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근대철학이 가지 않은 길

15년 전에 쓴 페이퍼다. 리처드 로티를 읽은 지도 꽤 오래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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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나란히 나왔다.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하나로 나온 <문학론집>(도서출판b)과 새로 런칭된 '가라타니 고진 라이브러리'의 <세계사의 실험>(비고)이다. 





























<문학론집>에는 소세키론과 모리 오가이론, 맥베스론, 사카구치 안고론 등이 수록돼 있는데, 흥미로운 건 고진이 영문학자로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썼다는 '<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변증법'이 들어있다는 점이다(고진은 대학원에서 미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포크너를 석사논문의 주제로 다루려 했다가 최종적으로 러덜의 '사중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로렌스 더럴의 사부작(사중주)에 대한 독서를 자극하는 평론이다(언젠가 강의에서 다뤄보려 한다).


 














고진의 문학론으로는 <근대문학의 종언>과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데, 절판된 책 가운데는 <언어와 비극>도 있다(재출간되는지?).  
















<언어와 비극>에 실려 있던 '소세키의 다양성'도 이번 <문학론집>에 포함돼 있는데, 소세키의 <마음>을 주로 다룬 평론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주저 <세계사의 구조>와 그 후속작들은 여러 권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세계사의 실험>은 일본 인류학자 야나기타 구니오론이다(고진의 계산으론 세번째 야나기타 구니오론이다). 덕분에 야나기타 구니오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몇 권 주문해놓은 상태다. 




























야나기타의 책은 <일본의 민담> 등을 포함해 다섯 권의 책이 소개돼 있다. <세계사의 실험>은 2019년작인데, 고진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갑다. 팔순에 이른 평론가가 여전히 '실험'이란 말을 쓴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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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1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 주간경향(1420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중남미문학 강의에서 멕시코 작가 후안 룰포의 <뻬드로 빠라모>를 다루면서 그에 대해 적었다. 룰포는 미겔 아스투리아스(과테말라),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쿠바)와 함께 붐세대 문학의 물꼬를 튼 작가로 평가된다. 다른 작가들은 하반기 강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주간경향(21. 03. 29) 화자가 죽은 후에도 계속되는 이야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으로 떠올리는 이름들이 있다. 소설가로 범위를 좁히면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와 콜롬비아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리고 페루 작가 바르가스 요사 등이다. 국적을 같이 적었지만, 스페인 식민지였던 역사 때문에 이들의 문학어는 공통적으로 스페인어다. 언어의 장벽이 없기에 스페인문학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문학 전체가 공통의 자산이다. 그렇더라도 지역적으로 낙후된 소위 제3세계에서 어떻게 세계문학의 정점을 이루는 걸작들이 나오게 됐는가는 해명될 필요가 있다.


특히 궁금한 것은 나란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르케스와 요사의 성취다(비록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카를로스 푸엔테스나 훌리오 코르타사르 등도 거장으로 꼽힌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소설 붐을 주도했던 ‘붐소설’의 대표 작가들이기도 하다. 보르헤스는 단편소설에만 전념했기에 붐소설 세대 작가들의 직접적인 스승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궁금증을 품고 있던 차에 마주한 작가가 후안 룰포다. 1917년생의 멕시코 작가로 1950년대에 대표작 2편을 발표했다. 단편집 <불타는 평원>(1953)과 짧은 장편 <뻬드로 빠라모>(1955)다. 단 2권에 불과하지만, 멕시코 현대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사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작품들이다.

일반론에 따르면 한 작가가 자기 세계를 정립하는 데 필수적인 두가지 요건은 경험과 언어다. 멕시코 혁명기에 태어난 룰포는 어린시절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잃는다. 아버지의 형제들까지도 모두 내란 중에 피살당하고 룰포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가족의 비극과 멕시코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과 숙고가 결국 그의 창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젊은시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하고 틈틈이 습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때 룰포에게 영향을 준 것은 당대의 멕시코문학이 아니라 서구의 모더니즘 문학이었다. 1940년대까지도 찾아볼 수 없었던 실험적 시도가 그의 소설에 나타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1967)을 예고한 작품으로도 평가되는 <뻬드로 빠라모>만 하더라도 매우 낯설고 전위적인 서사적 실험을 보여준다. 70편의 서사적 조각들의 몽타주적 구성으로 돼 있는 이 소설에서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다. 당장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하는 후안 쁘레시아도가 작품의 중반쯤에서 숨을 거둔다. 화자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이야기!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후안이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 꼬말라라는 마을을 찾아가 겪는 일들이 줄거리인데, 이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됐고, 그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죽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 역시 저세상 사람이다.


그렇지만 아들 후안의 죽음 이후에 주로 전개되는 것은 마을의 흉포한 권력자였던 아버지 뻬드로의 이야기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토지를 빼앗아 부를 축적하고 폭력과 전횡을 일삼는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사랑했지만 마음은 얻지 못했던 여인이 죽자 마을 사람들에 대한 복수로 꼬말라를 황폐하게 만든다. 그랬던 뻬드로 빠라모도 죽어 저승으로 인도되는 것이 소설의 결말인데, 아들의 이야기보다 더 뒤에 배치됨으로써 소설에서도 어떠한 미래도 차단되는 결과를 낳는다. 멕시코의 비극적 역사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소설적 형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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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

7년 전에 쓴 리뷰다. 때마침 이번에도 두 작품을 강의에서 읽는다(다음주에 <분신>을 다룰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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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모레티의 <멀리서 읽기>는 진작에 원서를 구입하고 번역본을 기다리던 책이다.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를 염두에 두면서 모레티는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를 제안하고 그 시범을 보인다. 세계문학과 세계문학사가 어떻게 서술될지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비껴갈 수 없는 책이다. 덕분에 나도 훨씬 용이하게 유럽문학사, 더 나아가 세계문학사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나의 방법론은 멀리서 읽으면서 몇 작품은 자세히 보는 식이다). 자세히 읽을 필독 작품의 목록을 마련해봐야겠다...

1991년 봄 카를로 긴즈부르그 Carlo Ginzisurg는 나에게 에이나우디Einaudi의 『유럽사 Storia d‘Eauropa』제1권에 들어갈 유럽 문학에 관한 글을 써줄 것으로 청탁했다. 나는 한동안 유럽 문학에 관해, 특히 역사적으로 독특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온 유럽 문학의 능력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무렵 막 읽기를 끝낸 한 권의 책에서 나는 이 글을 위한 이론적 틀을 발견했다. 그것은 에른스트 마이어 Ernst Mayr의 『분류학과 종의 기원 Systematics and the Origin of Species」 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이소적 종 분화allopatric speciation‘ 개념은 특정 종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종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문학 형식을 종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여 유럽 지리학이 낳은 형태학적 변이들, 즉 17세기 비극의 분화, 18세기 소설의 발생, 19세기와 20세기 문학장literary field의 집중과 분산 등을 그려보았다. 유럽 문학‘이라는 단수형 개념은 서로 구분되면서 긴밀하게 연관된 민족문화들의 군도archipelago라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이 군도에서는 문체와 이야기가 신속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이동하며 온갖 종류의 변형들을 겪는다. 창조성은 그것을 인위적이지 않고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설명을 찾아낸 데 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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