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은(매일 많은 저자와 책을 발견한다. 서평가의 직업병이다) 체스터턴의 <하나님의 수수께끼가 사람의 해답보다 더 만족스럽다>(비아토르)다. 원저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체스터턴의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딱히 구매할 이유도 없지만, 체스터턴의 방대한 저작을 따로 훑을 게 아니라면 유용한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기독교 변증가로서 체스터턴의 주저는 <정통>(몇 종의 번역본이 있다), <영원한 사람>(작년에 처음 번역됐다). 
















소설가로서 체스터턴의 대표작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제외하면 <목요일이었던 남자>가 번역돼 있다. 지난해 강의에서 다룬 작품. 나로선 체스터턴이 '영국의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여겨진다. 차이라면 걸작이 없는 거장이라는 것(추리문학에 한정하면 '거장'으로 불릴 수도 있겠지만).
















체스터턴과 함께 떠올린 건 영국의 가톨릭 작가다. 당장 생각나는 이름은 그레이언 그린인데, 아직 한번도 강의에서 다루지 못했다(여성 작가로는 뮤리얼 스파크와 아이리스 머독이 대표적이다. 모두 지난해 강의에서 다뤘다). 단편집도 번역돼 있지만 강의에서 다룬다면 현재로선 <권력과 영광>(1940) 정도다. 


 














그밖에 영화로 유명한 <제3의 사나이>와 <폭탄파티> 등이 번역돼 있지만, 세계문하전집판으로는 더 나온 게 없다. '문학 속의 종교' 같은 주제의 강의를 진행한다면 필히 포함해볼 수 있는 작가다(나도 궁금하다). 한국작가로는 김동리, 황순원, 김은국, 이승우 등을 떠올려볼 수 있다.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난 김에 적어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현대시에 관한 강의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나대로의 관점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진행중인 것은 몇 가지 해명거리가 남아 있어서다. 소월과 안서의 관계 같은), 그와 관련하여 연구서도 적잖게 구하고 또 읽는다. 지난 연말(이라고 적게 되는군)에도 새로 나온 연구서들과 지나쳤던 책들을 구입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소월과 동주와 백석에 관한 책이 많다는 걸 알겠다(거기에 더하여 김춘수에 관한 한꺼번에 몇 권 더 주문했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그래서 적는 몇마디다. 
















먼저, 순서대로 소월부터. 송기한 교수의 <소월 연구>(지식과교양)가 나왔다. 한국현대시 전공으로 다수의 연구서와 평론집을 냈는데, 내가 갖고 있는 건 공저로 나온 <현국현대시사>와 <한국 현대시인연구> 등의 책이다. 이번에 나온 <소월 연구>는 그간에 축적된 소월 연구의 성과도 반영하고 있을 듯싶어서 구했다. 소월론을 정리하고 그 향방을 가늠해보기 위한 용도. 
















전에도 적었지만, 소월과 관련해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평전이 나온 게 없다. 이 특이한 공백이 언제까지나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참고로 소월 연구의 출발점으로 간주할 수 있는 책은 정한모 선생이 엮은 <김소월연구>(1982)다. 그때까지의 소월연구 성과를 정리해놓은 것. 여러 종의 전집과 함께 소월 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일반 독자로서는 다 따라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동주나 백석에 뒤진 편이다. 















윤동주와 관련해서는 김응교 교수의 <서른세 번의 만남, 백석과 동주>(아카넷)이 신간이다. 평전 <처럼>의 저자. 물론 윤동주 평전은 송우혜의 대표작 <윤동주 평전>이 아직까지 기본서에 해당한다. 




 












윤동주 연구서도 많이 나와있는 편인데, 꾸준히 읽히는 책은 드물다. 출발점은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연구>(1986)인 것 같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홍장학의 <정본 윤동주 전집>(2004)과 <원전 연구>가 주목할 만한 성과였는데, '별헤는 밤' 등의 해석에 있어서 나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윤동주와 그의 시대>(2018)를 구입 목록에서 누락했기에 장바구니에 담았다. 
















백석에 관한 책은 차고 넘치지만 최근에 나온 이상숙 교수의 <가난한 그대의 빛나는 마음>(삼인)이 눈에 띄는 책. '북한문학 속의 백석'이란 부제 때문이다. <백석 문학전집> 편찬에 관여했고, 북한문학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학자다. 1996년에 사망하기에 북한에서의 삶과 창작도 백석 이해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시에 한정하자면 나는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쪽이지만). 그린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책. 















백석은 전집과 평전이 모두 갖춰진 상태. 여러 종의 전집이 나와있는 데 비하면 평전은 아직도 빈약한 편이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은 대중적인 평전 정도로 의미가 있다. 
















