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그렇다고 매주 고를 생각은 아직 없다). 분야로 치면 문학에서도 가능하지만, 예전에 이 코너에서 자주 등장했던 세 명의 인문 저자를 다시 호명한다. 가나다순으로 강신주, 박홍규, 정수일이다.
지난여름에 선보였던 강신주의 역사철학, 정치철학강의의 셋째권이 출간되었다. <구경꾼 VS 주체>(오월의봄). 순서상으로는 둘째권이 나와야 하지만, '1960년대 학생운동과 기 드보르의 테제'를 다룬 셋째권이 앞질러 나왔다.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강의’ 세 번째 권은 프랑스 상황주의자이자 아방가르드 예술가, 영화감독이었던 기 드보르의 테제를 바탕으로 1960년대 학생운동과 냉전체제를 살피고 있다. 전작 《철학 VS 실천》과 마찬가지로 억압과 착취를 강요해온 억압체제의 본질을 벗겨내면서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 삶과 사랑의 주인으로서 억압체제와 싸운 사람들을 되살려낸다."
1권도 상당한 분량이었는데, 이번 책은 한술 더 떠서 1300쪽이 넘는다. 가공할 만한 필력이요 입담이 아닐 수 없다. 관심이 가는 책이긴 하지만, 연휴에 손에 쥘 수 있을지는 분량상 장담하기 어렵다(봄부터 밀린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도 있어서다).


필력에서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 박홍규 교수의 책들도 추가되었다. <인문학의 거짓말>(인물과사상사) 둘째권과 <저항하는 지성, 고야>(푸른들녘)이다. '호모 크리티쿠스 시즌2'의 첫 권. 지난주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에 대한 강의를 한 뒤에, 스페인 관련서로 주문한 책이기도 하다.
덕분에 관심을 갖게 돼 고야에 관한 책은 몇 권 더 갖추었다. 토도로프의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아모르문디)만 책장에서 찾으면 된다.
실크로드학의 최고 권위자 정수일 교수도 관련서 목록에 <우리 안의 실크로드>(창비)를 추가했다. "저자가 지난 11년간 국내외에서 개최된 실크로드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형식으로 발표한 논문 가운데 22편을 골라 엮은 것으로, <문명교류사 연구>와 <문명담론과 문명교류>에 이은 세번째 논문집이다."
저자의 방대한 저술은 경탄을 자아내는데, 한편으로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분야에서 이만한 학자가 또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내가 일개 독자일 뿐 전공자는 아니라는 것. 나는 장서용으로 구비해놓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