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강의에서 영미와 프랑스 모더니즘 대표작들을 읽었기에(조이스의 <율리시스>나 울프의 소설들이 대표적이다. 토니 모리슨의 작품들은 읽었고 도리스 레싱의 <금색 공책>은 이번 봄학기에 읽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외 지역의 모더니즘 소설들을 다루는 것이다. 우선 순위로는 독일의 모더니즘 문학으로 알프레드 되블린을 제외하면 오스트리아 작가 헤르만 브로흐(1886-1951)와 로베르트 무질(1880-1941) 읽기. 

















올 8월에 독일문학기행을 진행한다면 괴테부터 카프카까지의 독일문학은 한번 더 정리하게 된다. 프라하에서는 카프카 외에도 바츨라프 하벨과 밀란 쿤데라의 자취도 찾아보려 하는데, 브로흐와 무질을 처음 알게 된 건 쿤데라의 소설론을 통해서였다(<소설의 기술>). 기억에는 두 작가의 작품도 그  이후에야 눈에 띄었다(브로흐의 <몽유병자들>은 그 이후에 소개되었다). 지난 연말 브로흐의 유작 <현혹>이 번역돼 나와서 이제 세 편의 장편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적당한 시기에 이 작품들도 강의에서 다루려고 한다. 이런 순이다.


<몽유병자들>(1931)

<베르길리우스의 죽음>(1945)

<현혹>(1976)  
















<현혹>이란 제목은 불가리아 출신 작가 엘리아스 카네티의 <현혹>(1935)도 떠올리게 하는데(원제는 다르고 번역본상의 제목만 같다), 두 작품 모두 '군중'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현혹>은 노벨문학상 작가 강의에서 다룬 작품인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현혹>보다도 더 유명한 카네티의 대표작은 <군중과 권력>인데, 모더니즘 문학의 핵심 테마 중 하나가 군중이라는 점은 브로흐나 카네티의 사례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무질의 작품은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1906)부터 시작해서 <세 여인>(1924), <사랑의 완성>(1911) 등과 유작 <어리석음에 대하여> 등이 번역돼 있다(중편 <세 여인>은 절판된 문학과지성사판과 <사랑의 완성> 수록작, 두 종이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도다 중요한 작품은 대표작 <특성 없는 남자>인데, 이 미완성 유작은 아직 번역본으로도 완간되지 못한 상태다. 
















어림으로는 절반 정도 번역된 듯싶은데, 지난 2013년에 북인더갭판 두 권이 나오고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오래 기다리고 있는 번역이다. 그보다 앞서 2010년에 이응과리을에서 <특성 없는 남자1>이 나왔었지만 번역 해프닝으로 끝났다(로베르트 무질이 전공이라는 S대 교수의 번역이었지만 무성의하고 무참한 번역이라는 후문이다). 여하튼 <특성 없는 남자>도 마저 번역돼 나오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브로흐의 장편들과 무질의 중편 정도를 강의에서 읽을 수 있겠다. 올 하반기나 내년 일정으로 계획중이다...


20.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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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열린책들) 새 번역본이 나왔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운데, 출판사와 표지가 동일하고 역자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래가 2020년판이고 그 아래가 절판된 이전 번역판이다(김연경 번역의 <악령>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올 예정이다). 



아무려나 옮긴이까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새 번역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게 돼 있다. 올해 도스토예프스키 전작 읽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반기에는 두 시즌 강의를 통해 <죄와 벌>까지 읽을 예정이라, <악령>은 <백치>와 함께 하반기에 읽게 될 터인데, 그 사이에 다른 번역본이 더 나오지 않는다면, 박혜경 교수 번역의 <악령>을 읽게 될 것 같다. 















