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관심을 가졌던 작품 가운데 하나가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였다. 샬럿이 생전에 발표한 세 편의 소설 가운데 마지막 작품. 사후에 첫 완성작 <교수>(1857)가 유작으로 출간돼 그녀의 작품은 모두 네 편이다. <제인 에어>(1847), <셜리>(1849), <벨레트>(1853), <교수>(1857).















'전지적 강사 시점'에 따라서, 나는 주로 작품을 언제 어느 강의에서 다룰지 궁리하게 되는데, 올 가을에 19세기 영국 여성작가들을 다루면서 브론테 자매의 작품을 읽어볼 계획이다. 샬럿과 에밀리, 앤, 세 자매가 남긴 작품(소설)은 모두 일곱 편으로, 샬럿 4편, 에밀리 1편, 앤 2편이다. 그 가운데 샬럿의 <셜리>(1849)와 앤의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1848)이 (분명치 않은 이유로)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강의에서는 그 일곱 편 가운데 네 편을 다루려고 샬럿의 작품으론 <교수>와 <제인 에어>를 골랐는데, <빌레트>가 마음에 걸렸다. 번역본이 없지 않았지만, 새 번역본이 없다는 핑계를 대려고 했다. 그런데, 절판됐던 창비판 <빌레뜨>가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이번에 다시 나왔다. <빌레트>를 포함하면 다른 작가의 작품을 한 편(내지 두 편)을 빼야 하는 일정이라서 고심이 된다. 
















굉장히 많은 번역본이 나와 있는 <제인 에어>에 비하면 <교수>는 한 종, 그리고 <빌레트>는 이제 두 종이 되었다. 이런 쏠림 현상이 강사 입장에서는 유감인데, 네 편의 장편소설 가운데 이가 하나 빠진 것처럼 된 <셜리>도 조만간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샬럿의 경우, 가장 널리 알려지고 중요한 작품은 물론 <제인 에어>이지만, <제인 에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독서가 필요하다. 무엇이 다르고 작품간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지적 강사 시점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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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제 지방강의를 다녀온 여파인지, 몸은 오늘을 주말로 생각하는 듯하다. 일요일 밤이지만 토요일 밤 같은 기분(내일은 계절도 바뀌는군). 당장 이번주 강의준비에도 바쁜 시간인데, 마음이 느긋하다. 내친 김에 페이퍼를 더 적는다. 화이트 앤 블랙, 이라고 제목을 적었는데, 두 권을 책을 떠올렸기 때문이고 동시에 '접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상황도 고려해서다. 
















먼저, 리처드 다이어의 책 <화이트>(현실문화). 표지는 까매서 특이한데(원서를 찾아보니 흰색이다) 부제가 책의 내용을 요약해준다. '백인 재현의 정치학'. 저자는 영화학자로 앞서 <스타>(한나래)란 책으로 알려진 바 있다(이미 사라진 책이 돼버렸는데, 그럴 만하다. 25년 전에 나왔으니). 영화학자답게 주로 다루는 건 영화를 중심으로 한 시각 매체에서의 백인 이미지다.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백인을 긍정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우월한 백인'을 각인시켜주는 것(거꾸로 '블랙'과 '흑인'이 어떻게 재현되는가를 비교해볼 수 있겠다.   


"다이어는 이 책에서 주로 시각적 재현을 다루고 있는데, 중세 이래 서구 문화에서 시각은 특권적 감각이었고 19세기 중반부터는 사진이 지식, 사상, 감정의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백인 얼굴을 표준으로 삼아 발전한 사진술, 할리우드 영화에서 스타를 비추는 조명 관습에서 드러나는 백인성, 기독교적인 레토릭에 부합하는 빛의 사용과 백인성의 관계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그러한 화이트(백인) 재현이 역설적으로 '가난한 백인'에 대한 주목을 가로막은 것은 아닌가 의심해볼 수도 있겠다.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살림) 같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다.
















'화이트' 덕분에 생각난 책이 알랭 바디우의 <검은색>(민음사)이다. 공산주의 철학자가 '레드'를 다루는 건 자연스러운데, 블랙(아나키즘의 색이긴 하다) 예찬? 


"진리와 혁명의 철학자인 바디우는 ‘검정(le noir)’이라는 단어 앞에서 처음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쓴다. 군대에서의 춥고 어두운 밤에서 시작해 유년 시절의 깜깜한 방, 손가락에 묻은 잉크를 지나서 혁명기 프랑스의 검은 깃발과 붉은 피에 이르기까지. ‘무색의 섬광들’이라는 부제처럼, 검은색에 관한 찬란한 사유들이 펼쳐진다."


바디우의 책들은 주섬주섬 모아놓은 상태인데, 막상 읽을 짬이 없었다(지젝도 잔뜩 밀려 있는 형국이라). 그래도 '대작'들에 비하면 가벼운 책이어서 <검은색>은 노려봄 직하다. 
















