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의 평론집(이라기보다는 연구서)가 나왔다. '내가 사랑한 시인들. 세번째'란 부제의 <'한국적 서정성'이라는 환을 좇아서>(문학과지성사). 세번째니까 앞서 두 권이 더 나왔다는 것인데, 추적해보니 <네안데르탈인의 귀향>(2008)이 처음이었고, <1980년대의 북극꽃들아, 뿔고둥을 불어라>(2014)가 둘째 권이었다. 
















그렇지만, 한국현대시사의 연대기적 탐색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이번에 나온 책이 가장 앞자리에 놓인다. 제목에서도 시그렇지만, 한국현대시사의 연대기적 탐색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이번에 나온 책이 가장 앞자리에 놓인다. 제목에서도 시사되지만 '한국적 서정'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김소월부터, 백석, 김영랑, 이상, 윤동주, 김수영, 김춘수 등 한국시사의 주요 별자리들을 다시 읽고 시사적 맥락을 새롭게 설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앞선 두 권의 책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현대시인들에 대한 강의를 몇 차례 진행하면갖게 된 생각을 견주어보기 위해서다(기회가 되는 대로, 내년이나 후년쯤에 한국현대시에 대한 강의책도 펴내려 한다). 
















비평서라기보다는 연구서라고 적었는데, 저자는 서문의 제목을 '국어국문학과로 적을 옮기고 나서'라고 붙였다. 불문학을 전공하고(중세불문학 전공) 대학의 불문학 교수(충남대)로 재직중에 국문학 교수(연대)로 전직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외국문학 전공자이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한 이는 아주 많다(창비의 백낙청, 염무웅, 문지의 김현, 김치수, 김주연, 그리고 <세계문학>의 김우창, 유종호 선생 등). 국문학 전공자들보다도 더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역전되어 현재 등단하는 젊은 평론가들은 대부분이 국문학 전공자다. 


그렇더라도 대학은 전공이 전문화되어 있어서, 외국문학 전공자가 국문학 교수로 이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 않나 싶다. 예외적이라면 유종호 선생이 영문학 교수(이대)로 정년을 마친 이후에 국문과(연대)의 석좌교수로 부임한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번 책은 대학에서 불문학 대신에 한국문학을 20년간 연구하고 강의한 경험을 담고 있어서 평론가 정과리(알라딘에서는 필명 대신에 본명인 '정명교'로 저자명을 표기하고 있다)의 저작이라기보다는 국문학자 정명교 교수의 저작의 성격이 더 강하다. 
















불문학 전공자로 한국문학비평에 기여한 평론가는 단연 김현 선생이 대표적이다. 그 다음세대(소위 '문사세대') 대표 평론가가 정과리이다. 김현 선생보다 조금 아래 연배가 작고한 황현산 선생이며(아폴리네르 전공), 정과리 교수보다 조금 아래 연배가 조재룡 교수(보들레르 전공)다. 
















프랑스문학자이면서 동시에 한국문학비평에 기여분을 갖고 있는 분들을 꼽아보자면 그렇다. 과문하여 그 다음 세대 평론가는 떠오르지 않는다. 김현 선생도 그렇지만, 프랑스문학 전공자들이 특히 시 읽기에서 성실함과 섬세함을 보여준 점이 돋보인다.   


요즘은 그런 시도가 잘 눈에 띄지 않는데(김현의 '비평의 유형학을 위하여' 같은) 일종의 메타비평으로서 프랑스문학 전공자들의 비평세계(특징과 의의)에 대해 짚어주는 평론도 기대해봄직하다. 나대로의 견해는 나중에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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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제목을 나란히 적었다. 에이미 추아의 <정치적 부족주의>(부키)와 마이클 영의 <능력주의>(이매진). 둘다 책이 나오기 전에 이름을 알고 있던 터라 낯설지는 않다. 같이 묶은 것은 나란히 출간되었기 때문. 원저로만 보자면 서로 만나기 어려운 책이긴 하다. <정치적 부족주의>(2018)과 <능력주의>(1958)보다 한참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추아는 중국계 미국 학자로 우리와는 구면이다. 단독저작은 앞서 세 권이 소개되었고 <타이거 마더>를 제외하면 국제정치 분야의 책들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지만 미국뿐 아니라 우리의 정치 현실에도 잘 와닿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저자는 물론 전세계 각지의 상황을 '정치적 부족주의'의 키워드로 설명한다).

"국제 분쟁 전문가이자 <불타는 세계><제국의 미래> 저자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의 신작으로,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혐오'의 원인을 기존의 좌우 구도가 아닌 '부족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미국이 부족주의를 간과하고, 냉전 프레임으로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보는 바람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부족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책의 프롤로그를 읽었는데, 읽을 만한 책이다. 번역도 매끈하다. 역자가 최근에 낸 책들이 모두 읽어볼 만한 책들이고, 믿을 만한 번역본들이다. 





'











한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최근에 나온 데이비드 런시먼의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아날로그)도 가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민주주의가 어떻게 끝나는가'(원제)를 성찰하고 있다. 지난가을에 나온 크리스 헤지스의 <미국의 미래>(오월의봄)도 서가에서 빼내왔는데(원서도 찾아봐야겠다) 부제가 '7개의 키워드로 보는 미국 파멸 보고서'였다. 지금이라면 키워드 하나가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내친 김에 짚자면, 한국 정치와 관련해서는 강준만의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인물과사상사), 장자연-윤지오 사건을 치밀하게 다룬 조정환의 <증언혐오>와 <까판의 문법>(갈무리)이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 국내외서 모두 정치철학이나 이론서와 구체적인 사건 저널리즘 사이의 책들로 분류할 수 있겠다.




