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에 나온 책이 있다. 김재준의 <한달 진보주의자 되기>(파레시아).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위한'이 수식어로 붙었다. '한달'은 오늘 선거일(며칠전 사전 선거일)을 염두에 둔 것이지 싶다.  

















첫문장과 목차만으로도 대략 어림할 수 있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크리에이티브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진보주의자가 되어 보라. 매일 진보적인 생각을 해 보라. 지금까지 오른쪽으로 떠밀려가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밀고 가보자." 


1. 보수는 정신적 노화다

2. 예술가는 왜 진보주의자인가?

3. 투표만으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

4.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역사적 책무다


"투표만으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에 해당하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은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나는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를 했다. 예상보다 줄이 길어서 40분만에). 이제껏 단 한차례도 '보수'에 투표한 적이 없으므로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책이지만, 혹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점차 보수적이 되어간다고 생각되는 독자가 있다면 일독해볼만하다. 


어떻게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예술을 창작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면 된다고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안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진보 정당에 투표하라 투표 한 차례로 진보주의자가 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어렵고 중요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진보 정당에 대한 투표는 간단한 행동이지만, 진보주의자가 되기 위한 가장 극단적이고 결정적인 선택이자 진보주의자로서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투표를 하고도 내친 김에 진보적 생활을 기획해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저자의 조언대로 '예술하는 습관'을 시도해봄직하다. '예술적 상상력'을 연습하고, <푸코의 예술철학>도 손에 들 수 있겠다. 다음 대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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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0-04-1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 나름의 소심한 선거운동!^^

로쟈 2020-04-15 16:04   좋아요 0 | URL
넛지에요. 참견들은 싫어하니까..
 

대런 맥가비의 <가난 사파리>(돌베개)의 부제다. '하층계급은 왜 분노하는가.' 1984년생 저자의 데뷔작이면서 가장 탁월한 정치적 글쓰기에 주어진다는 오웰상 수상작이라는 책이다. 

















"가난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스코틀랜드 빈민지역에서 자란 래퍼이자 칼럼니스트인 대런 맥가비가 자신의 성장 경험, 아동·청소년 대상 활동과 교도소 재소자 대상 랩 워크숍 등을 하면서 만난 하층계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난과 학대, 중독과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의 마음풍경을 신랄하고 위트 넘치게 담아내며 좌우파 모두에 이의를 제기한다."
















생각난 김에 같은 주제(빈곤/불평등)를 다룬 책들을 검색해보았다. 프랑스 쪽으로는 크리스티앙 파쥬의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김영사),미국은 척 콜린스의 <미국의 불평등은 돌이킬 수 없는가>(내인생의책), 일본은 하시모토 겐지의 <계급도시>(킹콩북)이 같이 묶일 수 있는 책들이다. 
















국내서로는 김병권의 <사회적 상속>(이음), 조귀동의 <세습중산층 사회>(생각의힘), 조기현의 <아빠의 아빠가 됐다>(이매진) 등이 같은 분야의 책이다. 이 가운데 <세습중산층 사회>는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기도 한데, 나중에 서평강의에서 다루게 될지 모르겠다. 
















아, <가난 사파리>가 오웰상을 받았다고 하니 빈곤 르포르타주 대표작 <위건부두로 가는 길>도 소환해놓는다. 도시 빈민 문제를 다룬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도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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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인생을 바꾸는 고전의 힘

5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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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맨 2020-04-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기계가 아닌 일하는 ‘인간’으로 살고 싶은 현실에서, 가슴을 때리는 고전 페이퍼입니다.

로쟈 2020-04-16 20:53   좋아요 0 | URL
점점 안 읽히는 듯해서요..
 

