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책‘으로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사이언스북스)를 고른다.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제안‘이 부제이고 원저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존재의 의미><지구의 정복자>와 묶어서 ‘인류세 3부작‘이라고.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하라‘고 호소하는 세계적인 자연사 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전 지구적 처방이자 ‘인류세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구의 절반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서식지를 보전한다면 현생 종의 약 85퍼센트가 살아남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생명 세계의 청지기’라는 인류의 자기 이해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많은 생명들이 인류의 무자비한 파괴 앞에 스러져 갈 것이다. 구체성과 실효성, 당위성을 두루 갖춘 환경 대책을 고심해 온 이들에게 이 책의 제안은 심도 깊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유효하다.˝

3부작 가운데 내가 읽은 건 <인간 존재의 의미>였다(강의도 진행했다). 3부작이 완결된 김에 ‘인류세‘라는 맥락에서 앞뒤에 놓인 두 권도 읽어봐야겠다. 이번주에는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까치) 개정판도 나왔는데, 특이하게도 두 사람의 책은 늘 주거니받거니 같이 나온다. 자주 책이 나오다 보니 생긴 착시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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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기행을 다녀온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음 문학기행에 대한 준비도 진행중이다. 현재로선 10월초순에 독일문학기행을 떠날 확률이 가장 높다(3월까지는 확정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괴테 이후의 독일문학에 대한 강의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 배경이다. 괴테를 기준으로 삼고 함께 찾아볼 작가들은 검토중에 있다.

문학기행과 함께 욕심을 내볼 만한 것은 철학기행인데 내가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독일문학기행 준비차 독일철학에 관한 책도 몇권 읽어두려고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은 이번주에 프레더릭 바이저의 <이성의 운명>(도서출판b)이 출간되었기 때문. 바이저는 독일 근대철학 전문가로 독일 낭만주의와 헤겔에 관한 책들이 번역돼 있다.

‘칸트에서 피히테까지의 독일 철학‘이 부제인 <이성의 운명>은 헤겔 이전까지를 다룬 책이다. <헤겔>과 <헤겔 이후>까지 삼부작을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그렇게 읽힌다. 아마도 독일 근대철학사를 다룬 가장 심도 있는 삼부작이 아닐까 싶다(국내 소개된 책들 가운데서는).

<이성의 운명>은 원서도 바로 주문했다. 봄학가 되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테니 2월의 독서거리로 삼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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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적었는데, 다행히 천장 누수는 멎었다.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벽지가 망가져서 원상태로 복구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게다가 아직도 세탁기는 사용불가인 상태다. 그러는 중에 내일부터 다시 강의 일정이 짜여 이것저것 마음이 부산하다. 할일은 많은데 머리와 손은 굼뜨고 더뎌서 더욱 그렇다(그러는 중에 일본의 7080 유행가를 듣고).

내주 일정 가운데 하나는 서점 행사다. 분당의 정자동에 있는 ‘작은책방 기역‘에서 오전 11시에 ‘로쟈 이현우의 세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가 커리이고 주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들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특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서재에도 공지할까 했는데 무료강의여서인지 벌써 신청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월요일 아침에는 정자동에 가야 한다. 서재 주인장이 올린 사진을 여기에도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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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늦게 귀가해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가까운 일본이고, 긴 일정은 아니어서 여행의 여독은 없었지만 그럴 경우에 대비했다는 듯이 집에는 물난리가 나 있었다. 이번 한파에 위층 배수관이 동파되었는지(관리사무소의 추정이다) 누수 때문에 전에도 문제가 생겼던 방에서 아예 물이 뚝뚝 떨어진 것이다. 물받이통을 몇시간에 한번씩 비워주어야 할 정도였다. 여행과 일상의 낙차가 이렇게 크다니!

