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강의가 있기에 자정을 전후로 한 시간은 주로 강의준비에 할당되는데, 막간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강의준비 대신에 이번주 시사IN을 훑어보았다. 출판면에서는 '금주의 저자'로 <청춘의 커리큘럼>(한티재, 2013)을 펴낸 이계삼씨를 다루고 있었다. 지난해 교직생활을 그만두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기사를 읽으니 지금은 감물생태학습관에서 인문학 교사 겸 사무장으로 일한다고 한다.

 

 

'고민하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공부의 길'이 부제인 <청춘의 커리큘럼>은 독서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낯설지 않다. '책을 펴내며'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 책을 2011년에 구상했다. 그 무렵 나는 11년간의 교직 생황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10대와 20대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나는 농사와 인문학을 큰 줄기로 하는 작은 학교에 둥지를 틀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세상 앞에 내놓는다.

그 '작은 학교'가 감물생태학습관인 모양이다. 기사를 보니 "천주교 부산교구회에서 폐교를 활용해 청소년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귀농교육을 한다." 다른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저자는 과거 수도원과 같은 곳을 이상적인 교육 공간이자 교육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기도와 노동이 핵심 가치인 곳이다. "기도할 수 있는 정신과 노동할 수 있는 몸으로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기자는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생각할 수 있는 힘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노동력을 의미"한다고 정리했다. 책에서는 '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는가'라는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인데, 그의 강조하는 '몸의 교육'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정말 갈급한 것은 '몸의 교육'입니다. 교육의 최종심급은 '몸'입니다. 가톨릭의 교부 가운데 한 명인 베네딕트 성인과 관련된 글을 읽다가 번쩍, 하는 느낌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AD 5세기 경에 살면서 국교가 되어 지배자의 종교가 되어버린 기독교의 타락을 염려했을 그 분의 핵심적인 가치는 바로 '기도'와 '노동'이었습니다. 인간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 복잡한 게 필요하지 않다, 기도할 수 있는 정신과 노동할 수 있는 몸이 있으면 된다는 거죠. 저는 이것을 근대적 교육 언어로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인문학'과 '농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328-9쪽)

그런 생각에서 작은 귀농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했는데, 그 귀농학교가 문을 연 것. '몸의 교육'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변방의 사색'보다는 '청춘의 커리큘럼'이 그래도 일보 전진인 듯해서 보기에 좋다...

 

13.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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