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점점 따뜻해져
어제보다 더운 오늘
그리고 더 뜨거운 내일
어미 없이도 계란이 부화한다니
암탉의 품속 같은 세상
숨막히는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지구가 맘먹고 계란을 품는구나
그래 이젠 부화지
우리 생에 남은 일이라곤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
그러니 좀더 버티자
우리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체온으로 체온을 버티는 일
북극의 빙하도 녹인다는 사랑이지
아프리카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랑이야
마침내 부화할 그날까지
좀더 버티자

그런데
우리가 유정란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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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안양 석수도서관에서 '인문독서아카데미' 강좌의 일환으로 8월 21일부터 9월 18일까지 5회에 걸쳐서 매주 화요일 오후(3시-5시)에 '소설로 읽는 세계역사' 강의를 진행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문의는 8045-6116).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소설로 읽는 세계역사


1강 8월 21일_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와 프랑스대혁명



2강 8월 28일_ 스탕달의 <적과 흑>과 근대적 개인의 탄생



3강 9월 04일_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역사철학(1)



4강 9월 11일_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역사철학(2)



5강 9월 18일_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과 역사청산 



18.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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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도 매미가 울었다
감시, 아니 감청한 게 아니라
내가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

아마도 밤낮이 없는 모양이다
어제만 철야한 건 아니겠지
교대는 하는 건가
이런 걸 매미한테 묻는 건가

매미는 울었고 나는 잠에서 깼다
어제는 일찍 자야 했다
심장이 울렁거렸다
그게 증상인 것도 같았다

매미는 여름내 울어도
언제 목이 쉬어야 하는지 안다
그날이 오겠지
목숨이 가벼워지는 날

아침이라고 매미소리가 잦아졌다
이제 좀 쉬어가는 것인가
그래 아침은 먹고 다시 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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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7-2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 시를 읽으니 신기하게
매미소리가 일제히 울렸어요^^
무더위 견디는 방법은 몰입이 최고인 것 같아요. 제 오랜 피서법 하나인 추리소설. 그리고
올해는 과학서를 추가하려구요~
책에 코박고 있다보면 ...
이 계절이 끝나겠죠^^*

로쟈 2018-07-25 07:43   좋아요 0 | URL
예년보단 많이 쌓아두어야 할 듯해요.~
 

<광장>의 작가 최인훈 선생이 타계했다. 노회찬 의원의 자살 소식이 아침에 워낙 큰 충격을 던진 탓에 묻힌 감이 있는데 문학계에서는 올해의 뉴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미 전집도 간행되어 있는 터라 최인훈 문학의 결산이 과제는 아니다. 유고집이 따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그저 읽으면 된다. 나로서도 강의에서 <광장>만 읽었는데(내게도 <광장>은 대학에 들어와 가장 먼저 읽은 한국 현대소설 가운데 하나였다) 올겨울 강의부터라도 대표작 몇편을 포함하여 확장판 강의를 하고 싶다. 3-4강 정도의 강의를 꾸리려 한다면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까.

가장 많이 읽히는 대표작 <광장>을 제쳐놓으면 <회색인>과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뜬다. 박태원 소설의 패러디로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실험적인 작품으로 <총독의 소리>나 말년의 대작 <화두> 등이 내가 덧붙여 떠올리게 되는 작품인데 모두를 다룰 수 없다면 선택해야 한다. 최인훈 연구서들을 좀 훑어봐야겠다. 벌써 10년 전에 타계한 이청준 선생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로써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느낌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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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2018-07-24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현대문학의 거두 최인훈 별도 지고 진보진영 정치인 노회찬 별도 지고 참 씁쓸한 하루네요 동시에 큰 별 2개가 지니 허탈한 마음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에 나오는 대사.



“좋은 놈들은 이미 다 죽었어


로쟈 2018-07-24 06:54   좋아요 1 | URL
나쁜 놈들보다는 누구라도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요.

2018-07-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8-07-27 18:31   좋아요 0 | URL
네 36년생이니.
 

돈스코이는 난데없는 장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쿨리코보 들판에서
타타르군을 격파한 돈강의 영웅
모스크바의 대공 드미트리는
그래서 돈스코이가 되었지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모스크바 러시아의 시대를 열었지
하지만 돈스코이는
한국에서 난데없는 보물선
러일전쟁 때 금괴를 싣고 침몰했다는
괴이한 소문의 보물선
돈스코이는 침몰한 지
백년도 훌쩍 더 지났지만
한국인의 마음은 여전히 금 따는 콩밭에
이 시대에도 벌겋게 돈에 눈이 멀어
돈스코이는 노다지로 보이고
울릉도 앞바다가 금빛으로 보이고
그리하여 돈스코이는 모르는 이가 없네
이름부터 돈이 될 것 같은 돈스코이
돈강의 영웅은 난데없는 일확천금
타타르도 물리친 돈스코이지만
이 시대의 맘몬에게는 당할 수 없네
해저의 고철덩어리라는 돈스코이
내다팔면 10억은 될 거라는 돈스코이
인양하는 데 수백 억이 들 거라는 돈스코이
하지만 바닷속에선 150조의 보물선
우리가 돈스코이를 볼 일이 없는 이유지
돈스코이는 다만 우리를 비춰주네
돈스코이와 함께 침몰한 우리
돈스코이는 이제 우리 안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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