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번역가‘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번역의 탄생>의 저자 이희재의 신작 <번역전쟁>(궁리)이 나왔기에 지나는 길에 광화문 교보에 들렀지만 아직 입고되지 않아 헛걸음했다(헛걸음만 할 수는 없어서 다른 책을 몆권 구입했다).

‘첫단추 시리즈‘로 매슈 레이놀즈의 <번역>(교유서가)도 나왔기에 겸사겸사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이런 걸 묶어서 다루면 주제 서평이 될 텐데, 요즘 그런 글을 쓸 여력이 없다. 특별히 누가 대신해주는 것 같지도 않고). <번역전쟁>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을 쓴 저자 이희재는 현재 런던대 SOAS(아시아아프리카대학)에서 영한 번역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는 번역가로서 말이 제대로 옮겨지는지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차차 세상 자체가 제대로 옮겨지는지에 의문을 품으면서 이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번역·해석되고 가공되고 많은 경우 날조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개념도 넓은 뜻의 ‘번역’이라 이름지었다.

’다원주의, 포퓰리즘, 민영화, 인턴, 모병제, 핵우산, 독립국, 홀로코스트…‘ 등 저자가 <번역전쟁>에서 다룬 주제는, 바로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체가 ‘오역’하기 쉬운 키워드들이다. 영국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저자는 ‘말과 언어’를 대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국내외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그동안 꽤 자주 목격했다. 

다원주의를 바라보는 각 국가의 시선들, 진보와 극우의 진정한 의미, 평생직장과 인턴의 이면, 민영화의 진짜 속내, 한국과 그 주변국가의 미묘한 입장들, 카다피와 만델라 등 정치인들의 빛과 그림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마약전쟁과 테러전쟁 등 이 책은 다양한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그 ‘보이지 않는 전쟁’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흥미로운 주제와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서 연말의 독서목록 가운데 앞자리에 놓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2월의 인문특강 후보로도 다른 두어 권의 책과 함께 검토중이다. 혹은 서평강의에서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다. 교보에서 득템에 실패했으니 다시 알라딘에서나(에서나?)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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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제목이 그렇다. ‘<21세기 자본> 이후 3년‘을 부제로 한 <애프터 피케티>(율리시즈)와 앨런 라이언의 <정치사상사>(문학동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는 이유에 더해서 두 권을 묶어주는 건 분량과 책값이다. 아침에 책주문을 하면서 <애프터 피케티>을 포함할까 잠시 망설였는데 가뜩이나 읽을 책이 밀려 있어서 구입을 하더라도 언제 읽을까 싶은 생각이 발목을 잡은 것(그래야봐 며칠 정도의 말미일 테지만).

그런데 더한 강적이 나타났다. 앨런 라이언의 <정치사상사>. 번역본 분량이 무려 1400쪽이다. 펭귄에서 나온 원저도 1152쪽. 주요 원전 발췌를 포함한 형태가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는데 아직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뜨지 않았다. 사실 원저는 이전에 검색하다 알았지만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두께 때문에 구입을 포기하고 번역도 어렵겠다 생각했었다. 이번 번역서는 고 남경태 선생이 공역자로 들어가 있는데 아마도 유작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도 출간이 의미 깊다.

조만간 손에 들게 되겠지만 두 ‘강적‘ 사이에서 머뭇거리다가 최종선택은 루이스 카우언과 오니 기니스의 <고전>(홍성사)으로 낙착. 688쪽이니까 상대적으로 얇은 책이다(책값은 결코 뒤지지 않지만). 서양 고전 해설서인데 작품사전으로 읽을 수 있겠기에 소장용으로 주문한 것.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를 포함해 구입목록에 올려놓은 대작들이 많은데 이젠 책들이 인생의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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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책세상)이 드디어 나왔다. 공식 판매는 다음주초부터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오늘 인쇄소에서 출판사에 입고된 책을 몇 권 받아왔다. 단독저서로는 열한번째 책이다. 열번 이상 반복되면 아무래도 느낌이 무뎌질 수밖에 없고,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해를 넘기지 않고 출간된 게 다행스럽다, 정도의 소회를 가질 뿐이다. 그렇더라도 한 가지 일이 무탈하게 마무리된 데 대해서는 만족과 감사를 느낀다.

