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나란히 나왔다.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하나로 나온 <문학론집>(도서출판b)과 새로 런칭된 '가라타니 고진 라이브러리'의 <세계사의 실험>(비고)이다.
<문학론집>에는 소세키론과 모리 오가이론, 맥베스론, 사카구치 안고론 등이 수록돼 있는데, 흥미로운 건 고진이 영문학자로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썼다는 '<알렉산드리아 사중주'의 변증법'이 들어있다는 점이다(고진은 대학원에서 미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포크너를 석사논문의 주제로 다루려 했다가 최종적으로 러덜의 '사중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로렌스 더럴의 사부작(사중주)에 대한 독서를 자극하는 평론이다(언젠가 강의에서 다뤄보려 한다).
고진의 문학론으로는 <근대문학의 종언>과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데, 절판된 책 가운데는 <언어와 비극>도 있다(재출간되는지?).
<언어와 비극>에 실려 있던 '소세키의 다양성'도 이번 <문학론집>에 포함돼 있는데, 소세키의 <마음>을 주로 다룬 평론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주저 <세계사의 구조>와 그 후속작들은 여러 권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세계사의 실험>은 일본 인류학자 야나기타 구니오론이다(고진의 계산으론 세번째 야나기타 구니오론이다). 덕분에 야나기타 구니오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몇 권 주문해놓은 상태다.
야나기타의 책은 <일본의 민담> 등을 포함해 다섯 권의 책이 소개돼 있다. <세계사의 실험>은 2019년작인데, 고진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갑다. 팔순에 이른 평론가가 여전히 '실험'이란 말을 쓴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