오늘 오전에 위층 공사를 했다고 하여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면 일본문학기행 후기를 몇개 더 올렸을지도. 이번 참가자 분들이 가장 좋은 인상을 받은 건 아무래도 <설국>의 배경인 에치고유자와의 설경일 듯싶다(어느 여행지이든 겨울에는 아무래도 설경이 압권이다). 해마다 설국기행단이 꾸려지는 이유가 다 있는 것. 유자와에서도 그런 관광객을 위해 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향토박물관에 해당하는 ‘설국관‘의 방 하나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그의 <설국>에 할애되어 있었다.

가와바타가 묵었던 다카한 료칸에서도 안내인이 가와바타와 다카한의 인연에 대한 소개를 곁들였고 재현된 방에 직접 들어가볼 수도 있게 했다. 영화 <설국>도 상영해주었고(시간관계상 서두와 하이라이트 장면만 보았다. 원작과는 결말이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우리는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다른 료칸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온천욕을 즐겼다. 겨울 노천욕은 처음 해본 듯싶다. 많은 분들이 유자와에서 일박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할 정도로 설국의 풍경은 낯설고 인상적이었다. 물론 거기에 아우라가 되어 주는 존재가 가와바타의 <설국>인 것이고.

설국기행의 소박한 기념물로 내가 챙긴 건 일어판 <설국>이다. 설국관에서 신조사판 문고본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은 360엔(지금 보니 알라딘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는 <설국>에 대한 연구서도 두어 권 나와 있다. 예전에 강의할 때 일부를 참고했는데 이젠 좀더 확실한 실감을 갖고서 작품과 연구서를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게 문학기행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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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1-2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국>과 함께 아르테 클래식클라우드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좋았습니다
온세상이 눈에 덮인 밤 은하수가 쏟아지는 장면이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인천공항에 안착해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뒤로 한 채 귀가중이다. 공항리무진을 타고 한 시간 가량 간 이후에 종점인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려 한다. 표를 끊고서 기다리다가 10시 50분차를 탔다.

오늘 아침 호텔을 체크아웃하며 가방에 넣은 책은 시바타 쇼지의 <무라키미 하루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다. 저자는 일본의 문학연구자이고 소세키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주장하는 책이다. 특히 <그후>(<그리고 나서>), <문>, <마음>, <행인> 등의 삼각관계에서 주인공과 그에 맞서는 인물이 각각 일본과 한국(조선)을 대신한다는 알레고리적 해석은 과도해 보이면서도 흥미를 끈다. 중요한 것은 소세키에게서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인데, 그것이 이중적 양상을 가지며 그에 대한 섬세한 읽기가 소세키 이해의 관건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필히 참고할 책은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책세상)다. 더불어 그의 <문학예술론>과 <문명론>도 중요한 참고자료. 이런 자료까지 일반 독자가 모두 챙겨서 읽기는 어려울 테지만 주요 평문과 강연문을 옮긴 <나의 개인주의>는 필독할 필요가 있다.

소세키의 개인주의를 집약하는 표어는 ‘자기본위‘다.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하는 영국 유학시절(1900-1902), 그나마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이 자기본위의 발견이고 그것이 소세키식 개인주의의 바탕이다. 그런데 그 자기본위의 ‘자기‘는 소세키를 뜻하면서 동시에 메이지유신 이후 탈아입구(脱亜入欧) 에 나선 근대 일본도 가리킨다. 소세키의 딜레마는 이렇듯 개인과 국가가 은유적 동일시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대립적 관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자기본위‘의 이중성이 거기에서 비롯되며 소세키의 만년의 세계관을 집약하는 ‘칙천거사(則天去私)‘는 이 딜레마에 대한 출구모색으로 보인다(나를 버리고 하늘을 따른다는 뜻이다. 연구자에 따라서 ‘즉천거사‘로도 읽는다). 소세키 산방 기념관 앞 동상에 ‘칙천거사‘만 새겨져 있어서 내 딴에는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기본위‘에 대한 설명을 빠뜨렸다. 귀가길에 생각이 나서 적어놓는다. 곧 터미널에 도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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