 












로버트 영의 <능력주의>는 외양의 인상과는 다르게 소설이다. 일종의 어젠다 소설(우리식으론 <82년생 김지영>이 그에 속하겠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능력주의'란 말의 저작권자라는 점. 그러니까 이 소설과 함께 능력주의란 말이 탄생했고 유포되었다. 그런 사실은 <능력주의는 허구다>(사이)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원제는 '능력주의 신화'), 이 책에 대해서는 서평에서 다룬 바 있다(유익한 책이지만 번역에 문제가 많다). 
















능력주의와 호환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 '엘리트주의'이기도 한데, 이 주제를 다룬 책들에 주목해왔다. 크리스토퍼 헤이즈의 <똑똑함의 숭배>(갈라파고스)도 거기에 속하는 책으로 역시 리뷰에서 다뤘었다. 이 주제의 책들로 <엘리트 제국의 몰락>(북라이프), <엘리트 독식사회>(생각의힘),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원더박스)을 더 꼽을 수 있다. 모두 지난해에 나온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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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19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가라타니 고진 다시 읽기

10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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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 단편 전집 1>(부북스)이 출간돼 궁금해서 구입했다. 어느 정도 규모이며 언제쯤 완간되는지. 대표 역자로서 안삼환 교수의 서문을 보니 이 전집은 '토마스만독회'의 결과물인데, 전체 5권 정도라 한다. 다만, 공동 번역서라서 전체가 완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소위 학회전집의 경우 국내에서 제때 나온 전례가 없지 않나 싶다. 괴테학회 편의 괴테 전집도 결국엔 나오다 말았기에). 그래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완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게 된다.  

















'단편 전집'이라고 돼 있는데, 분류상으로는 <토니오 크뢰거> 같은 중편도 포함하는 전집이다. 그리고 대표 중단편들은 이미 번역돼 있는데, 이번 전집은 말 그대로 단편 전집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부북스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부클래식)에는 토마스 만의 중편 <토니오 크뢰거>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이 개별 작품으로 포함돼 있다. 사실 세계문학전집 출판사 가운데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잘 눈에 띄지 않는데, 토마스 만 단편 전집은 "영업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기획이어서 다른 출판사들이 주목하지 않은 듯싶다. 















안삼환 교수는 <젊은 베르터의 괴로움>을 부북스에서 새로 번역 출간했는데, 부클래식에는 두행숙 박사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들어 있다. 같은 작품의 두 번역본이 같은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가 있는 희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 인연이 토마스 만 단편 전집으로까지 이어진 듯싶은데, 모쪼록 문학 독자로서 완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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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0-04-1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기획 29주년 특별판 전집을 출간한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는 양호한 편인가요.
토마스 만 단편 전집 기대됩니다.^^

로쟈 2020-04-11 23:21   좋아요 0 | URL
29년만에 완결된다는 게 넌센스죠.^^;
 

지성사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심지어 국내 '첫 입문서'라고. 리처드 왓모어의 <지성사란 무엇인가?>(오월의봄). 그런데 소개를 보니 특별히 케임브리지 학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성사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히 탐구되고 있는 분야로, 정치사상, 과학적 학설, 정념, 감각, 도시계획, 민족국가, 노동계급 등 연구 대상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저자 리처드 왓모어는 18~19세기 정치사상사 전문가답게 흔히 '케임브리지 학파'로 불리는 J. G. A. 포콕, 퀜틴 스키너, 이슈트반 혼트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정치사상사 연구가 변모해온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지성사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탐구한다."
















거명되는 학자 가운데 퀜틴 스키너는 제법 소개된 학자다. 주저인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1,2>와 <역사를 읽는 방법>(돌베개) 등이 소개되었다. 
















심지어 스키너의 정치사상사 연구 방법론에 관한 논쟁도 소개돼 있다. 같이 거명된 포콕은 '포칵'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학자다(존 그레빌 에이가드 포칵). 


 













스키너와 포콕 모두 저명한 정치사상사가이자 마키아벨리 연구자다. 케임브리지학파가 지성사=정치사상사란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것. 그 배경에 관해서 알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지성사의 원조로 내가 처음 소개받은 학자는 아서 러브조이이고, <존재의 대연쇄>(탐구당)가 그의 대표작이다. 지금 보니 1984년에 번역돼 나왔다. 역자인 차하순 교수가 국내에선 지성사 소개자이기도 했다. 기억에 르네상스시대 사상사 전공이고 서강대학에 재직하면서 제자들도 길러냈다. <마키아벨리언 모멘트>를 옮긴 곽차섭 교수도 제자(영국에 케임브리지학파가 있다면 한국 지성사학계에는 서강학파가 있는 것인지? 내부 사정은 알지 못하겠다). 
















곽차섭 교수도 국내의 대표적인 마키아벨리 학자로 평전과 <군주론>을 포함해 여러 번역서를 펴냈다. 역사학자들의 대담집 <탐사>(푸른역사)에는 스키너도 한 장이 할애돼 있다. 
















아, 서강대 김영한 명예교수도 지성사 분야가 전공이다. 편저로 <서양의 지적 운동1,2>(지식산업사)가 국내 지성사학계의 업적으로 보인다. '지성사'란 키워드 때문에 연상하게 된 몇 가지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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