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푸코 평전의 저자로 알려진(레비스트로스, 조르주 뒤메질과의 대담도 소개돼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이 나왔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 이미 한달 전에 나왔고 알라딘에서는 비교적 주목받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다. 
















"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 등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이 책은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던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동성애자 지식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관심은 그가 노동계급 출신이라는 데 있다. 소개글을 더 이어붙이면, "이 책은 사회적 지배질서와 정상성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영향 아래 개인의 주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훌륭하게 포착해내고, 교육의 재생산 효과와 프랑스 지성계의 뿌리 깊은 계급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식 장을 넘어 일반 독자층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부르디외라는 이름을 나란히 적은 것은 그 때문인데, 역자 이상길 교수가 또한 부르디외 전공자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책에 대해 작가 아니 에르노가 추천사를 붙이고 있는 이유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 에르노 역시 같은 출신 배경을 갖고 있어서다. 


"사회적이고 가족적인 경험의 프레스코화인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극단까지 밀어붙인 자기 분석이다. 그것은 문학과 마르크스주의의 발견에 매료당한 뒤, 이상적 프롤레타리아에 부합하지 않는 교양 없는 부모를 원망하며 다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자기 자신을 ‘거의 완전히 재교육’하는 민중 계급 출신 모범생의 궤적을 기술하고 객관화한다."(아니 에르노)

















에리봉의 회고록은 그래서 그 자신뿐 아니라 부르디외나 에르노를 이해하는 데도 상당히 유익하겠다 싶다(<랭스로 되돌아가다>에 앞서서 에리봉은 게이 정체성을 다룬 <게이 문제에 대한 성찰>을 출간하기도했다. 영어판 제목은 <모욕>). 영어본도 바로 구했기에 조만간 읽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 강의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비중에 따라 급이 나뉜다. 작품 외에 작가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경우. 고전 작가들이라면 당연히 전자에 해당한다. 조건이 붙는다면 작가에 관해 참고할 만한 책들이 나와있어야 한다는 것. 주로 영어로 된 자료들도 많이 구입하고 참고하지만 아무래도 한글 자료가 읽기 용이하다. 공유할 수도 있고. 















올해도 도스토예프스키 강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기에 관련한 자료들을 꼬박꼬박 챙겨놓는 편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이정식 서울문화사 대표의 '러시아 문학기행' 시리즈가 있다. <시베리아 문학기행>에 이어서 두 권의 러시아문학기행이 도스토예프스키(도스토옙스키)의 행적을 쫓고 있다. 올해 예정했던 도스토예프스키 문학기행이 무산되었기에 이 책들로 여행을 대신해보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문학기행으로는 앞서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가 나오기도 했다. 작품을 다룬 책으로는 <자유>(<죄와 벌>)와 <인간 만세!>(<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두 권의 책도 참고문헌에 속한다. 


 














또다른 러시아문학자의 책으로는 조주관 교수의 연구서 <도스토옙스키의 메타지식>(<지하로부터의 수기>)와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을 꼽을 수 있다. '케임브리지 컴패니언 시리즈'의 <도스토옙스키>도 유익한 참고문헌이다(아마도 대학원생 정도가 독자가 되겠지만). 
















국내 학자의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서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권철근 교수의 <도스토예프스키 장편소설 연구>가 그 가운데 하나였다. 저자가 최근에 새로 펴낸 연구서는 <'롤리타'바로 읽기>. 러시아문학자의 책으로는 첫 <롤리타> 연구서다. 
















작가 입문서 시리즈로 최건영 교수의 <블라지미르 나보코프>도 러시아문학자의 책이긴 하다. 나머지 연구서들을 모두 영문학 전공자의 책들이다. 















덧붙여, D.H. 로렌스(로런스)에 관한 연구서들도 모은다. 강미숙 교수의 <D.H. 로런스와 창조성의 문학>이 최근에 나와서인데, 지난해에는 백낙청 교수의 하버드대 박사학위논문이 <D.H. 로런스의 현대문명관>으로 제자들의 손에 의해 번역됐고, 더불어 논문집으로 <서양의 개벽사상가 D.H. 로런스>가 출간됐었다. 로렌스 작품에 대한 강의를 언젠가 다시 하게 되면 유익하게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다. 


당장 올해는 로렌스를 읽을 일은 없을 것 같고, 대신 미국 현대문학에 대한 강의가 예정돼 있어서 관심을 그쪽으로 돌려야 한다. 강의와 관련하여 러시아문학과 미국문학 참고자료들에 대한 페이퍼를 가끔씩 적게 될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문학 강의책을 올 하반기에는 출간하게 될 것 같은데, 그와는 별도로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책도 언젠가는 내보고 싶다. 이미 80%의 작품에 대해선 강의에서 다룬 바 있어서 한 차례 더 전작 강의를 하게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다. 물론 보완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그의 문학론을 검토하는 게 과제다. 더불어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도 같이 검토해야 하기에 견적이 꽤 되는 일이다. 
















