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의 일정 삼아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갈래의 책들이 출간돼 한참 궁리해보다가 이번 주에는 역사 관련서들을 고르기로 했다. 미야지마 히로시의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창비, 2013)를 제외하고도 묵직한 책들이 몇 권 더 나왔기 때문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들이 유력한 후보였지만, 과학 쪽은 지난 주에 고른 적이 있기 때문에 다른 기회를 보기로 했다.

 

 

먼저 타이틀로 고른 책은 패멀라 카일 크로슬리의 <만주족의 역사>(돌베개, 2013)와 테오도르 몸젠의 <몸젠의 로마사1>(푸른역사, 2013)다. 패멀라 카일 크로슬리는 국내에 <글로벌 히스토리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 2010)로 처음 소개된 바 있는데, 알고 보니 저명한 중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의 제자다. 책은 '아시아의 민족(The Peoples of Aisa)' 총서의 하나로 나온 것이어서 <청제국의 역사>가 아닌 <만주족의 역사>가 됐다. 원제는 그냥 <만주족>이다. 마크 엘리엇의 <만주족의 청제국>(푸른역사, 2009) 같은 책이 같이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한다. 몸젠의 <로마사>는 독일을 대표하는 고전문학자이자 역사학자의 대표작으로 돼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는 이 책으로 몸젠은 1902년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다. "역사 연구서가 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은 <로마사>가 가진 의미, 즉 <로마사>가 역사 연구서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교양의 결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몇 권짜리로 완간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일단 첫권이 나왔고, 곧 서구 로마사의 고전 하나를 한국어로도 읽을 수 있겠다. 겸하여 영국이 자랑하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누가 설명해주면 좋겠다.

 

 

세번째 책은 몸젠만큼 유명한 역사학자 하위징아의 <역사의 매력>(길, 2013)이다. <문화사의 과제>(아모르문디, 2006)과 같이 묶을 수 있을 듯한데, 1부에서는 역사의 이론과 방법에 대해, 그리고 2부에서는 문화와 문화사의 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문화사가로서 하위징하의 이념과 방법에 대해 일러줄 듯하다. 네번째 책은 미술사학자 이은기 교수의 <욕망하는 중세>(사회평론, 2013). '미술을 통해 본 중세 말 종교와 사회의 변화'가 부제다. 국내서라는 점이 특이한데, 저자는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시공사, 2002), <서양미술사>(공저, 미진사, 2006)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라나지뜨 구하와 함께 대표적인 서발턴 연구자로 알려진 빠르타 짯떼르지의 <민족주의 사상과 식민지 세계>(그린비, 2013)다. 인도 민족주의의 세 국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담고 있다. 민족주의와 식민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주제이기에 뭔가 배울 만한 대목이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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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의 역사- 변방의 민족에서 청 제국의 건설자가 되다
패멀라 카일 크로슬리 지음, 양휘웅 옮김 / 돌베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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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 1-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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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매력- 새로운 문화와 역사를 위해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광주 옮김 / 길(도서출판) / 2013년 2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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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중세- 미술을 통해 본 중세 말 종교와 사회의 변화
이은기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3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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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래된 새책' 카테고리도 충전을 한다. 눈에 띄는 책 두 권 때문인데, 먼저 미국 철학자 알렉산더 네하마스의 <니체: 문학으로서 삶>(연암서가, 2013)이 다시 나왔다. 애초에 <니체, 문학으로서의 삶>(책세상, 1994)이라고 출간됐던 책으로 영어권의 대표적인 니체 연구서 가운데 하나다.  

 

 

믿기진 않지만 따져보니 거의 20년 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이고, 원서까지 구입했었다. 영원회귀에 대한 해석이 독창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네하마스는 니체 말고도 고대 철학의 권위자인데, <삶의 기술: 플라톤에서 푸코까지 소크라테스적 성찰>, <오로지 행복의 약속>, <진정성의 미덕> 같은 책들이 대표적인 저작이다. <삶의 기술>은 갖고 있는 책이고, 나머지 책들은 이번에 구입하려고 한다.

