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따로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급하게 골라놓는다(그렇게 며칠 전에 시작한 일을 이제서야 마무리한다). 6월이고 여름이다. 보통 12월초에 한 해를 결산하는 걸 고려하면 상반기 결산 즈음이기도 하다(다음 주쯤에는 나대로 상반기 베스트를 꼽아봐야겠다). 뒤도 돌아보며 바삐 뛰어가야 하는 형국이랄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박범신의 <소금>(한겨레출판, 2013)이다. 이젠 <은교>(문학동네, 2010)의 작가로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작가의 신작. 등단 40주년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이라 한다. "가족 때문에 가출하거나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아버지들을 위해 쓴 21세기판 ‘사부곡’이자 ‘제망부가’". <은교> 이후에도 소설, 일기, 에세이 등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의 땀내가 느껴진다.

 

 

 

같이 읽어볼 만한 소설로는 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문학과지성사, 2013)도 꼽아볼 만하다(생각해보니 이기호는 '박범신 사단'의 대표 작가이기도 하다. 박범신의 제자들을 문단에서는 '박범신 사단'이라고 부른다). 중견작가 정미경의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창비, 2013)과 공선옥의 장편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창비, 2013)도 손길을 끄는 책.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테오도르 몸젠의 <몸젠의 로마사1>(푸른역사, 2013)다. "로마사 연구의 고전을 꼽으라면 영국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쇠망사>와 독일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의 <로마사>를 들 수 있다. 이중 아직까지 몸젠의 <로마사>는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다." 바로 그 <로마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순탄하게 나머지 분량도 번역돼 나오길 기대한다. 참고로 <로마제국쇠망사(전6권)>(민음사, 2010)는 완간돼 있고, 다이제스트판으로는 까치(2010)와 책과함께(2012) 판이 있다.

 

 

결들여, 맘잡고 읽어볼 만한 역사서로는 에드워드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2,3>(까치, 2013)도 여름나기용이 될 만하다. 말 그대로 석달치 읽을 거리는 되지 않을까.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새물결, 2013)다. "현대인의 취약하면서도 계산적인 인간관계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 원인과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한다"고 평했다. 참고로 <인디고>(2013, 봄/여름호)에서 바우만의 사유에 대한 영문 인터뷰도 읽을 수 있다.

 

 

국내 철학서도 같이 읽는다면 김광수의 <철학하는 인간>(연암서가, 2013),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정리한 장건익의 <철학의 발견>(사월의책, 2013), 그리고 강신주 인터뷰집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 2013)을 읽을 거리 삼을 만하다. 공통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스웨덴 스타일>(이매진, 2013)이다. 일본의 학자, 환경 전문가, 저널리스트 등이 "현재 일본이 놓인 현실에서 출발해 최신 통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사회 스웨덴의 운영 방식을 분석한" 책. 물론 스웨덴 모델의 유효성에 대한 검토는 우리의 경우에도 낯설지 않다.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에 대한 평전으로 하수정의 <올로프 팔메>(후마니타스, 2013),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의 교수인 최연혁의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쌤앤파커스, 2012) 등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동식의 <날씨 읽어주는 CEO>(프리스마, 2013)다. "이 책은 케이웨더(K-weather)라는 최초의 민간 기상업체를 설립해 우리나라에 날씨경영을 정착시킨 CEO 김동식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상산업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새로운 산업군을 정착시킨 저자의 16년간의 도전기는 작은 감동을 준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날씨’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새삼 알게 된다."고 평했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책은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마조리 켈리의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북돋음, 2013)도 눈길을 끄는데, '공생의 대안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을 자극할 듯싶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미셸 프로보스트, 다비드 아타의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그린북, 2013)다. 전체 제목에는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이 앞에 붙는다. 교양공학서이자 교양과학서인 셈. 건축 쪽은 아니지만 과학서로는 재출간된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동아시아, 2013), 그리고 폴라 스테판의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글항아리, 2013)가 개인적인 관심도서다. 6월이라 길어지는 해 그림자처럼 독서 시간도 늘릴 수만 있다면 좋을 터인데...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연식의 <괴물이 된 그림>(은행나무, 2013)이다. 부제는 '우리를 매혹시키는 관능과 환상의 이야기'. <응답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면, 멜랑콜리>(이봄, 2013)에 연이어 펴낸 그림책인데, "현재 저술과 번역을 병행하며 미술사에서 음울하고 기괴하고 에로틱한 것을 끌어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저자는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 번역자로 친숙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이봄, 2013)도 그의 번역이다. 

 

 

 

묵직한 미술사 책들도 최근에 연이어 나왔는데, 슈테파니 펭크의 <아틀라스 서양미술사>(현암사, 2013), 뤼펑의 <20세기 중국미술사>(한길아트, 2013)가 눈에 띄는 책이고 작가론으로는 존 핀레이의 <피카소 월드>(미술문화, 2013)가 탐나는 책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최인숙의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열린어린이, 2013)이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일차적으로 그 희소성에 있다. 문헌 기록으로만 보면 조선시대 어린의 내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다양한 천조각의 귀퉁이를 잘라 퀼팅(quilting)하는 작업”과 유사하게 여러 문헌 자료의 귀퉁이를 오려내 ‘조선시대 지식인이 그린 어린이 문화 지도’를 그려낸다."고 추천의 이유를 적었다. 이 책 덕분에 <격몽요결>과 <아희원람>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조선시대 어린이와 그 교육에 대한 보다 풍부한 내용의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에서 엮은 <학원 없이 살기>(비아북, 2013)다.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을 사교육 걱정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도록 하자는 목표를 가진 대중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08년 출범했다. 1년 3개월 간 토론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사교육 진실을 파헤쳤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출간된 <아깝다 학원비!>.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지만 질문과 고민거리도 함께 쏟아졌다. 막상 실천에 옮기려고 하니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노워리(no worry) 상담넷'이라는 사교육 관련 온라인 상담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이 책은 '노워리 상담넷'에 쌓인 상담 내용을 담고 있다.

