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감기로 애를 먹다가(심하진 않았지만 강의에는 지장이 되었다) 어제부터 회복기로 접어들었다(콧물만 조금 있는 상태). 일찌감치 한 차례 앓은 덕으로 이번 겨울을 무난하게 지나게 되길 기대해본다(독감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건지는 지나봐야 알겠다).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연말이 되었다(마라톤과 다른 것은 골인하자 마자 곧바로 또 한해의 레이스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다사다난이란 건 군말이고 나로선 아주 길게 느껴진 한해였다(그런 느낌으로 훗날 기억될 듯싶다). 이런저런 연말결산에 관여하면서 자면스레 한해를 정리하는 책들에도 눈길이 간다. 가령 이맘때 손에 들게 되는 ‘한국의 논점‘ 시리즈도 올해판이 이미 나왔다. <2020 한국의 논점>(북바이북).각분야에 어떤 이슈와 과제들이 있는지 점검해보도록 해준다.

한편으로 올해는 10년 단위를 마감하는 해이기도 하다. 2010년대의 마지막 해이므로. 출판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으로 <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도 출간되었다. ‘기획회의‘에서 해마다 그해의 키워드를 분석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10년치를 정리해낸 것.

더 길게 정리한 책으로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펴낸 <책으로 만나는 21세기>(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지난 연초에 나왔었다. 부제가 ‘출판평론가 한기호의 20년 칼럼 모음집‘이다. ˝1982년 출판계에 발을 들인 후 편집자에서 영업자로의 인생길을 걸어온 저자는, 1990년대 말부터 <기획회의>에 이어 <학교도서관저널>의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출판계 환경과 독서 문화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20여 년에 걸쳐 쉼 없이 써온 칼럼이 증명한다.˝

한기호 소장의 칼럼들은 내가 서평집을 통해서 하고 있는 일과 목적이 비슷하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우리의 독서문화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 올해의 역할이 끝나면 곧 내년의 몫이 떨어질 것이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한 분투는 그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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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거꾸로 선 꿈의 세계 혹은 허망한 나라

14년 전에 올린 글이다. 진이정 시인의 유고시집에 대해 1994년에 쓴 걸 옮겨놓은 것이다. 가끔은 20대에 쓴 글도 다시 보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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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 새 번역본이 나왔다. 을유세계문학전집판이 추가된 것인데(100권이 채워졌다) 앞서 나온 번역본들까지 포함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전쟁과 평화>는 지난가을에도 강의했고, 이번 겨울에도 강의일정이 있어서 두루 살펴볼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강의에 쓸 마땅한 번역본이 없었는데(범우사판으로 처음 강의했더랬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독자라면 이제 독서를 미룰 만한 핑계가 더 궁색해졌다. 주요 번역본을 나열해본다. 


을유문화사
















문학동네





























민음사

































동서문화사
















1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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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19-12-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판으로 1권 읽고 민음사판으로 2권을 읽고 있는데, 이후는 을유판으로 읽어보고 싶네요. 유튜브 영상 말고 언젠가는 꼭 강의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로쟈 2019-12-13 10:39   좋아요 0 | URL
특이한 독서법이네요.^^

2019-12-21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2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 주간경향(1356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지난달 서평강의에서 다룬 폴 블룸의 <공감의 배신>(시공사)에 대해서 적었다. 도덕적 판단기준으로서 공감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초점을 맞추었다. 
















주간경향(19. 12. 16) 편향적 감정의 치명적인 약점


‘공감의 배신’이란 제목은 의구심부터 불러일으킨다. 통념상 공감은 언제나 긍정적 가치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적 범죄와 도덕적 잘못이 흔히 공감의 부재나 결핍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공감은 많은 문제에 대한 기본처방으로 간주된다. 수년 전에 화제가 되었던 <공감의 시대>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현재의 전 지구적 문제들에 맞서 세계적 차원에서 공감의식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공감 능력을 어떻게 고양시킬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이었지 과연 공감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은 관심 밖이었다.


<공감의 배신>의 저자 폴 블룸도 공감의 장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행위”로 정의되는 공감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또 선행의 자극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공감은 형편없는 도덕 지침”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공감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과연 공감의 어떤 점이 저자로 하여금 그렇게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게끔 하는가. 그는 매우 간명한 비유를 든다. 곧 공감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곳을 환히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와도 같다”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빛을 비추는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는 특정한 공간을 환하게 밝혀주지만 그 나머지는 어둠 속에 방치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너무 많지만 공감은 특정인에게 한정될 수밖에 없기에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즉 “스포트라이트와 성질이 비슷하다 보니 공감은 간단한 산수도 못 하고 근시안적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산수에 취약하다. 그래서 1명의 고통을 1000명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착오를 범하기 일쑤다. 어느 나라에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이란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나중에 그 사망자가 2000명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을 비교해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기분이 그에 비례해서 10배 더 나빠졌을까? 한 사람의 고통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고통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이 공감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공감은 간단한 산수도 할 줄 모르며 편향적이다. 가령 “수천 명의 타인이 끔찍하게 죽었다는 소식보다 내 아이가 살짝 다쳤다는 소식이 훨씬 더 가슴 아프다”는 것이 우리의 감정적 삶의 진실이라면 그것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렇게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공감을 도덕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곤란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도덕적 결정에서 숫자를 중요하게 다루려고 한다면 우리는 공감 대신에 다른 능력에 의존해야 한다. 바로 이성이다. 이때의 이성은 영국의 공리주의자들이 치켜세운 계산적 이성이다. 도덕 판단에서도 비용과 편익의 계산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저자는 공리주의의 계보를 잇는다(공리주의의 현대판으로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를 저자는 지지한다). 저자는 공감보다 이성에 무게를 두면서 지능과 함께 자제력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유익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자제력은 감정적인 욕구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합리성의 구현이다.

1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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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위대한 사상의 사소한 역사

8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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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9-12-12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넣기~

로쟈 2019-12-1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