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 대한 강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관련서들을 자주 들추게 된다. 독어자료를 제외하고 영어와 한국어로 된 자료는 전공자 이상으로 갖추고 있다(이 자료들만 읽는 데도 꼬박 일년은 더 걸릴 듯하다). 가끔 자료들에서 오류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박병화의 <다시 카프카를 생각하며>(세창미디어)의 한 대목도 그런 경우.

˝카프카 친구 오스카 폴락의 부인이기도 했던 밀레나와 카프카가 만난 것은 그의 작품을 체코어로 번역하는 일이 계기가 되었다.˝(34쪽)

카프카의 전기에는 두 명의 ‘폴락‘이 등장하는데 저자가 무심하게 동일시했다. 오스카 폴락은 학교(김나지움) 동창으로 막스 브로트를 만나기 전 카프카의 절친이었다.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유명한 편지글의 수신자가 오스카 폴락이다. 하지만 1915년 1차세계대전시 전사한다. 반면에 밀레나와 결혼한 폴락은 에른스트 폴락이다. 프라하의 유명한 바람둥이였다고 하지만 밀레나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년이 되자마자 그와 결혼하여 빈으로 떠난다.

카프카와 밀레나와의 관계는 밀레나가 단편 <화부>를 체코어로 번역하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카프카는 일부러 밀레나를 만나러 빈에 다녀오기도 하는데 카프카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밀레나는 남편과의 이혼을 주저하며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일단락된다(밀레나는 카프카의 사후에 이혼한다). 카프카의 장편 <성>은 밀레나와의 관계를 배경으로 하여 쓰인다(아래는 카프카와 밀레나의 합성사진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두 폴락이다(두 사람이 인척관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카프카가 친구의 아내에게 구애한 건 아니라는 것. 생각난 김에 적어놓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0sun 2018-03-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레나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한것은 밀레나하고의 결혼이라면
글쓰기와 결혼이 양립 가능하다고 생각한것일까요?
아니면 이것또한 결혼시도와 실패의 과정중 하나일까요?

로쟈 2018-03-13 14:06   좋아요 0 | URL
문학이 매개가되었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었을 거라고 생각돼요. 펠리체 바우어와는 다르게 공통분모가있으니까요. 결혼의 좌절이 카프카에겐 또한번의 실패죠...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조지 오웰 편이 나왔다.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한빛비즈)이다. 지난해 여름에 나온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뒤이은 책이다. 소설가와 에세이스트 오웰만큼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이로써 저널리스트 오웰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방대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 57편을 선별한 저널리즘 작품집이다. 오웰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와 의미별로 묶어 정리했다. 대부분 국내 초역이다.˝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로 헤밍웨이나 오웰은 누구라도 떠올릴 수 있다. 궁금한 건 이 시리즈의 셋째 권인데, 영어권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욕심을 내자면 알베르 카뮈도 번역되면 좋겠다. 한국어판 전집에도 빠진 <알제리 연대기> 등이 매우 궁금해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버트 영의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현암사, 2013)로부터 시작된 '우리시대의 주변 횡단 총서'의 열한번째 책이 나왔다. 월터 미뇰로의 <서구 근대성의 어두운 이면>(현암사, 2018)이다. 주로 탈신민주의적 관점의 책들이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는데, 미뇰료 역시 라틴아메리카 전문가다. 총서 번호로는 10번. 11번에 해당하는 <번역과 횡단>이 지난해 말에 먼저 출간되어서 순서가 바뀌었다. 이 시리즈의 책들 가운데 관심도석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서구 근대성의 어두운 이면- 전 지구적 미래들과 탈식민적 선택들
월터 D. 미뇰로 지음, 김영주.배윤기.하상복 옮김 / 현암사 / 2018년 2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8년 03월 11일에 저장
절판
번역과 횡단- 한국 번역문학의 형성과 주체
김용규.이상현.서민정 엮음 / 현암사 / 2017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8년 03월 11일에 저장

번역이란 무엇인가- 번역이 만든 새로운 문학과 사상
하야카와 아쓰코 지음, 김성환 외 옮김 / 현암사 / 2017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8년 03월 11일에 저장
절판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오카 마리 지음, 이재봉.사이키 가쓰히로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8년 03월 11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 근대시의 형성과정은 오랜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데(연구주제가 아니라 관심주제) 이에 관해 모아놓은 연구서들을 강의를 빌미 삼아 읽고 있다. 강의준비차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려고 강의를 잡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닭과 달걀의 문제 같다.

여하튼 그래서 박슬기 교수의 <한국 근대시의 형성과 율의 이념>(소명출판)을 손에 들고 그간의 생각과 견주어보는 중이다. 한국 근대 자유시 형성과정에서 리듬, 좁게는 운율의 향방이 관심사인데 그 주제를 다룬 몇권의 연구서 가운데 하나다.

문제의 출발점은 ‘근대시=자유시‘냐는 것이다. 자유시란 말은 영어의 free verse를 일본의 우에다 빈이 옮긴 것으로 정확히는 ‘자유-율‘을 가리킨다. 이 자유율을 자유시로 이념화한 것이 근대시 형성과정의 한 문제점이다. 자유율은 운율의 부재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정형적 율격으로부터의 탈피를 뜻한다. 서구에서 그 기원은 프랑스 상징주의부터, 베를렌(느)부터다(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실린 대부분이 정형시다).

김억이 처음 소개한 베를렌의 시에서 정형률 대신에 강조되는 것은 ‘언어의 음악‘이다. 이 언어의 음악이 자유율인 것(이 자유율조차 배제하면 산문시가 된다. 산문으로 된 시). 따라서 음악(리듬)은 자유시에서도 핵심이 된다. 시에서 리듬은 필수 요소이다. 그것이 다른 요소에 대체될 수는 있지만 그 경우에도 리듬은 ‘부재‘로서 존재한다. 부재로 표시된다는 말이다. 한국 근현대시사에서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유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서해문집)를 떠올리게 된 건 윌리엄 펠츠의 <유럽민중사>(서해문집)가 출간돼서다. ‘중세의 붕괴에서 현대까지‘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원제의 근현대(modern)를 그렇게 풀었다. ‘근현대 유럽민중사‘가 원제. ‘중세의 붕괴부터 현대까지, 보통사람들이 만든 600년의 거대한 변화‘가 번역본 부제다.

˝중세 이후 유럽 민중사의 입문서. 유럽은 종교개혁 급진파, 18세기 정치혁명, 조직 노동계급의 발흥 등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데 더없이 좋은 토양이었다. 20세기에는 소비에트 러시아의 요란한 등장과 붕괴가 있었고, 냉전 시기의 민중 저항, 1968년의 학생, 노동자 저항이 있었다.˝

당장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도 떠올리게 하는데 사실 영어 people은 너무 다의적이어서 ‘민중‘이란 말이 정확히 그에 대응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인민‘으로도, ‘국민‘으로도 번역되어 온 탓이다). 역사학에서 좀더 엄밀하게 개념을 정리해주면 좋겠다. 원래 불가능한 일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