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석권한 날 ‘바이러스를 삼킨 기생충‘이라고 적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미국 증시도 폭락한 오늘 시점에서 보면 기생충의 득세는 일시적이었다. 다시금 지구는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바이러스 행성이라는 것을 지구인들이 깨닫고 있으니까(봉준호 감독의 차차기작이 됨직하다).

경합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바이러스 행성 vs 기생충 제국? 사실 둘다 과학저술가 칼 짐머의 책인데, 확인해보니 이번 코로나 사태의 수혜자 같지는 않다. 좀더 직접적이고 센 책들이 나와있어서다(출판계에서 최고 수혜자는 카뮈의 <페스트>로 보인다. 코로나 공포시대를 살면서 <페스트>를 읽는 심리는 어떤 심리일까?).

바이러스 관련서들을 훑어보다가 이런 분야의 책 리뷰는 더 적임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욕심을 버렸다. <바이러스 행성>과 <기생충 제국>이 눈에 익지만 구매내역에는 없어서 소장여부는 불확실하다. 대신 발빠르게 개정판이 다시 나온 데이비드 콰먼(쾀멘)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꿈꿀자유)는 다시 손에 들 수도 있겠다(찾을 수 있을까?) 2017년에 구입할 때는 이런 책의 독자가 희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출판사의 선견지명이여!). 660쪽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과학서의 하나다. 알 수 없는 건 야구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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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이지만 일상의 루틴을 바꿔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나가 책을 보고 다른 일정이 없으면 귀가해서 저녁을 먹는다(식대를 줄이는 효과?). 점심을 차려서 먹기 전에 오늘 배송 예고된 책 가운데 하나에 대해 적는다.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의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책세상).

앞서 두권의 책이 소개돠 있기에 구면의 저자이지만 내게는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가 첫책이다. 부제는 ‘인간을 완성시키는 12가지 요소‘. 저자는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의 석좌교수로 발달심리학의 권위자. 책소개는 이렇다.

˝무엇이 인간을 이토록 발달시켜 왔을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우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 칼 융과 파블로프의 뒤를 잇는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이 이 질문에 대해 답하며, 그간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의 모순을 지적하고, 60년간 인간 발달에 관해 연구해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12가지 요소에 대해 분석한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교양소설(형성소설)과 관련해 ‘경험‘과 ‘교육‘의 의미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심리학의 설명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새로운 통찰을 읽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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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을 다시 손에 들면서(안 쓰던 뇌근육을 다시 쓰는 기분이다) 책들을 다시 소집하고 있는데(필요한 몇권의 책은 서가에서 못찾고 있다. 짐작에 나는 50권 이상의 지젝 책을 갖고 있다) 켈시 우드의 <한권으로 읽는 지젝>(인간사랑)도 그중 하나다. 번역본보다 원서를 먼저 구입했던 책.

미국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것으로만 소개되는데 특별히 이름있는 저자는 아니다. 다만 ‘리더스 가이드‘라는 원서 부제에 충실하게도 지젝의 전체 저작(2012년까지)의 개요를 잘 정리해주고 있는 책이다. 일종의 지도라고 할까. 게다가 원서의 문장도 아주 평이하고 그에 따라 번역본의 가독성도 좋다. 지젝이라면 난해함을 떠올리는 독자들에게는(부당한 이미지이긴 하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지젝이 난해하다면 그가 해설하는 헤겔과 라캉이 난해해서다. 그럼에도 지젝은 그들을 이해하게끔 해준다) 맞춤한 입문서다(물론 지젝을 얼마간 읽은 독자, 철학에 대한 얼마간의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 맞춤하다).

다만 번역어 선택이 특이할 때가 있는데 정신분석의 transference를 ‘이심전심‘으로 옮기는 식이다. 통상 ‘전이‘라고 옮겨지므로 원어를 병기해주거나 각주에서 번역어 선택에 대해 해명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설마 심리학계에서 ‘이심전심‘을 개념어로 쓰지는 않을 듯하기에.

