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에덴은 어디에 있는가

7년 전에 쓴 리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로쟈 > '사냥개 같은 시대'에 대한 증언

11년 전에 쓴 리뷰다. 만델슈탐의 회고록 영어퍈 두권은 오늘 마저 구했다. 번역도 마저 되면 좋겠는데 가능한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달 한국문학 강의에서 읽은 작가는 최인훈이다. 데뷔작인 <그레이구락부 전말기><라울전>과 <광장><회색인>, 그리고 마지막 장편소설 <화두>를 읽었다. 분량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의의상으로는 최인훈 문학의 8할을 읽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작가 자신이 <광장>과 <화두>의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개인적으로 <화두>의 완독에는 16년의 시간이 걸렸다. 1994년 초판이 나왔을 때 1권을 읽었고,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권의 독서는 미뤄두었다가 흐지부지 되었다(여러 번의 이사를 하면서 1994년판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최인훈은 개작에 공을 들인 대표적 작가인데, 대표작 <광장>을 여섯 차례 이상 개작(보완과 수정)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지막 작품 <화두>도 3종의 판본이 있는데, 1994년 민음사판을 개정하여 2002년에 다시 출간할 때도 주로 한자어를 우리말로 고치는 등 많은 수정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문학과지성사의 전집판(2008년)으로 나올 때도 수정이 가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교정되지 않은 오타나 착오가 남아 있어서 놀랐다. 이번에 처음 읽은 2권에서 나오는 대목으로 푸슈킨 시(뿌쉬낀 시)의 여름궁전을 방문한 일을 적으며 작가는 이렇게 썼다. 



"이 궁전의 주인이었던 예까쩨리나 여제의 초상이며, 1912년 나폴레옹 침공전쟁 그림 등이 기억에 남을 만한 큰 작품들이며 이 궁전은 소장품이 중심이 되어 있는 듯한 에르미따즈와는 달리 궁전 자체가 전시품인 성격이 짙었다."(465쪽)


민음사나 문이재판과 비교해봐야겠지만, 앞선 판본들에서도 '1912년 나폴레옹 침공전쟁'(1812년 전쟁이다)이라고 돼 있다면 작가의 착오이고(편집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건 유감이다), 전집판에서만 오기돼 있는 거라면 담당 편집자가 엄중히 문책받을 만한 일이다. 인문서라면 눈감아줄 수 있는 일이지만 <화두>는 '작품'이다.  


그와는 별도로 나는 나폴레옹 전쟁 그림이 예카테리나궁(여름궁전)에 걸려 있었는지 의문이다. 두 차례 방문했지만 기억에 없어서인데, 인터넷상으로 둘러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국립국어원 표기로는 '예르미타시', 최인훈의 표기로는 '에르미따즈')에는 걸려 있다. 확실치는 않지만 작가의 기억에 착오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1학년까지)를 다닌 최인훈은 북한에서 배운 러시아어를 뒤늦게 떠올리며 러시아어 단어들과 알파벳(키릴문자)을 상당수 본문에 적어놓기도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여러 곳에서 오타를 범했다. 추정으로는 육필 원고를 타이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로 보이는데(대표적으로는 러시아어 철자 П가 뒤집혀서 표기되었다) 소위 '정본'격인 전집판에 이런 오타나 오기가 남아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생전에 작가가 왜 체크하지 않았을까?). 설마 94년판에서부터 그랬다면 미스터리한 일이고. 


<화두>는 김명인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한국 현대소설사에서는 참으로 찾아보기 힘든 깊은 지적 사유가 담겨 있는 지식인 소설"이다. 그렇지만 이 지극히 '독백적인' 소설(작중 화자 '나'는 최인훈 과 거의 일치하기에 소설은 회고록이나 자서전으로 읽혀도 무방하다)이 에세이가 아닌 '소설'로서 별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유의 높이와 소설의 높이를 작가는 구별하지 않는 듯싶다. 이미 관념이 소설적 육체를 대신해온 최인훈 문학의 종착점이라고 하면 기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쉽게 여겨진다.   







 









최인훈 전집(전15권)에는 소설과 희곡 외에 세 권의 수필 내지 산문집에 포함돼 있다. <화두>는 그 뒤에 붙어 있는데, 공식으로 표현하면 <광장>과 이 산문집들의 확장 내지 융합 형태가 <화두>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것도 있는데, <광장>에 나왔던 사랑이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주제가 최인훈 문학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온 터라 <화두>에서 '윤애'나 '은혜'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랄 건 아니다. 대신 <화두> 후반부의 러시아여행기에는 두 명의 통역사가 등장하는데, 알렉산드르와 블라디미르다. 특히 페테르부르크 가이드를 맡은 블라디미르는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버스가 출발하자 앞자리에서 러시아 젊은이가 일어서서 한국말로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기쁘다면서 자기는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이며, 레닌그라드 대학 역사학과 4학년생이며 한국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역사의 어느 분야인가고 묻는 말에 가야 역사 전공이노라는 대답에, 차 안은 순간 차분해졌다. 알맞게 큰 키에 말랐으며, 금발에 유별나게 어려 보이는 젊은이다."(450쪽)
















