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강의가 있어서 마태우스님의 <서민 독서>(을유문화사)를 읽는 중이다(내 얘기도 나와서 뜨끔하다). 맹렬 독서 전도사를 자처한 저자의 열의에 감복하며 읽는데(비유컨대 저자는 전도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특이한 작품이 나와서 눈길이 멎었다.

각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나열하고 있는데, 우선 (<서민 독서>를 펴낸)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마의 산>에서 <돈키호테 성찰>까지 90권, 그리고 민음세계문학은 <변신 이야기>에서 <오 헨리 단편선>까지 350권을 돌파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안나 카레니나>로 시작해서 ˝2017년 <마의 도살장>으로 150권째 작품을 출간한다.˝

<마의 도살장>? 처음에는 저자의 유머인가 싶어서 앞뒤로 유심히 봤지만 그냥 사실을 적은 대목이다. 흠, 커트 보니컷의 <제5도살장>의 오기인 것. 원인을 생각해보니 <마의 산>의 잔상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마‘에 대한 마태우스님의 편애도 무의식중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그렇게 오타를 적을 수 있지만 편집자의 손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하긴 내가 그간에 낸 책들에도 적잖은 오타가 있었기에 남 얘기만은 아니다.

그나저나 어차피 목록에도 올라간 김에 <마의 도살장>이라는 고전도 누가 써주면 좋겠다. <마의 산>의 배경이 되는 스위스의 고급 결핵요양원 옆에 도살장도 하나 있었으니... 라고 시작하면 되려나.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와타나베가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을 찾아기는 중에 읽는 책이 <마의 산> 대신에 <마의 도살장>이고 말이다. 어차피 마법이 깃든 산인데 도살장이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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