역자는 철학박사로 이력이 소개되는데 제이슨 포웰의 <데리다 평전>(인간사랑)과 이 책이 번역서다. <데리다 평전>은 기억에 영어권에서 나온 최초의 평전이었다. 이후에 데리다 브누아 페터스의 <데리다, 해체의 철학자>(그린비)가 추가되는데, 이 책의 원서도 너무 일찍 구해놓는 정작 필요할 때는 행방을 찾지 못해 독서가 지연되었다. 하는 수없이 원서의 보급판을 다시 주문해서(그렇게 하드카바와 소프트카바, 두종을 갖고 있는 책들이 몇권 된다) 내일 배송받을 예정이다. 이 가이드북과 평전들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간수해야겠다. 그래야 끝까지 읽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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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저자의 출신지를 관심의 계기로 삼는 건 드문 일이지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라면 그럴 만하다. 최근에 나온 두 책의 저자의 출신지가 바로 1990년대 내전으로 기억되는 보스니아다. 1964년생 알렉산다르 헤몬과 1978년생 사샤 스타니시치.

헤몬은 27세에 미국 시카고를 방문했다가 내전의 발발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안착하여 현재는 대학의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가와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의 삶이라는 책>(은행나무)는 그의 회고록.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록산 게이 등의 작가들이 강추하고 있다.

헤몬보다 한 세대 아래인 스타니시치는 14살 무렵에 내전과 만났고 부모와 함께 탈출해 독일로 이주한 경우다. 2006년에 첫장편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놀랍게도 번역됐던 작품이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지만) 지난해에 자전적 장편소설 <출신>(은행나무)를 출간했다. 독일 문단의 대표작가로 우뚝서고 있다고.

반년 정도의 터울이 있지만 두 작가의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걸로 보아 의도적인 계획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보스니아 내전기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구유고연방의 영화감독 에밀(에미르) 쿠스투리차의 영화들이 그간에 내가 접해본 전부였다. 책이 더 나와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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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모호한데 ‘전세계 선사시대 통사‘로 분류되는 책이다. 독일의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의 <인류는 어떻게 역사 되었는가>(글항아리).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가 부제다. 소개는 이렇다.

˝세계적 권위의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가 쓴 전 세계 선사시대 통사다. 국내엔 낯선 이름이지만 고고학자로는 최초로 독일 라이프니츠 상을 수상한 헤르만 파르칭거는 고고학의 초국가적 협력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학술적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해온 것을 인정받아 로이힐린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평생의 공력을 한 권에 집약한 것이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원제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다.˝

제목이 원제와 다르다고 하니 추정해보게 되는데, ‘인류는 어떻게 역사시대로 넘어오게 되었나‘ 정도의 뜻이지 싶다. 문자에 의한 기록을 분기점으로 선사(역사 이전)와 역사를 나누지만 ‘선사시대 통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역사란 말을 확장적 의미로 쓰기도 한다. 넓은 의미의 역사=선사+좁은 의미의 역사. 아무려나 선사시대에 관한 표준적인 견해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볼 수 있겠다.

이 좁은 의미의 역사를 다르게는 문명사라고도 부르는데 중국의 역사학자 쑹룽지의 <신세계사>(흐름출판)이 새롭게 다루고자 하는 역사의 범위다. 전3권가운데 1권이 얼마전에 나왔다. 새롭고 과감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고 해서 구입해놓고 초빈부밖에 읽지 못했는데,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합쳐 놓은 것과 같다.˝ 과연 그런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역사시대로 넘어오지 않고 선사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고고학과 함께 요즘은 유전학에서 다룬다. 하버드대학교 유전학과의 데이비드 라이크가 쓴 <믹스처>(동녘사이어스)가 그 사례다(이 주제의 책이 몇권 더 있다). ˝인류의 기원과 차별의 역사를 유전학으로 밝혀내는 놀라운 여정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로서 저자가 인류에게 던지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은 보기 드문 역작˝이라는 소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가 핵심을 짚어준다. ˝인간의 기원만큼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도 없다. 우리의 기원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가장 최신의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따져보니 고고학 분야의 책들을 읽어본 게 몇년 전이다. 업데이트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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