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을 다시 손에 들면서(안 쓰던 뇌근육을 다시 쓰는 기분이다) 책들을 다시 소집하고 있는데(필요한 몇권의 책은 서가에서 못찾고 있다. 짐작에 나는 50권 이상의 지젝 책을 갖고 있다) 켈시 우드의 <한권으로 읽는 지젝>(인간사랑)도 그중 하나다. 번역본보다 원서를 먼저 구입했던 책.
미국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것으로만 소개되는데 특별히 이름있는 저자는 아니다. 다만 ‘리더스 가이드‘라는 원서 부제에 충실하게도 지젝의 전체 저작(2012년까지)의 개요를 잘 정리해주고 있는 책이다. 일종의 지도라고 할까. 게다가 원서의 문장도 아주 평이하고 그에 따라 번역본의 가독성도 좋다. 지젝이라면 난해함을 떠올리는 독자들에게는(부당한 이미지이긴 하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지젝이 난해하다면 그가 해설하는 헤겔과 라캉이 난해해서다. 그럼에도 지젝은 그들을 이해하게끔 해준다) 맞춤한 입문서다(물론 지젝을 얼마간 읽은 독자, 철학에 대한 얼마간의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 맞춤하다).
다만 번역어 선택이 특이할 때가 있는데 정신분석의 transference를 ‘이심전심‘으로 옮기는 식이다. 통상 ‘전이‘라고 옮겨지므로 원어를 병기해주거나 각주에서 번역어 선택에 대해 해명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설마 심리학계에서 ‘이심전심‘을 개념어로 쓰지는 않을 듯하기에.
역자는 철학박사로 이력이 소개되는데 제이슨 포웰의 <데리다 평전>(인간사랑)과 이 책이 번역서다. <데리다 평전>은 기억에 영어권에서 나온 최초의 평전이었다. 이후에 데리다 브누아 페터스의 <데리다, 해체의 철학자>(그린비)가 추가되는데, 이 책의 원서도 너무 일찍 구해놓는 정작 필요할 때는 행방을 찾지 못해 독서가 지연되었다. 하는 수없이 원서의 보급판을 다시 주문해서(그렇게 하드카바와 소프트카바, 두종을 갖고 있는 책들이 몇권 된다) 내일 배송받을 예정이다. 이 가이드북과 평전들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간수해야겠다. 그래야 끝까지 읽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