자의 말(연설) 분석에 적용해볼 수도 있겠다. 비교 거리가 되는 책들도 나와 있는데, 윤태영의 <대통령의 말하기>(위즈덤하우스, 2016)와 최종희의 <박근혜의 말>(원더박스, 2016) 등이다. 아직 자세한 소개는 뜨지 않지만, <박근혜의 말>의 부제는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이다. '언어의 지문을 통해서 들여다본 한 문제 많은 정치인의 사생활'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16.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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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윌리엄 이스털리의 <전문가의 독재>(열린책들, 2016)인데, 지난주에 고른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이숲, 2016)과 같은 맥략의 책으로 분류하고 싶다. 



저자는 뉴욕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16년간 세계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발전 경제학자이다. 하지만 경제개발 정책과 제3세계 원조의 실상을 비판한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모티브북, 2008)을 펴내며 '내부고발자'로 나섰다. <전문가의 독재>(2014)의 부제는 '경제학자, 독재자 그리고 빈자들의 잊힌 권리'. 한국도 사례로 다룬다고 하니 흥미롭다.  

"미국의 발전 경제학자 윌리엄 이스털리는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진정한 요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어째서 사라지게 됐는지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발전은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될 때 일어난다. 독재자 집권기에 고도성장을 달성했던 한국의 역사와는 정반대로, 발전에 독재 권력은 필요 없다고, 그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책은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의 저자 사울 알린스키의 <래디컬>(생각의힘, 2016)이다. '급진주의자여 일어나라'가 부제. "전설적인 지역사회 조직가이자 참여 민주주의의 사상적 뿌리라고 일컬어지는 알린스키의 첫 책이다. 두 번째 책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이 전 세계 시민운동가들의 바이블로서 실질적 활동 교본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성나고 무모하고 불손한’ 청년 알린스키는 뜨거운 언어로 뭇 사람들의 정신에 뭉근하게 끓고 있는 저항의 결기를 들쑤시고 그들의 마음에 인간 존엄의 회복을 위한 투쟁이라는 불을 지핀다."



세번째 책은 권재원의 <쓸모 있는 수업 사회학>(이룸북, 2016)이다. '호모 아카데미쿠스' 시리즈의 첫 권으로 <쓸모 있는 수업 생명과학>과 같이 나왔다. 시리즈의 취지가 눈길을 끄는데, "이 시리즈는 한 분야에 대한 기본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 고교 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수준까지의 지식을 전한다는 목표 아래, 대중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네번째는 우치다 타츠루와 함께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갈라파고스, 2011)를 공저한 이시카와 야스히로의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나름북스, 2016)은 쉽게 해설한 마르크스 입문서다. 저자는 "비싼 학비, 부족한 일자리, 저임금 비정규직, 인간관계의 어려움 같은 젊은 세대의 고통은 그저 ‘힘내자’는 주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사회에 짓눌려 살아갈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선 중심을 단단히 세우는 나만의 ‘내용’이 있어야 하며, 그 무언가의 내용을 ‘이렇게 살겠다’는 자신감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바로 이 자신감을 마르크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마거릿 크룩생크의 <나이듦을 배우다>(동녘, 2016). 부제는 '젠더, 문화, 노화'다. 여성학과 노년학의 접목 시도로 흥미를 끈다. "여성학이나 노년학에서 '늙음'이 '여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확신에서 시작된 책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별개로 다루어지던 것들, 이를테면 건강, 정치학, 인문학, 페미니스트 노년학, 문화 분석까지 같이 묶어보려고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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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독재- 경제학자, 독재자 그리고 빈자들의 잊힌 권리
윌리엄 이스털리 지음, 김홍식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2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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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래디컬- 급진주의자여 일어나라
사울 D. 알린스키 지음, 정인경 옮김 / 생각의힘 / 2016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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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사회학
권재원 지음 / 이룸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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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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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한두 달 된 거 같다) 어느 사이엔가 책들이 또 쌓여서 '깨끗한' 난민촌 같은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마음이 홀가분한 건 엊그제 국회에서의 탄핵 의결 덕분이다. 물론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시민혁명의 결과다. 혁명은 장기적 과정이기에 방심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첫단추는 끼워졌다(러시아혁명에 견주면 2월혁명은 10월혁명을 남겨놓고 있다). 나대로 할일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읽고 쓰고 강의하고. 보통의 경우라면 강의는 필수적이지 않지만 읽고 쓰는 것은 매일의 일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 역량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이번 주에는 문학교수 3인이다.  



