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이 '오늘의 발견'이라면 '어제의 발견'은 제롬 슈니윈드의 <근대 도덕철학의 역사>(나남)다. 두께가 있는 책의 번역이라 세 권짜리로 번역돼 나왔다. 학술서에 속하고 분량과 가격이 모두 만만치 않지만, '자율의 발명'이라는 부제가 나로선 관심을 갖게끔 한다. 게다가 근대문학(근대 이후 세계문학) 강의가 주된 일인지라 근대를 주제로 한 책들은 읽지 않을 때도 수집대상이다. 



책은 이미 원서를 포함해서 어제 주문했으니 배송만 기다리는 중. 소장도서로 꽂아둘지 손에 잡을지는 실물을 보고서 판단해야겠다. 책의 의의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도덕철학사의 기념비적 고전 <근대 도덕철학의 역사: 자율의 발명>은 방대한 서양 근대 윤리학의 역사를 한 편으로 엮어낸 역작이다. 칸트 윤리학의 중심 개념인 ‘자율’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추적하며 근대의 여명기부터 성숙기에 이르는 근대 도덕철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조명하였다. 다른 윤리학 연구에서는 만나기 힘든 해링턴, 컴벌랜드, 라이프니츠 등을 원전 중심으로 날카롭게 분석하였고, 철학자를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와 함께 이해해야 함을 보여 줌으로써 철학 연구의 주변부로 취급되던 철학사의 필수성을 증명하였다. “비교대상이 없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책은 영미권 모든 대학의 근대 윤리학 강의에서 필수 참고문헌으로 손꼽히는 핵심적 고전이다."



18.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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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그렇다. '오늘의 발견'으로 고르고 싶은 이언 샤피로의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인간사랑). 원서의 제목을 그대로 옮겼다('인문사회과학'은 'Human Sciences'의 번역이다). 저자는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로 로버트 달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로 보인다. 달의 <민주주의> 증보판에 관여한 것으로 보아). 국내에는 예일대학 명강의 시리즈의 <정치의 도덕적 기초>(문학동네)가 나와 있다. 



달의 <민주주의>에 견줄 만한 책으로는 <민주주의 이론의 상태>가 있는데, 이 또한 소개되면 좋겠다(우리식으로 제목을 고치자면 '민주주의론의 현단계' 정도가 될까?). 역사가 조이스 애플비(국내에는 <가차없는 자본주의>로 소개되었다)는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이언 샤피로는 자신의 특유의 배짱과 통찰력을 발휘해서 사회과학의 지배적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그래서 그 이론들에 내장된 고질적 결함들을 밝혀냈다. 이 책에는 사회과학의 지배적 이론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언 샤피로의 최고의 논문들이 담겨있다."


원서까지 구입하려고 하니 오늘의 구매 한도가 다 차 버리는군...


18.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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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9-09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구매 한도‘라는 말씀이 몹쓸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의 구매 ‘한도‘라니 ㅎㅎ

로쟈 2018-09-09 13:44   좋아요 0 | URL
월평균 구매액수를 30으로 나누면 하루 한도가 됩니다. 물론 심정적 한도입니다.^^
 

점심을 먹은 뒤에야 피로감에서 빠져나와 내년봄학기 일정을 짜고서는(7-8개 강좌의 커리큘럼을 짰다) 몇권의 책을 에코백에 넣고 동네카페로 나왔다. 아포카토를 주문하고서 펴든 책이 나카노 노부코의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동양문고). 문고본판형의 얇은 책으로 어제 주문하고 오늘 배송받은 책들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일본의 뇌과학자. 집단 괴롭힘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뇌과학으로 밝히면서 대응책을 제시한다.

˝특히 어린시절에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맛본 쾌감이 뇌 속 마약으로 작용하면 ‘공감‘이라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이를 막으려면 ‘상대방을 공격했을 때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공식을 익혀야 합니다.˝

그런 공식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그런 공식을 익히게 해주는 게임도 있을까? 마약으로 작용한다는 말은 중독 현상이라는 것인데 우리는 어떻게 차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차별한다는 점에서 모든 ‘이즘‘은 차별 논리에 근거한다. 사해동포주의가 예외일까?). 이런저런 질문들을 갖게 한다. 서문을 읽었을 뿐이니 더 읽어봐야겠다.

책의 한국어판 서문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 오찬호가 쓰고 있다. 오찬호는 이번주에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도 펴냈다. 첫 책 이후 매년 한두 권씩 책을 내고 있는 부지런한 저자다(방송에도 자주 나온다 한다). 화제작이었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는 구입만 하고 읽지 않았는데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은 읽어보려 한다. 역시 오늘 배송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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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게서 연락이 없다
연락의 수단이 없는 것인가
마리에게는 아무도 없는 것인가
마리는 그럴 마리가 아니다
우리 사이는 고작 몇 광년
눈대중으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럼 마리가 아니란 말인가
마리에게 전할 말이 있었다
마리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마리와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마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마리가 떠나기 전이었다
마리가 가져갈 꽃들이 한껏 피어 있었다
마리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내가 마리라도 그랬을 것이다
마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마리는 말했다
어쩌면 마리는 이제 누구의 이름도 아니다
누구의 이름으로 마리를 부르는 것인가
마리는 어디로 떠난 것인가
마리는 누구의 마리도 아니다
마리가 보고 싶다
마리를 떠나야 하는가
마리라고 부르면
마리가 빛의 속도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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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에서 일어난 기적에 대해서
나는 말하지 않겠다
캐리어 가방을 놔두고 한 여자가
갑자기 뛰어갔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어쩌다 그 가방을 감시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아니다
주인 없는 가방은 그냥 주인이 없어도
되는 가방인지 나도 기차시간이 있기에
가방 주인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다
이제 아무나 들고 가도 되는 건지
이 가방은 분실물로 소속을 바꾸게 되는 건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러자 사라진 가방
그게 주인이 다시 찾아간 것인지
그냥 누군가 밀고 간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기적은 기척도 하지 않은 순간에
한갓 가방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얘기다
대전역에서 일어난 기적은
평범한 기적이다 평범하기에 기적이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얻을 수 있는 기적
가방만 하더라도 그렇다
기적은 언제든 얼마든지 적들을 만난다
무슨 일이건 일어나는 게 세상이다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해야 기적은 달성되는지
기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는 기적을 보라
기차라고 욕심이 없겠는가
여차하면 뛰어가는 건 일도 아니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의 기적
그런 것 빼고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대전역을 떠났다
분명 대전역에서 일어난 기적에 대해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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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18-09-0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아직 살아있는 것이..기적이지요.
이 세상을 떠나도...기적이지요..
奇蹟이던, 汽笛이던 간에....

로쟈 2018-09-05 23:36   좋아요 0 | URL
네 일상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