책은 이미지 자료가 많이 들어가서 432쪽에 이르고 분량이 좀 되는 만큼 강의책으로서 내용이 좀더 충실해졌다. 그건 저자로서의 만족감이고 독자의 평가는 또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아무려나 창대했던 연초의 출간계획에 비하면 많이 쪼그라든 결과이지만 올해 세 권의 책을 펴냈고 낙제는 면했다 싶다. 내년에는 좀더 분발해서 밀린 책들을 최대한 소화해내려 한다.

많지는 않더라도 책을 기다려준 독자들께는 모쪼록 의미 있는 연말 선물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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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강의가 있어서 마태우스님의 <서민 독서>(을유문화사)를 읽는 중이다(내 얘기도 나와서 뜨끔하다). 맹렬 독서 전도사를 자처한 저자의 열의에 감복하며 읽는데(비유컨대 저자는 전도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특이한 작품이 나와서 눈길이 멎었다.

각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나열하고 있는데, 우선 (<서민 독서>를 펴낸)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마의 산>에서 <돈키호테 성찰>까지 90권, 그리고 민음세계문학은 <변신 이야기>에서 <오 헨리 단편선>까지 350권을 돌파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안나 카레니나>로 시작해서 ˝2017년 <마의 도살장>으로 150권째 작품을 출간한다.˝

<마의 도살장>? 처음에는 저자의 유머인가 싶어서 앞뒤로 유심히 봤지만 그냥 사실을 적은 대목이다. 흠, 커트 보니컷의 <제5도살장>의 오기인 것. 원인을 생각해보니 <마의 산>의 잔상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마‘에 대한 마태우스님의 편애도 무의식중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그렇게 오타를 적을 수 있지만 편집자의 손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하긴 내가 그간에 낸 책들에도 적잖은 오타가 있었기에 남 얘기만은 아니다.

그나저나 어차피 목록에도 올라간 김에 <마의 도살장>이라는 고전도 누가 써주면 좋겠다. <마의 산>의 배경이 되는 스위스의 고급 결핵요양원 옆에 도살장도 하나 있었으니... 라고 시작하면 되려나.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와타나베가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을 찾아기는 중에 읽는 책이 <마의 산> 대신에 <마의 도살장>이고 말이다. 어차피 마법이 깃든 산인데 도살장이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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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이론물리학자와 분자유전학자가 같이 쓴 <생명, 경계에 서다>(글항아리)를 고른다. 부제가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다. 뭔가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일 텐데 ‘양자생물학‘이란 말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소개는 이렇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파이낸셜 타임스, 아마존에 2015년 올해의 과학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양자생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탄탄한 과학적 기초에서 시작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거친 뒤 최신 실험과 이론까지 망라해 그 원리를 밝히는 혁명적인 책이다. 물리학자 알칼릴리와 유전학자 맥패든은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시켜 20여 년간 연구한 내용을 여기에 담아냈다. 

흔히 어떤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하고, 분명히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기도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와 연결을 유지하는 ‘이상한’ 현상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조차 양자 현상에 대해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기이한 개념을 대중 과학서로 집필하고 TV 카메라 앞에 옮겨놓음으로써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로 결심했다. 탁월한 비유로 화학, 물리 용어들을 써가면서 양자의 원리를 밝히는데, 티끌보다도 어마어마하게 작은 양자는 결국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된다.˝

흠, 역시나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백문이 불여일독‘이라고 하는 수밖에. 공저자인 알칼릴리의 책으론 <물리학 패러독스>(인피니티북스) 등도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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