독문학자로 다수의 독문학 작품, 특히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들을 옮겨온 장희창 교수가 고전 독서에세이를 펴냈다. <장희창의 고전 다시 읽기>(호밀밭, 2016). 어떤 책이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다. 

"괴테, 귄터 그라스, 니체, 레마르크, 안나 제거스 등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들의 작품세계를 오랫동안 우리말로 옮겨온 한편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산문으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들었던 고전연구가 장희창 교수가 동서양을 대표하는 고전 38편을 소개한다. 저자는 38편의 고전이 오늘의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다정하면서도 서늘한 특유의 문체로 안내한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시대를 투시했던 대가들의 정신을 온전히 담은 고전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혼란하기만 한 시대에 마음을 다잡아볼 일이다." 

원로 문학교수의 원숙한 지성과 성찰을 읽어볼 수 있겠다. 더불어 고전 독서의 자극도 얻을 수 있겠고. 


 

불문학 교수이면서 가장 열정적인 시비평가의 한 사람인 조재룡 교수도 새 비평집을 펴냈다. <한 줌의 시>(문학과지성사, 2016). <시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14)부터는 <번역하는 문장들>(문학과지성사, 2015)까지 1년에 한권 페이스다. 이번 책도 31편의 시비평을 담고 있는데, 분량이 거의 800쪽에 이른다. 괴력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문학평론가 조재룡 비평집. 지난해 2015년 소개된 <번역하는 문장들>이 번역의 문학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번역의 인식론을 둘러싼 언어-문화의 변화를 탐문하는 근본적인 성찰에 중점을 둔 역저였다면, 이번 평론집은 전작 <시는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에 이어 800쪽 가까운 지면을 오롯이 한국 현대시에 대한 현장비평에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2003년 본격적인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한 이래 줄곧, 말의 형식과 삶의 형식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삶의 긴장을 표현한 언어의 총체성으로서의 한국 현대시를 톺아보는 데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한 줌의 시> 역시, 프랑스 현대시와 비평, 그리고 번역이론을 공부한 불문학자이자 번역가답게 해박한 이론지식과 실증적 분석에 기초한 시 비평의 내용과 형식, 개념과 언어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비평문 31편을 담고 있다." 

2000년대 한국시의 향방이 (진지하게) 궁금한 독자라면 통독해 볼 만하다. 



주로 푸슈킨의 대표작들을 많이 번역해온 러시아문학자 최선 교수도 정년을 맞아 40년간에 이르는 러시아문학 연구의 성과를 정리했다. 첫 권으로  나온 것이 <러시아 시 연구>(우물이있는집, 2016)다(세 권 가량이 더 예졍되어 있다).

"고려대학교 최선 교수의 '40년간의 러시아문학 연구'를 집성한 '러시아문학연구' 총서의 첫 책으로 주로 러시아 시와 관계된 글들을 담고 있다. 이 글들은 19세기 사실주의 시의 대표인 네크라소프(1821-1877)의 시적 화자와 19세기 패러디 시를 다룬 논문들, 시 분석 방법에 대한 소개글 그리고 러시아 시 번역서에 붙인 글 저자가 기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네크라소프 시의 화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생겨 소설에서 화자의 문제가 중요시되는 고골의 '외투'(1842)의 화자에 대해 글을 썼고 시인 네크라소프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소설가 곤차로프의 소설 <오블로모프>(1859)를 읽으며 19세기 중반 러시아 소설 장르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러시아문학에 입문한 지는 30년이 되었다. 학부생 시절에 최선 교수의 몇몇 작품론, 특히 <오블로모프>론 같은 걸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니 저자뿐 아니라 독자도 소회를 갖게 되는 책이다. 87년 여름에서 2016년 겨울까지, 어느새 한 세월이 지나갔구나...


16. 12. 11.



P.S. 최선 교수의 '러시아문학연구' 시리즈의 나머지 세 권도 완간되었다. <20세기 러시아 노래시 연구>, <유럽문학 속 푸슈킨 연구>, <푸슈킨과 오페라>(우물이있는집, 2016) 순이다. 러시아문학 전공자들에게는 유익한 연구 자료와 자극으로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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