아침에 뉴스공장을 들으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본의 의료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다. 물론 아베 정부의 태만과 방임, 대처 미흡으로 인한 인재의 성격이 더 강하다. 사태는 이제 시작인 국면이어서 어느 지경까지 가게 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데, 너무도 자연스레 한일간의 차이(이제는 격차라고 해야겠다)가 드러나는 듯싶다. 정치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뉴스공장에서 자자 아베 정부의 실상에 대해 해설해주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아무래도 방송을 통한 인지도와 무관하지 않겠다). 이번에 나온 건 <신친일파>. 원래 독도지킴이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의 이미지는 아베 전문가다. 더불어, 신친일파(토착왜구라고 불리는)의 실상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앞서 나온 책으로는 뉴스공장의 일본통신원인 이영채 교수 공저의 <한일 우익근대사 완전정복>(창비)도 있었다. 서현섭의 <일본 극우의 탄생>(라의눈)과 일본 저널리스트의 <일본회의의 정체>(율리시스) 등도 참고도서. 


돌이켜보면 한일 정상이 박근혜와 아베였던 시절도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그때 발생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거꾸로 와해돼가는 일본의 현실은 역사의 교훈을 잊은 국가의 말로를 보여주는 듯싶다. 일본은 아베와 극우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을지, '정상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 부러워하는 일본인들이 있다고 하는데, 내일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선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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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3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4 0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현대문화사'를 부제로 한 책이 출간되었다. <원본 없는 판타지>(후마니타스). 부제 때문에 기억하게 된 책이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현대문학사'다. 앞서 나왔던 <문학을 부수는 문학>(민음사)의 부제. 출판사는 다르지만, 같은 시리즈의 시민강좌를 엮는 것이고, 평론가 오혜진의 기획이다. 둘 사이에 나온 책이 평론집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오월의봄)이었다. 

















"2018년의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10강,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서울시여성가족재단 공동 주관) 강좌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기반으로 왕성히 활동해 온 작가, 비평가, 연구자가 강사로 참여해, 한국 현대문화사의 변곡점을 페미니스트 시점으로 들춰내고, 페미니즘의 최신 논의들과 접목해 내는 반가운 기획이었다. <원본 없는 판타지>(부제: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는 강연을 바탕으로 다시 쓰인 10편의 원고와 새롭게 추가된 4편의 글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페미니즘을 표방한 책은 다수가 출간돼 있고, 문학비평집 쪽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목소리를 내고 있는 평론가가 아닌가 싶다. '원본 없는 판타지'라는 제목의 취지는 기획자가 쓴 서문의 한 대목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원대한 야심 중 하나는 기존 문화사의 성적 배치, 즉 남자와 여자, 이성애자와 비이성애자,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의 위치를 그저 기계적으로 뒤바꾸는 것을 페미니즘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유일한 방법론으로 간주하는 게으르고 편협한 사고를 단호히 물리치는 것이다. 그런 인식은 가부장제는 물론, 제국주의, 국민/국가주의, 자본주의 등 지배질서로 환원되지 않는 모든 기이하고 번역 불가능한 비규범적 실천들을 오직 반대정치의 산물로 치부해 버린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기존 지배질서와 전통을 원본’(original)으로 상정한 채 본질주의를 승인·수호하게 되는 자가당착을 수반한다. 또한, 모든 비규범적 욕망과 실천들은 원본에 대한 모방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기존 역사와 무관하게 창출된 원본이라고 주장됨으로써 탈역사화·탈맥락화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설득력있는 주장인지는 구체적으로 책에 실린 14편의 글을 읽어봐야 알겠다. 문학 쪽에서 페미니즘 비평에도 계보가 있을까. 그런 주제를 다룬 논문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대로 떠올리게 되는 건 김미현, 심진경 등의 평론가다. 






























대략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후반까지 패미니즘 비평의 전개과정과 양상을 살펴보자면, 두 평론가의 평론집들을 참고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다음세대의 여성 평론가도 다수 등장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세권 이상의 평론집을 펴낸 평론가는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 세대의 대표 평론가, 내지 대표적인 목소리는 시간을 두고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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