 

 

 

네하마스의 <니체>만큼 반가운 책은 밀란 쿤데라 전집판으로 다시 나온 <배신당한 유언들>(민음사, 2013). 오래 전에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청년사, 1994)으로 번역됐었다. 아, 이 또한 20년 전에 읽은 책이라니! 제목은 <배반의 약속>이라고 예고됐었는데, <배신당한 유언들>로 최종 낙착된 모양이다. 나는 주로 <배반당한 유언>이라고 부르던 책이다. 누가 배신/배반한 것인가? 원고를 모두 불태워달라는 친구 카프카의 부탁을 배신/배반한 막스 브로트가 대표적이다. 기억엔 쿤데라가 브로트를 맹비판했던가.

 

 

 

쿤데라의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의 일급의 에세이들도 나는 즐겨 읽는 편인데, 전집에 들어가 있는 건 네 권이다. 순서대로 하면 <소설의 기술>, <배신당한 유언들>, <커튼>, <만남> 순이다. 생각난 김에 따로 모아놓아야겠다. 영어본들도 다 구했었는데, 어디에들 가 있는지 확인도 해야겠고. <배신당한 유언들>이 당일배송이 안 돼 아쉬운데, 책은 내주에나 손에 들 듯싶다...

 

13. 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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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개봉 화제작은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2012)다. 감독보다도 타이틀롤을 맡은 키라 나이틀리와 남편 카레닌 역의 주드 로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 씨네21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키라 나이틀리가 의외의 캐스팅인 건 사실이다.

 

제인 오스틴이라면 몰라도, 톨스토이라니. 영국의 로맨틱코미디 명가 워킹타이틀이 러시아의 걸작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도 의문이었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푹 꺼진 눈매에, 남자아이같이 호탕하게 웃던, <오만과 편견>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깡마른 그 배우가 안나 카레니나를 맡았다고? 다음은 모두의 우려와 달리, 자신만의 안나를 성공적으로 연기해낸 키라 나이틀리의 이야기다.(씨네21)

키라 나이틀리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렇더라도 원작의 안나와 동일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버전의 <안나 카레니나>를 봐 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역시나 그레타 가르보다. 클레런스 브라운 감독의 흑백영화 <안나 카레니나>(1935)에 나온 안나(참고로 이 영화에서 브론스키는 이미지로만 보자면 최악의 캐스팅이었다) 물론 조건이 있다. 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안나. 모자를 벗은 안나는 또 다른 이미지이기에. 이미지만으로 보자면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1948)의 주연 비비안 리보다도 더 빼어나다.

 

 

그레타 가르보의 눈빛과 카리스마에 견주면 알렉산드르 자르히 감독의 러시아판 <안나 카레니나>(1967)의 안나 역 타치야나 사모일로바도 빛이 바랜다.

 

 

톨스토이의 원작에서 안나는 서른 살의 유부녀이지만 스무살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레타 가르보가 안나 역을 연기했을 때 그녀의 나이가 서른이었다. 사모일로바는 34살. 영화에서는 30대 중반, 심지어는 40대로도 보인다(무도회에서 브론스키와 춤추는 장면에서는 연인이 아닌 모자가 춤추는 것 같다!).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여성적 매력이란 점에서 감점을 당할 수밖에 없다.

 

요즘 관객들에겐 그래도 가장 친숙한 소피 마르소는 어떤가. <안나 카레니나>(1997)는 소피 마르소가 31살에 찍은 영화다.

 

 

예쁜 얼굴이지만 '고뇌'를 표현하기에 좀 부족한 마스크다.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 역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털모자를 쓰면 좀 나아진다. 역시 러시아 영화에서는 모자를 쓰는 게 낫다...