아무튼 그건 장래의 계획이고, 이번주 강의에서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책세상)를 강의하면서 모파상의 단편에 주목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강연 '현대 일본의 개화'(1911)에서 소세키가 지나가는 길에 언급한 작품이다.


"모파상의 소설에 어떤 사내가 내연의 처에 싫증이 나서 편지를 남겼다든가 어떻다든가 해서 처를 내버려둔 채로 친구 집에 가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여자가 무척 화가 나서 결국 남자의 소재를 찾아내 심하게 항의를 합니다. 남자는 위자료를 내고 연을 끊는 담판을 시작하고 여자는 그 돈을 마루 위에 내동이치면서 "이런 것을 원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만일 정말로 당신이 나를 버릴 마음이라면 나는 죽엣어요" 하며 거기에 있는 (3층인가 4층의) 창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리겠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제발'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를 창 쪽으로 꾀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뛰어가 창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죽지는 않았지만 후천적으로 불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자도 여자의 진심이 이렇게 눈앞에 증거로 나타난 이상, 경박한 매춘부를 대하는 듯한 느낌으로 지금까지 여자의 정절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을 후회하고 다시 원래의 부부로 되돌아가 병상에 있는 처를 간호하는 데 몸을 맡긴다는 내용이 모파상 소설의 대강의 줄거리입니다."(118쪽)

















모파상의 작품이라지만(제목은 '모델'이다) 읽은 기억이 없어서 자연스레 검색해보았는데, 뜻밖에도 전자책으로만 한 종이 나와있고(범조사판) 어지간한 선집에는 모두 빠져 있다. 영어본은 온라인에서 바로 구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번역본이 없으니 아쉽게 여겨진다. 현재 최대 분량을 수록하고 있는 현대문학판 <기 드 모파상>에는 63편이 번역돼 있는데, 전체 300여 편 가운데 1/5에 해당하므로 아직 전체적으로는 2/3 가량의 작품이 미번역된 게 아닌가 싶다(체호프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자료를 보니 모파상의 작품은 프랑스 작가 가운데서는 카뮈, 사르트르, 지드 등과 함께 한국에 가장 많이 소개된 축에 속한다.   


















모파상 단편 강의에서는 보통 '비곗덩어리'나 '목걸이''두 친구' 등 잘 알려진 작품을 다루지만, 그렇게 소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작품들이 더 있을 것 같다. 한 작가를 읽는 일도 녹록지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utejian1120 2021-02-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문학 강의책을 준비하고 계신다니 기대가 됩니다. 작가 본인의 생각과는 별도로 일본문학에 범주에 넣기는 애매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가 떠올라 글 남깁니다. 선생님의 가즈오 이시구로 강의를 매우 인상적으로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 강의와는 달리 동영상이 없어서 다시 접할 기회가 없네요. 강의책을 기대해도 될까요?

로쟈 2021-02-25 07:07   좋아요 0 | URL
이시구로는 노벨문학상 강의책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일본문학강의는 연내출간이 목표입니다.~
 

무용가이자 안무가, 그리고 춤 교육자인 저자의 자전 에세이다. 아이를 낳는 숙제를 어떻게 해치웠는지 궁금해할 독자를 고려해서인지 자신의 비결을 얼른 들려준다...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정하고 선언하니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 난 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바로 해야 했다. 앞뒤 재지 않았다. 망한다고 해도 그냥 해야 했다. 반면에 너무 느긋하고 게을러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미리 안 하고 끝까지 버티고 놀다가 한계 상황이 되면 움직인다. 한마디로 제멋대로인 성격이다. 그래서 ‘얼른 숙제를 해치우고, 하고 싶은 예술 신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마치 초등학교 때 맘껏 놀기 위해서 숙제를 얼른 해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병원에 가서 임신을 가장 빨리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의사를 졸랐다. 그리고 바로 시험관시술로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나는 본격적으로 안무를 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만들어 창작하는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10개월후 프랑스 바놀레 안무 콩쿠르에 갑자기 지원서를 냈다. 프랑스 본선으로 가기 위한 예선에 뽑혀서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놀랐다. 매일 못한다고 도망다니던 내가 자발적으로 이렇게 큰 무대에 나가니 말이다.
- P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과 과학분야의 ‘중국‘교양서를 종종 읽는다. 경쟁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국가박물관에서 일한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한 가지 원칙을 믿게 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사회적 행위든그 안에는 자연 과학의 기저 논리가 있다"는 원칙이다. 뉴기니의 식인 풍습도 마찬가지다. 내 우상이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에서 오랫동안 조사와 연구를 한 후, 그곳의 식인 풍습에 대해 이런 관점을 제시했다.
"식인 풍습이 존재하는 것은, 현지의 단백질 부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