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시의 형성과정은 오랜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데(연구주제가 아니라 관심주제) 이에 관해 모아놓은 연구서들을 강의를 빌미 삼아 읽고 있다. 강의준비차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려고 강의를 잡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닭과 달걀의 문제 같다.
여하튼 그래서 박슬기 교수의 <한국 근대시의 형성과 율의 이념>(소명출판)을 손에 들고 그간의 생각과 견주어보는 중이다. 한국 근대 자유시 형성과정에서 리듬, 좁게는 운율의 향방이 관심사인데 그 주제를 다룬 몇권의 연구서 가운데 하나다.
문제의 출발점은 ‘근대시=자유시‘냐는 것이다. 자유시란 말은 영어의 free verse를 일본의 우에다 빈이 옮긴 것으로 정확히는 ‘자유-율‘을 가리킨다. 이 자유율을 자유시로 이념화한 것이 근대시 형성과정의 한 문제점이다. 자유율은 운율의 부재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정형적 율격으로부터의 탈피를 뜻한다. 서구에서 그 기원은 프랑스 상징주의부터, 베를렌(느)부터다(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실린 대부분이 정형시다).
김억이 처음 소개한 베를렌의 시에서 정형률 대신에 강조되는 것은 ‘언어의 음악‘이다. 이 언어의 음악이 자유율인 것(이 자유율조차 배제하면 산문시가 된다. 산문으로 된 시). 따라서 음악(리듬)은 자유시에서도 핵심이 된다. 시에서 리듬은 필수 요소이다. 그것이 다른 요소에 대체될 수는 있지만 그 경우에도 리듬은 ‘부재‘로서 존재한다. 부재로 표시된다는 말이다. 한국 근현대시사에서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유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