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마치 '가을방학'이라도 끝난 느낌이다. 이제 바쁜 일정 속에 푹 파묻혀 지내다 보면 연말에 가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여유가 없을 듯싶어서 미리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는 책이 따로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한 주 묵은 저자들이라고 해도 되겠다.

 

 

먼저 '돌아온' 우석훈. 얼마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 <내릴 수 없는 배>(웅진지식하우스, 2014)를 내기도 했지만 독자의 기대는 아무래도 '경제학자' 우석훈 쪽에 더 쏠리게 된다(<아날로그 사랑법>(상상너머, 2013)란 책도 펴냈다는 건 오늘 알았다!). <불황 10년>(새로운현재, 2014)면 언제부턴가 예고된 책 같은데, 여하튼 제목도 세다.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가 부제.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쓴 불황 극복을 위한 생활경제 매뉴얼. 지난 15년 동안 저자가 사석에서 나눴던 ‘개인의 경제생활에 대한 진지한 조언’이 실려 있으며, 불황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실전 팁도 함께 담겨 있다."

 

 

이어서 인문저술가 박홍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만 소개되는데, 강연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는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 서양철학사와 서양미술사를 종횡으로 엮은 대작 <사유와 매혹1,2>(서해문집)을 펴낸 뒤에도 네 권의 책을 더 얹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해 안으로 한 권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낸 책은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르네상스, 2014). 저자가 주로 미술사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점을 확인하게 해준다. 소개에 따르면, "세계 역사를 뒤바꾼 결정적인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술 작품 또는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표현한 미술 작품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만나본다. 또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온 정보에서 편견과 왜곡을 걷어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뒤집어 본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세계사 정도로 손에 들 수 있겠다.

 

 

끝으로 저명한 환경운동가와는 동명이인인 미술사학자 최열. '이중섭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자부하는 대작 <이중섭 평전>(돌베개, 2014)이 출간됐다. 932쪽 분량. "불분명한 것들 투성이인 우리 미술사 연구의 한복판에서 다른 무엇이 아닌 문헌과 기록 그리고 남아 있는 작품만을 바탕으로 그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대표적인 연구자인 저자는 언젠가 이중섭에 관한 기록을 완성하겠노라는 마음으로 오랜 세월 동안 그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섭렵했고, 흩어진 퍼즐을 짜맞췄다." 그러고는 마침내 써냈다. 아직 실물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상당 기간 이중섭 평전의 정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또다른 평전으론 <박수근 평전: 시대 공감>(마로니에북스, 2011)이 있다. 주저는 <한국현대미술비평사>(청년사, 2012)로 보인다.

 

 

덤으로, 이중섭 평전에 대해. 가장 유명한 두 종은 고은 시인의 <이중섭 평전>(향연, 2004)와 정치학자 전인권의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문학과지성사, 2000)이다. 이중섭의 편지를 엮은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다빈치, 2011)은 평전을 읽을 때 필참해야 하는 자료. 최열의 평전과 함께 세트로 묶어놓아야겠다...

 

14.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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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 막간을 이용해 기분전환용 페이퍼를 적는다. 얼마 전에 뇌과학 전공자에게서 선물로 받은 원서가 책상에 있기에 '세계의 책'으로 분류하면 좋겠다 싶어서다. 벤저민 버겐(Benjamin K. Bergen)의 <말보다 행동(Louder Than Words)>(2012)이란 책이다. 제목의 문구는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에서 온 듯한데, 우리말 속담으로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이라 <말보다 행동>으로 옮겼다. 부제는 '마음이 의미를 만드는 법에 관한 새로운 과학'. 

 

 

인지언어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한데, 이 분야의 대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의미의 새로운 과학에 대한 매우 아름다운 종합판"이라고 평했다. 그 '새로운 과학'의 경향과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책인 것(찾아보니 인지의미론에 관한 레이코프의 책들은 놀랍게도 모두 절판됐다. 더이상 읽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인지과학 분야의 책을 언급한 김에 뇌과학 신간에 대해서도 한마디. 크리스토프 코흐의 <의식>(알마, 2014)이 번역돼 나왔는데(알라딘에서는 저자 이름이 '크리스토퍼 코흐'로 오기됐다. <아날로그로 살아보기>(율리시즈, 2011) 등의 저자인 독일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프 코흐와는 한국어로 동명이인이지만, 원 이름의 철자가 다르다), 코흐는 <의식의 탐구>(시그마프레스, 2006)란 책으로 처음 소개됐던 신경생물학자다. '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1956년생이니까 나이가 아주 많은 건 아니다).