<악령>의 다른 선택지로는 동서문화사판과 범우사판이 있다. 동서판은 단권 번역과 분권 번역 두 종이 나와 있다. 범우사판은 다시 확인하니 일부 품절이기에 선택지가 될 수 없겠다. 민음사판이 새로 나와서 제대로 된 선택지가 마련된다면 좋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으로는 <죄와 벌>이 가장 많이 번역되었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뒤를 따른다. <백치>와 <악령>은 작품의 의의나 명성에 비하면 번역본이 많지 않고 또 많이 읽히지 않는다(같은 말이군). <백치>의 새 번역본도 올해 나올 예정인데, 하반기 강의 전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면 좋겠다. 내년(2021년) 도스토예프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20.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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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에 문학리뷰집이 나온다. 제목은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로 정해졌다. 몇 가지 후보가 있었지만 앞서낸 <책에 빠져 죽지 않기>(교유서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 원래는 서평 책의 한 꼭지로 들어가야 했으나(가령 <책을 읽을 자유>에는 그렇게 들어가 있다) 분량상 보류되었고 1년반 정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분량이 더 늘어났다(대략 450쪽 가량 될 것 같다). 문학 리뷰와 해제만으로 책을 내게 된 사정이다.

주말과 휴일에 최종 교정을 마무리하고 서문을 써야 해서 잠시 과거 이력을 들춰보게 되는데(서문에 들어갈 내용이다)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를 2010년에 냈고 그 이후에 쓴 짧은 리뷰는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오월의봄)에 간지처럼 끼워넣었다. 서평집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현암사)를 비슷한 시기에 같이 내면서 이 두번째 서평집에는 문학리뷰가 빠졌다. 그래서 같은 성격의 글이 <책을 읽을 자유>와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를 거쳐서 이번에 펴내는 <문학에 빠져죽지 않기>로 총정리되게 되었다.

이번에 모은 글들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햇수로는 8년간 쓴 것들이다. 남달리 성실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게으름만 부린 건 아니구나란 감회도 갖는다. 2020년대에는 더 분발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지만 의욕은 높아서 한국근현대문학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준비작업에 이미 들어간 상태다. 강의의 형태가 되건 비평이 되건 나대로 정리해보는 작업을 더이상 미루기는 어럽게 되었는데 <로쟈의 현대문학 수업>의 후속작업이기도 하다. 바람으로는 여성작가 10인에 대한 강의도 연내에 책으로 내려 한다. 올해 세계문학 강의의 윤곽을 그린 강의책도 낼 예정이라 여러 가지로 매듭이 지어질 듯하다. 새로운 출발과 과제 수행을 위해서라도 지난 10년을 잘 마무리지어야겠다. 아직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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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07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마음 2020-02-07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자가 책을 내는게 숙제라면 독자는 그걸 읽어내야 하는게 숙제이겠지요
현대문학수업 잘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 한명이 빠져서 좀 아쉽긴 했지만 제 생각도 나름 정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로쟈 2020-02-07 23:15   좋아요 1 | URL
한명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2020-02-07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0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마음 2020-02-0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한 한명은 최인호 작가입니다^^

로쟈 2020-02-08 00:19   좋아요 0 | URL
최인호는 ‘이 한 작품‘을 떠올리기 어려웠어요. 저는 더 넣는다면 이문구, 김원일 등의 작가를 생각했습니다..

파란마음 2020-02-08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한 작품만을 떠올리기는 어려운 면이 있네요 김원일작가의 마당깊은 집은 들어가도 좋을듯 합니다 황석영 작가의 삼포가는길도 좋아하는 작품인데 말씀대로 장길산으로 빠지지 않고 장편으로 승부했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출처 : 로쟈 > 제임슨을 읽는 어려움

13년 전에 쓴 글이다. 이런 분량으로 글을 쓰는 게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올해 밀린 책들을 털어내면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기약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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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20-02-0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년이 지난 지금,
제임슨을 읽는 어려움은 어찌 되었나요?

로쟈 2020-02-07 23:16   좋아요 0 | URL
지금은 다시 돌볼 여유가 없네요. 시간날 때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전출처 : 로쟈 > 모스크바의 지하철

14년 전에 올린 글이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타본 지도 꽤 되는 듯싶다. 예정으로는 내년 가을에 다시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강의 책 두권을 내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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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2-0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 글인데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사진들이 몇개 안 보인다는 거 쌤도 아시죠?ㅎㅎ(다른 글에서도 좀)
궁금하네요

로쟈 2020-02-07 14:59   좋아요 0 | URL
네 이미지들은 세월의 흔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