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매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도서 목록에다가 분야별로 몇 권씩 더 얹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란 페이퍼를 적어온 지 이달로써 만 7년째다(2007년 10월에 첫 페이퍼를 적었다). 3년 전부터는 '좋은 책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양분야(2년간)와 문학예술분야(1년간)에서 실제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시 이력을 적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페이퍼이기 때문이다(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시즌2'를 생각하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또다른 시작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감회를 느끼며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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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소설집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이다. "<신중한 사람>은 이승우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으로,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칼」을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한번 고른 적이 있는 책이라 군말은 적지 않는다. 한국소설로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민음사, 2014),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창비, 2014)까지 더 얹으면 뭔가 꽉 찬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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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건 에릭 홉스봄의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포노, 2014)이다.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에릭 홉스봄은 프랜시스 뉴턴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재즈 비평가이기도 했다.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그의 재즈에 관한 글모음이다." 추천사에서 이렇게 더 적었다.
일곱 편의 글 가운데, 처음 네 편은 네 명의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케치이다. 나머지 세 편의 글에서 홉스봄은 미국의 흑인음악으로서 재즈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됐고 서구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가를 분석하고, 스윙 음악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성격을 밝히며, 재즈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1960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재즈의 변모 양상을 살핀다. 십대시절 첫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에 재즈가 첫사랑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었다는 역사학자의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 고백으로도 읽힌다.
같이 읽어볼 만한 재즈 관련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문학사상사, 2013),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사흘, 2014)을 꼽는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작년에 나왔던 책이지만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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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두 권인데, 먼저 역사 쪽으로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윌리엄 T. 로의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이다. 청나라를 다룬 책으로 최근에 나온 중국 학자 옌 총리엔의 <청나라, 제국의 황제들>(산수야, 2014)과 일본 작가 이리에 요코의 <자금성 이야기>(돌베개,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난해 나온 책으로는 신슈밍의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글항아리, 2013)이 청 황실 이야기를 보충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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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쪽으론 이진남 교수가 김선희의 <8개의 철학지도>(지식너머, 2014)를 추천했다. 철학입문서로서 '여덟 가지 개념으로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철학 지도'를 제공한다. 같은 분야의 책으로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4)와 앙트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책세상, 2014)도 부담스럽지 않은 철학의 맛을 맛보게 해줄 듯싶다. <삶이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였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의 짝으로 기획돼 나온 책이고, <인생의 맛>은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 부제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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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과학
사회과학분야의 추천도서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인류학 입문서 <웨이파인더: 인류 최초의 지혜로 미래를 구하다>(정은문고, 2014)와 정영호 등의 <사물인터넷>(미래의창, 2014)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는 <사물인터넷>은 저자들이 모바일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가들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고 소개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이 부제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 직하다.
덧붙여,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불편한 독자라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한국경제신문, 2014)에서 불편함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겠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다면,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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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과학
이한음 번역가가 추천한 책은 레오나르도 콜레티의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작은씨앗, 2014)이다. 명화 감상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그 속에서 물리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발상은 독특하다(미술과 물리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예전에 나오긴 했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문화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적이 없기 때문에, 물리학을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기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의 명화를 빌려 물리학에 다가서는 아주 특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베스트셀러 < E=mc²>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상 속 과학 이야기' <시크릿 하우스>(웅진지식하우스, 2014)와 <시크릿 패밀리>(웅진지식하우스, 2014)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과학 이야기' 독자라면 챙겨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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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나미의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이랑, 2014). "의학과 심리학을 폭넓게 공부한 저자는 자녀교육에 앞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부모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부모 자신의 보상심리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모인 자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내면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의 책으론 <다음 인간>(시공사, 2014)이 최신간이다. 작년에는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을 부제로 한 <한국사회와 그 적들>(추수밭, 2013)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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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독서에세이
내 맘대로 고르는 분야는 '독서에세이'로 정한다. '책 읽는 책'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 2014),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장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 그리고 청소년 문학 가이드북으로 박상률의 <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학교도서관저널, 2014) 등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시즌2에서는 '독서에세이' 혹은 '책읽기/글쓰기' 분야를 따로 독립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14.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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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고른다. 이상옥, 김종건 등 원로 영문학자의 번역과 함께 중견 영문학자들의 번역서들도 나와 있고, 원서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강의차 정독할 작품이기도 한데,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20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와 대면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