 

 

<의식>(2012)은 독어판도 나와 있는 걸로 보아 이 분야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책으로 보인다.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이 번역본의 부제. 원저의 부제는 '한 낭만적 환원주의자의 고백'. 책소개를 보니 이런 설명이 나온다.  

신경심리학자인 마르셀 킨즈본은 코흐를 ‘낭만적 환원주의자romantic reductionist’라 불렀다.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만 개의 시냅스 속에서 의식을 계량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그는 분명 ‘환원주의자’다. 그러면서도 그는 먼 우주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서 세계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낭만적’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과학이 신과 영혼의 신비로운 가치를 걷어내고 인간을 차가운 고독으로 몰아넣으리라는 불안에 맞서, 코흐는 과학을 통해 삶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아무려나 2012년에 나온 책이라면 한번 읽어봄직하다. '현대과학의 최전선'이란 의미가 아직 퇴색하지 않은 시점이니까...

 

14.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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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명성에 걸맞게 해마다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되고 있다(나도 해마다 강의에서 다루게 된다). 최근엔 '꿈결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로 나왔고, (최초의 한국어 번역본이라는) 설정식 시인의 1949년판 <햄릿>도 삽화본으로 다시 출간됐다. 겸사겸사 최근에 나온 번역본들 가운데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다시) 나온 번역본들이다. 아래 표지는 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 조너선 베이트가 엮은 모던라이브러리판 <햄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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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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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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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노승희 옮김, 스탠리 웰스, T. J. B. 스펜서 편집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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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태경 옮김 / 새문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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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 깬 상태라 커피 한잔 마시면서 정신차리기용 페이퍼를 적는다. 어젯밤에 이리저리 검색해본 러시아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에 대해 적으려고 한다. 발단은 앤드류 마의 <세계의 역사>(은행나무, 2014).

 

 

일단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앤드루 마에 대해서.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로 소개되는데, 중요한 커리어는 영국 BBC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했다는 점. '현대 영국의 역사'와 엘리자베스 2세의 치세를 다룬 '다이아몬드 퀸' 시리즈를 다큐로 만들고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세계의 역사>는 그의 또다른 역작으로 소논문과 학술지를 제외하고도 약 2000여 권의 책을 읽고 방대한 세계사를 요령 있게 갈무리했다. 'BBC 세계사'로 부름직한 책.  

 

번역까지 돼 반가운데, 알고 보니  이 시리즈가 KBS2 TV를 통해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DVD 타이틀로도 나와 있으니 세계사 이해의 훌륭한 보조자료가 될 듯싶다(한때 세계를 경영해본 나라의 시점에서 본 세계사다). 나도 덩달아 원서까지 구입해서 틈틈이 읽어보는 중인데, 서문의 끄트머리에서 저자가 20세기 러시아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의 소설 <삶과 운명>을 인용하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인간은 자신이 건설한 도시들이 자연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늑대와 눈보라로부터 문화를 지키려고 한다면, 문화가 잡초로 뒤덮이는 걸 막으려고 한다면, 인간은 당장이라도 빗자루와 삽과 소총을 멀리 떼어 놓아야만 한다. 인간이 잠든다면, 1-2년 동안 다른 것을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늑대들이 숲에서 뛰쳐나오고 엉겅퀴가 사방에 퍼지며, 모든 것이 먼지와 눈에 뒤덮인다. 과거의 위대한 도시들이 어떻게 먼지와 눈과 개밀에 굴복했는지 생각해 보면 충분하리라.(22쪽)

인용한 김에 지적하자면 "인간은 당장이라도 빗자루와 삽과 소총을 멀리 떼어 놓아야만 한다"고 한 건 오역이다. "he(=Man) must keep his broom, spade and rifle always at hand."를 옮긴 것인데, 짐작엔 역자가 'always'를 'away'로 잘못 본 성싶다. "인간은 빗자루와 삽과 소총을 항상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로 옮길 수 있다. 앤드루 마는 인용에 이어서 "아마추어 역사학자였던 그로스만이 남긴 위의 말은 이 책을 쓰는 동안 내내 내 귓가에 맴돌았다"고 적었다. 그런 태도로 세계사를 써나간 저자라면 신뢰할 만하다.