백석은 아마도 이상과 함께 가장 많은 연구서가 나온 근대시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갖고 있는 책 몇권만 꼽았다. 연구논문도 있고 시해설도 있다. 시어사전까지. 백석 연구를 종합한 단독 저작은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백석 시 읽기 몇 권을 더 보탠다. 김상욱의 <잠못 드는 밤 백서의 시를 생각하며>(뒤란)은 검색하며 알게 된 책.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심을 먹기 전(점심을 먹은 뒤에야 일과를 시작할 것 같다) 막간에 두 권의 미술의 이론서를 읽을 만한 관심도서로 고른다. 캐롤 던컨의 <권력의 미학>(경당)과 리오 버사니의 <프로이트의 몸>(필로소픽)이다. 















캐롤 던컨은 앞서 <미술관이라는 환상>(1995)이 소개된 미술사가인데, <권력의 미학>(1993)은 그 전작이다. "던컨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진보적 운동과 페미니즘의 부활, 그리고 동성애 인권운동에 관한 연구와 1970년대 초반에 일어난 미술사와 비평의 만남 및 좌파와 페미니즘의 조합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미술작품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힘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 아니라 상호작용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책의 부제가 '18세기 회화부터 퍼포먼스 아트까지 미술로 본 사회, 정치, 여성'. 미술과 여성을 주제로 한 책을 많이 나오고 있는데, 미술과 정치의 관계를 다룬 책은 오랜만인 듯싶다.


















리오 버사니는 <보드레르와 프로이트> 등의 저작을 갖고 있는 프랑스문학자다. <프로이트의 몸>의 부제는 '정신분석과 예술'. "베케트, 파솔리니, 말라르메 등 여러 텍스트를 경유하는 버사니의 프로이트 독서는 정신분석의 사유가 어떻게 퀴어한 미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예시한다.<프로이트의 몸>은 지금껏 프로이트를 몰랐던 독자에게나 어느 정도 프로이트를 안다고 생각한 독자에게나 신선한 지적 충격을 줄 것이다."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 원서도 바로 구했다. 국내에도 정신분석과 예술을 다룬 책들을 드물지 않게 나와있다. 이 분야에서는 라캉 전공자인 백상현 교수가 가장 활발하게 책을 펴내고 있다. 새해 읽어볼 만한 이론서로 기대가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1-01-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부지런히 올리시는, 책 정보가 가득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로쟈 2021-01-01 17:08   좋아요 0 | URL
감사.~
 

‘푸코와 장애의 통치‘라는 제목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어서 서문을 읽는다. 독자의 범위 안에 나도 포함된다는 걸 알겠다. 그래도 아직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서론까지 읽어봐야...

이 책은 푸코의 권력 분석과 담론적 지식의 계보학이 어떻게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을지, 또한 우리의 삶을 틀 짓는 힘들의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탐색한다.
푸코에 관심 있는 사람들, 넓게는 정치 이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한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가을에 나온 황동규 시인의 시집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문학과지성사). 절친 마종기 시인의 시집(<천사의 탄식>)과 앞서거니뒤서거니 나왔다. 이분들의 나이가 여든둘, 여든하나다. 마지막 시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황동규 시인도 적었다("마지막 시집이라고 쓰려다 만다"). 딱히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연말에 올해의 책을 꼽으면서 한국문학 작품으로는 이 시집을 골랐다(소설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를 골랐다. 너무 '영화적'인 소설이었지만, 작가가 그 이상의 역작을 써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골랐다). 이보다 앞선 시집은 <연옥의 봄>(2016)과 <겨울밤 0시 5분>(2015)가 있었다. 나로서도 대학 1학년 때부터 읽었으니 33년쯤 됐다(한 학기 강의를 들은 인연으로 내게는 음성지원이 된다). 시인은 1958년에 데뷔했으니 시력 62년이다. 첫번째 시가 '불빛 한 점'이고, 그 62년을 한 점으로 모으고 있는 시이다. 


한창때 그대의 시는

그대의 앞길 밝혀주던 횃불이었어.

어지러운 세상 속으로 없던 길 내고

그대를 가게 했지. 그대가 길이었어.

 

60년이 바람처럼 오고 갔다.

이제 그대의 눈 어둑어둑,

도로 표지판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표지판들이

일 없인 들어오지 말라고 말리게끔 되었어.

 

이제 그대의 시는 안개에 갇혀 출항 못 하는

조그만 배 선장실의 불빛이 되었군,

그래도 어둠보단 낫다고 선장이 켜놓고 내린,

같이 발 묶인 그만그만한 배들을 내다보는 불빛.

어느 배에선가 나도! 하고 불이 하나 켜진다, 반갑다,

끄지 마시라.


마지막 연은 황동규 풍 그대로다. 안개에 갇혀 출항 못하는 조그만 배 선장실의 불빛 한 점이 시인이 찾은 현재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정확하고 재치있다(여든의 시인에게 쓸 말은 아니지만). 비록 여든의 나이는 아니더라도 한해의 마지막 날은 인생의 마지막 날과 같은 느낌을 잠시라도 갖게 한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는 건, 한평생을 돌아보는 일의 축소판 아닐까. 우리 각자가 불빛 하나 켜두어도 좋은 밤인 것. 당신도 끄지 마시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1-0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