블랙(흑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좀 나와 있다. 몇 권 골라봤는데, '화이트'와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겠다. 미국 사회의, 여전히 강고한 인종차별 문제가 낳은 이번 흑인 사망 시위는 '도대체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를 새삼 질문하게 한다(낮에는 일본에 대해 던졌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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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삶의 미학과 미적 경험

8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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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과학책은 과학사 분야의 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우튼의 <과학이라는 발명>(김영사). '1572년에서 1704년 사이에 태어나 오늘의 세계를 만든 과학에 관하여'가 부제. 연도가 특정된 것은 이유가 있다고. 
















자는 "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을 관찰했던 1572년과 뉴턴이 《광학》을 출간했던 1704년 사이에 발명되었다고 주장하며, 현재 과학사의 주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혁명 같은 것은 없었다’, ‘과학혁명은 점진적으로 일어났다’는 연속적, 상대주의적 견해를 반박한다." 저자는 앞서 <의학의 진실>(마티)을 통해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데, 의학사의 이면을 들춘 책이었다. 















과학사에 대한 상식을 보강해줄 만한 책으론 레토 슈나이더의 <매드 사이언스>(뿌리와이파리) 시리즈가 있다.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매드 사이언스북>(2008)에 이어서 최근에는 <매드 매드 사이언스북>이 출간되었다. 무려 12년 터울이다. 과학사의 에피소드가 될 만한 주제로 정밀성을 향한 도전을 다룬 사이먼 윈체스터의 <완벽주의자들>(북라이프)도 이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필독의 책이겠다. 
















국내서로는 과학사 전공의 과학저술가 정인경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여문책)가 얼마 전에 출간되었다. 과햑사 분야의 책은 많이 나와 있는 편이지만, 좀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아, 그리고 기억을 주제로 한 책들은 따로 적어야 할 테지만, 여유가 없는 핑계로 같이 적는다. 글도 과학책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이 <기억>(열린책들)인데, 마침 찰스 퍼니휴의 <기억의 과학>(에이도스)도 최근에 나왔다. '뇌과학이 말하는 기억의 비밀'이 부제. 기억이란 주제를 소설가는 어떻게 푸는지 살펴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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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서 분야의 책들도 그간에 많이 나왔는데, 페이퍼로는 정리해놓지 못했다(알라딘TV도 나온 김에 안식년에 들어가도 되지 않나 싶다). 문학이론서 가운데서는 단연 낸시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그린비)가 눈에 띄는데, 제목과 부제('섹슈얼리틴, 젠더, 소설')는 범위가 넓은 듯싶지만 실제로는 영소설 연구서다. 
















주로 18-19세기 영소설에 나타난 욕망과 가정, 여성 문제를 다룬다. 원저를 안 그래도 작년인가 재작년에 구해놓은 터였는데, 번역서가 나와서 반갑다(그때 같이 구했던 책이 <소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여성학이론서로도 분류되지만, 소설론과 영미문학론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
















영미문학론 범주의 책으로는 지난 연말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에서 세 권의 책을 한꺼번에 냈었다. <20세기 영국소설 강의><20세기 미국소설 강의><영미 소설 속 장르>가 그것들인데, 이 책들을 모두 구입했으니 나도 학회 '회원' 수준이다. 일반 독자야 읽을 일이 별로 없는 연구서들이지만, 강의시에는 참고가 된다. 최소한 작가나 작품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전공자들의 견해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이런 류의 책이 영미문학에 주로 한정돼 있다는 게 불만이다. 다른 언어권의 연구서는 가물에 콩 나듯 해서 하는 말이다(전공자의 수가를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가장 큰 이유는 전공자 수보다도 독자수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라캉 정신분석 쪽의 책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 저자들의 책이란 점이 눈에 띄는데(전공자들은 '라깡'이란 표기를 선호한다), 백상현의 <라깡의 정치학>(에디투스)이 대표적으로 '세미나11 강해'가 부제다. 


 














다행인 건 <세미나11>이 번역돼 있다는 점. 앞서 나왔던 <라깡의 인간학>(위고)은 '세미나7 강해'였던 터라, 사실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였다. 맷돌만 있고 손잡이가 없는 형국에 견주자면, 손잡이만 있고 맷돌이 없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 
















사실 그런 사태는 <세미나>뿐 아니라 <에크리>의 경우에도 익숙한 사태였는데, 지난해 <에크리> 번역본이 출현했으니 사정이 좀 달라지긴 했다. 이젠 어떻게 읽어야 할지, 에크리 읽기에 관한 안내서들이 더 나와줄 차례다. 곧 어처구니들이 출현할 차례다. 
















영어권에서는 브루스 핑크의 책을 제외하고도 에크리 자세히 읽기에 해당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참고가 된다. 책들은 구해놓았는데, 한국어판도 나올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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