 

 

그렇다면 바실리 그로스만은 누구인가. 나도 언젠가 이름만 한번 들어본 작가인데,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당국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삶과 운명>은 '금지된한 걸작'이라고 해야겠다). KGB의 후신인 러시아 보안당국(FSB)의 1960년에 탈고됐던 그의 소설 원고를 해금한 것이 불과 지난 해의 일이다. 작년 7월 연합뉴스의 기사 일부다.  

러시아 보안 당국이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걸작소설 원고를 비밀기록보관소에서 50여 년 만에 꺼내 2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바실리 그로스만의 서사 소설 <삶과 운명>은 1960년 탈고한 뒤 압수돼 1980년대 말까지 당시 소련에서 출판을 금지했지만 이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견되는 명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원고를 압수당하고 출판이 금지됐지만(작가는 1964년에 세상을 떠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로스만의 친구 한 명이 원고 복사본을 한 부 갖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에 스위스에서 러시아판이 출간됐다고 한다. 불어판과 영어판도 뒤이어 출간됐고. 하지만 실제 원고가 공개되고 연구자들의 검토와 비평 작업을 거치게 되면 보다 완전한 판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SB가 해금한 문서는 소설 원고 원본, 타자본, 교정 복사본과 저자의 노트 등을 포함해 1만 페이지 분량이다.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2차대전 중 소비에트 압제 상황 등을 거침없이 묘사한 이 소설은 당시 당국에는 비호감 대상 자체였다. 소설 저작에 그로스만은 10년 걸렸지만 1961년 KGB는 원고와 타자본 등을 압수해갔다. 그로스만 친구가 소지한 복사본 덕분에 1980년 스위스에서 러시아판 소설이 출판되고 곧이어 불어 번역본도 나왔다. 1988년 소련에서 축약판이 처음 출간되고 공산주의 몰락 이후 평판이 높아졌으며 작년 러시아 국영 TV에서 시리즈물로 방영한 뒤 더욱 인기를 끌었다. 

 

기사에서 '작년'은 2012년을 가리킨다. 찾아보니 7시간 50분 분량의 TV 시리즈로 제작됐었다(http://www.youtube.com/watch?v=ptmF8-jtIXk). 독소전쟁 초기인 1942-43년 스탈린그라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의 집필이 가능했던 건 그로스만이 종군기자로 직접 참전하여 모든 걸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영어판으로는 <전장의 작가>라는 제목으로 그 기록도 출간돼 있다. 저명한 전사가인 앤터니(안토니) 비버가 격찬한 책이다.

 

 

비버의 책은 <스페인 내전>(교양인, 2009), <디데이>(글항아리, 2011),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다른세상, 2012) 등이 번역돼 있는데(번역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된 <디데이>는 재출간된다고 한다. 재번역까지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로스만의 증언과 소설은 <스탈린그라드> 집필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을 성싶다.  

 

 

지나가는 김에 언급하자면 2차 대전에 관한 막강한 저작을 펴낸 비버는 지난해에 드디어 <제2차 세계대전>을 발표했다. <1945년의 베를린>, <해방된 파리> 등과 함께 밀리터리 독자뿐 아니라 역사교양서 독자들을 위해서도 소개됨직하다.

 

 

여하튼 다시 돌아가면, 바실리 그로스만 대작 <삶과 운명>도 소개되면 좋겠다. <삶과 운명> 외에 영어판으로 더 나와 있는 책들은 <만물은 유전한다>, <길>, <아르메니아 노트> 등이다...