 

 

결론적으로 <안나 카레니나>는 여전히 적임자를 미래형으로 남겨놓고 있다...

 

13. 03. 27.

 

P.S. 브론스키 역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일까? 저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나더러 캐스팅하라면 러시아판 <안나 카레니나>(1967)에 나오는 바실리 라노보이를 꼽겠다. '러시아 영화사상 가장 잘 생긴 장교'라고도 일컬어진다. <전쟁과 평화>(1965)에서는 나타샤를 유혹하는 유부남 아나톨로 출연한 경력도 있다. 60년대니까 좀 옛날이긴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런 배우를 '잘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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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고됐던 책인데, 일본의 한국사학자 미야지마 히로시의 신간이 출간됐다.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하다>(창비, 2013).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너머북스, 2013)가 출간됐을 때 인터뷰 기사에서 곧 나온다고 하던 책이다. 해외 한국학자들의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인데, 우리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과 대부분 매우 성실하다는 점이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미야지마 히로시도 대표적인 경우다. 공저까지 포함해 국내에 여럿 번역돼 있지만 찾아보니 맨처음 소개됐던 <양반>(강, 1996)은 절판됐고, 다른 몇권도 품절 상태다. 다시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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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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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 새로운 한국사의 이해를 찾아서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 너머북스 / 2013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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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 일본의 진보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한국 강제 병합의 의미
미야지마 히로시 외 지음, 최덕수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8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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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아시아 근대이행의 세 갈래- 동아시아
백영서 외 지음 / 창비 / 2009년 2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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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강의가 있기에 자정을 전후로 한 시간은 주로 강의준비에 할당되는데, 막간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강의준비 대신에 이번주 시사IN을 훑어보았다. 출판면에서는 '금주의 저자'로 <청춘의 커리큘럼>(한티재, 2013)을 펴낸 이계삼씨를 다루고 있었다. 지난해 교직생활을 그만두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기사를 읽으니 지금은 감물생태학습관에서 인문학 교사 겸 사무장으로 일한다고 한다.

 

 

'고민하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공부의 길'이 부제인 <청춘의 커리큘럼>은 독서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낯설지 않다. '책을 펴내며'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 책을 2011년에 구상했다. 그 무렵 나는 11년간의 교직 생황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10대와 20대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나는 농사와 인문학을 큰 줄기로 하는 작은 학교에 둥지를 틀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세상 앞에 내놓는다.

그 '작은 학교'가 감물생태학습관인 모양이다. 기사를 보니 "천주교 부산교구회에서 폐교를 활용해 청소년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귀농교육을 한다." 다른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저자는 과거 수도원과 같은 곳을 이상적인 교육 공간이자 교육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기도와 노동이 핵심 가치인 곳이다. "기도할 수 있는 정신과 노동할 수 있는 몸으로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기자는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생각할 수 있는 힘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노동력을 의미"한다고 정리했다. 책에서는 '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는가'라는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인데, 그의 강조하는 '몸의 교육'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정말 갈급한 것은 '몸의 교육'입니다. 교육의 최종심급은 '몸'입니다. 가톨릭의 교부 가운데 한 명인 베네딕트 성인과 관련된 글을 읽다가 번쩍, 하는 느낌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AD 5세기 경에 살면서 국교가 되어 지배자의 종교가 되어버린 기독교의 타락을 염려했을 그 분의 핵심적인 가치는 바로 '기도'와 '노동'이었습니다. 인간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 복잡한 게 필요하지 않다, 기도할 수 있는 정신과 노동할 수 있는 몸이 있으면 된다는 거죠. 저는 이것을 근대적 교육 언어로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인문학'과 '농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328-9쪽)

그런 생각에서 작은 귀농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했는데, 그 귀농학교가 문을 연 것. '몸의 교육'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변방의 사색'보다는 '청춘의 커리큘럼'이 그래도 일보 전진인 듯해서 보기에 좋다...

 

13.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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