블라디미르와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 대목이다. 알려진 사실인데, 이 장면에 등장하는 블라디미르는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곧 (나중에 한국으로 귀화했고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 있는) 박노자 교수다. 1973년생이기에 최인훈의 러시아여행(1992년 가을)시에 만 스무살이 안된 나이였다(유별나게 어려 보인 게 당연하다). <전환의 시대>(2018)를 내면서 가진 한 인터뷰를 보니 아직 <화두>를 읽지 않았다고 하는데(<광장>에 대해서는 학술발표를 한 적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인물로 등장한 소설에 대해서 어떤 소감을 가질지 궁금하다(앞서 적은 오타들이 걱정되는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그렇다고 매주 고를 생각은 아직 없다). 분야로 치면 문학에서도 가능하지만, 예전에 이 코너에서 자주 등장했던 세 명의 인문 저자를 다시 호명한다. 가나다순으로 강신주, 박홍규, 정수일이다.
















지난여름에 선보였던 강신주의 역사철학, 정치철학강의의 셋째권이 출간되었다. <구경꾼 VS 주체>(오월의봄). 순서상으로는 둘째권이 나와야 하지만, '1960년대 학생운동과 기 드보르의 테제'를 다룬 셋째권이 앞질러 나왔다.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강의’ 세 번째 권은 프랑스 상황주의자이자 아방가르드 예술가, 영화감독이었던 기 드보르의 테제를 바탕으로 1960년대 학생운동과 냉전체제를 살피고 있다. 전작 《철학 VS 실천》과 마찬가지로 억압과 착취를 강요해온 억압체제의 본질을 벗겨내면서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 삶과 사랑의 주인으로서 억압체제와 싸운 사람들을 되살려낸다."


1권도 상당한 분량이었는데, 이번 책은 한술 더 떠서 1300쪽이 넘는다. 가공할 만한 필력이요 입담이 아닐 수 없다. 관심이 가는 책이긴 하지만, 연휴에 손에 쥘 수 있을지는 분량상 장담하기 어렵다(봄부터 밀린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도 있어서다).
















필력에서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 박홍규 교수의 책들도 추가되었다. <인문학의 거짓말>(인물과사상사) 둘째권과 <저항하는 지성, 고야>(푸른들녘)이다. '호모 크리티쿠스 시즌2'의 첫 권. 지난주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에 대한 강의를 한 뒤에, 스페인 관련서로 주문한 책이기도 하다. 















덕분에 관심을 갖게 돼 고야에 관한 책은 몇 권 더 갖추었다. 토도로프의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아모르문디)만 책장에서 찾으면 된다. 
















실크로드학의 최고 권위자 정수일 교수도 관련서 목록에 <우리 안의 실크로드>(창비)를 추가했다. "저자가 지난 11년간 국내외에서 개최된 실크로드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형식으로 발표한 논문 가운데 22편을 골라 엮은 것으로, <문명교류사 연구>와 <문명담론과 문명교류>에 이은 세번째 논문집이다."
















저자의 방대한 저술은 경탄을 자아내는데, 한편으로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분야에서 이만한 학자가 또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내가 일개 독자일 뿐 전공자는 아니라는 것. 나는 장서용으로 구비해놓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대전사는 많이 나와 있는 편인데, 올해는 전쟁사가 A.J.P. 테일러의 책들에 주목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지식의기원, 2003)이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페이퍼로드)으로 재간된 데 이어서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1,2>가 한꺼번에 나와서다. 소개는 이렇다.















유럽에서 가장 급진적인 역사가”(<더 가디언The Guardian>)이자 가장 엄밀하며, 가장 독창적이고, 가장 호소력 있는 역사가”(<트리뷴Tribune>). A. J. P. 테일러의 모든 연구 성과를 담은 대작,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이 페이퍼로드 출판사에서 한 묶음으로 출간되었다. “역사학의 마스터피스”(<옵저버The Observer>), “후대의 책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빛나는 역작”(<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이라는 찬사처럼 저자는 전쟁사와 외교사와 정치사라는 세 분야의 역사를 그야말로 거장다운 솜씨로 우리 앞에 풀어낸다.
















2차세계 대전 관련서는 지난해와 올해 계속 나왔고 당연하게도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이미 더 나올 것이 있나 싶었던 히틀러 평전만 하더라도 계속 나오고 있기에). 
















테일러 이전에 세계대전사의 기본서는 존 키건의 책들이었다. 그밖에 안토니 비버나 이언 커쇼 같은 쟁쟁한 역사학자들의 책들이 나와 있다. 여유가 있다면 이 분야의 책들도 정리해보고 싶지만, 이 분야는 따로 '덕후'들이 있기에 굳이 거들 필요는 없을 듯도 하다. 잘 정리된 리뷰를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