 

14.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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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매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도서 목록에다가 분야별로 몇 권씩 더 얹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란 페이퍼를 적어온 지 이달로써 만 7년째다(2007년 10월에 첫 페이퍼를 적었다). 3년 전부터는 '좋은 책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양분야(2년간)와 문학예술분야(1년간)에서 실제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시 이력을 적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페이퍼이기 때문이다(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시즌2'를 생각하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또다른 시작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감회를 느끼며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소설집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이다. "<신중한 사람>은 이승우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으로,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칼」을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한번 고른 적이 있는 책이라 군말은 적지 않는다. 한국소설로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민음사, 2014),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창비, 2014)까지 더 얹으면 뭔가 꽉 찬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건 에릭 홉스봄의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포노, 2014)이다.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에릭 홉스봄은 프랜시스 뉴턴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재즈 비평가이기도 했다.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그의 재즈에 관한 글모음이다." 추천사에서 이렇게 더 적었다.

일곱 편의 글 가운데, 처음 네 편은 네 명의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케치이다. 나머지 세 편의 글에서 홉스봄은 미국의 흑인음악으로서 재즈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됐고 서구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가를 분석하고, 스윙 음악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성격을 밝히며, 재즈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1960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재즈의 변모 양상을 살핀다. 십대시절 첫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에 재즈가 첫사랑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었다는 역사학자의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 고백으로도 읽힌다.

같이 읽어볼 만한 재즈 관련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문학사상사, 2013),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사흘, 2014)을 꼽는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작년에 나왔던 책이지만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두 권인데, 먼저 역사 쪽으로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윌리엄 T. 로의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이다. 청나라를 다룬 책으로 최근에 나온 중국 학자 옌 총리엔의 <청나라, 제국의 황제들>(산수야, 2014)과 일본 작가 이리에 요코의 <자금성 이야기>(돌베개,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난해 나온 책으로는 신슈밍의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글항아리, 2013)이 청 황실 이야기를 보충해주는 책이다. 

 

 

철학 쪽으론 이진남 교수가 김선희의 <8개의 철학지도>(지식너머, 2014)를 추천했다. 철학입문서로서 '여덟 가지 개념으로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철학 지도'를 제공한다. 같은 분야의 책으로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4)와 앙트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책세상, 2014)도 부담스럽지 않은 철학의 맛을 맛보게 해줄 듯싶다. <삶이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였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의 짝으로 기획돼 나온 책이고, <인생의 맛>은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 부제인 책.  

 

 

3. 사회과학

 

사회과학분야의 추천도서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인류학 입문서 <웨이파인더: 인류 최초의 지혜로 미래를 구하다>(정은문고, 2014)와 정영호 등의 <사물인터넷>(미래의창, 2014)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는 <사물인터넷>은 저자들이 모바일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가들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고 소개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이 부제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 직하다.

 

덧붙여,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불편한 독자라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한국경제신문, 2014)에서 불편함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겠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다면,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4. 자연과학

 

이한음 번역가가 추천한 책은 레오나르도 콜레티의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작은씨앗, 2014)이다. 명화 감상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그 속에서 물리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발상은 독특하다(미술과 물리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예전에 나오긴 했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문화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적이 없기 때문에, 물리학을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기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의 명화를 빌려 물리학에 다가서는 아주 특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베스트셀러 < E=mc²>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상 속 과학 이야기' <시크릿 하우스>(웅진지식하우스, 2014)와 <시크릿 패밀리>(웅진지식하우스, 2014)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과학 이야기' 독자라면 챙겨둘 만하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나미의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이랑, 2014). "의학과 심리학을 폭넓게 공부한 저자는 자녀교육에 앞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부모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부모 자신의 보상심리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모인 자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내면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의 책으론 <다음 인간>(시공사, 2014)이 최신간이다. 작년에는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을 부제로 한 <한국사회와 그 적들>(추수밭, 2013)을 펴내기도 했다.

 

 

0. 독서에세이

 

내 맘대로 고르는 분야는 '독서에세이'로 정한다. '책 읽는 책'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 2014),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장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 그리고 청소년 문학 가이드북으로 박상률의 <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학교도서관저널, 2014) 등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시즌2에서는 '독서에세이' 혹은 '책읽기/글쓰기' 분야를 따로 독립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14. 09. 0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고른다. 이상옥, 김종건 등 원로 영문학자의 번역과 함께 중견 영문학자들의 번역서들도 나와 있고, 원서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강의차 정독할 작품이기도 한데,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20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와 대면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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