'사교육 굿바이'를 제안하는 책으로는 <굿바이 영어 사교육>(시사IN북, 2012)도 더 얹어볼 만하다.

 

 

 

10. 알베르 카뮈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알베르 카뮈'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이번 여름에는 그걸 기념하는 강좌를 맡아(카뮈 전집을 출간한 책세상과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기획한 강좌다)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 <전락>에 대해 강의하게 됐다.

 

 

 

겸사겸사 카뮈 관련서들을 다시금 챙겨보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알베르 카뮈>(토담미디어, 2013)가 유익한 자료다. <일러스트 이방인>(책세상, 2013)은 소장본 기념판이고 전집과는 별도로 나온 <카뮈-그르니에 서한집>(책세상, 2012)도 아무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볼 수 있는 책.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여름은 카뮈와 함께하기 좋은 계절이다!.

 

13. 06. 05.

 

 

 

P.S. 6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을유문화사, 2012)를 고른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작품인데, 플라토노프의 다른 소설들, <코틀로반>(문학동네, 2010), <에피판의 갑문>(문학과지성사, 2012) 등을 더 보태 읽어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레프 도진이 연출한 연극 <체벤구르>가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될 수 있으면 좋겠다(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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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299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노순택의 사진 에세이 <사진의 털>(씨네21북스, 2013)을 골랐는데, 오랜만에 읽은 사진책이었다. 작가의 독특한 사진론이 인상적이다.

 

 

 

시사IN(13. 06. 08) 용역 깡패의 솜털 가득한 팔

 

르포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노순택의 사진 에세이 <사진의 털>(씨네21북스) 프로필에는 저자의 직함이 ‘장면채집자’로 돼 있다. 이어서 “지나간 한국전쟁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탐색하고 있다”는 소개를 보면 그가 주로 어떤 장면들을 ‘채집’하는지 어림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온갖 질곡의 기원에 놓여 있는 건 전쟁과 분단의 상처이고 모순이다. “분단권력은 남북한에서 작동하는 동시에 오작동하는 현실의 괴물”이라고 노순택은 적시한다. 이 괴물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자신의 작업을 ‘장면채집’이라고 한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노순택은 사진을 과신하지도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사진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사진으로는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는 엄연하다. 줄여 말해서, 사진은 대단한 게 아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는 사진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대단한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는 게 그의 기대다. 사진은 분명 몸통이 아니다. 깃털이건 개털이건 그냥 털이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털’은 몸통을 암시할 수 있다. 세상이라는 몸통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통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딱 그만큼이 사진의 몫이라는 게 노순택의 사진론이다.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지경인지 왜 이 지경인지 사고를 촉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노순택의 사진은 주로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모순의 현장, 특히 용산과 평택, 그리고 강정마을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지만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은근하게 암시하고 비유적으로만 말한다. 사진으로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최대치라고 보는 듯싶다. 사진은 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아예 ‘솜털’을 찍기도 한다. 실례를 보자. 2009년 4월 용산참사 현장에서 철거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한 ‘용역깡패’를 피사체로 찍으면서 노순택은 환한 봄볕에 보송보송한 솜털마저 눈부신 팔을 찍었다. 문신이라도 새겨지거나 ‘노가다 근육’을 자랑하는 팔이 아니라 가늘고 연약해 보이기까지 한 팔이다. 부유층의 아이가 용역 깡패로 나섰을 리는 없기에, 이 젊은이는 자기 부모 형제와 저치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에게 종주먹을 들이대기 위해 현장에 서 있는 셈이다. 그렇게 사진에 보이는 건 가볍게 주먹을 쥐고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뒷모습뿐이지만 그 이미지는 안타까움과 슬픔과 분노 등 복합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복합적인 정서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고 김근태를 찍은 사진도 인상적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인터뷰까지 한 적이 있는 작가는 필름 더미에서 고인의 사진을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고인의 사진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용산참사 관련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도 농성장에서 철거민 가족들과 함께 비옷을 입고 조용히 앉아 있는 김근태를 발견한다. 2009년 6월에 찍힌 사진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철거민 가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망자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있고, 바로 한 줄 뒤에서 김근태는 물끄러미 전방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다. 주변에는 전경들이 에워싸고 있다. 무거운 침묵이 현장을 감싸고 있고 카메라 조명만 아니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군더더기 설명 없이도 정치인 김근태를 가장 잘 말해주는 사진처럼 보인다. 노순택은 그렇게 조용히 싸운다.

 

13.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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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2,3>(까치, 2013)이 재출간됐다. 품절된 지 좀 된 듯싶은데, 절판된 건 아니고 새 판을 준비해온 셈. 2판 서문 외 따로 개정된 내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나는 1판을 갖고 있기에) 여하튼 묵직한 책이 다시 나와 반갑다. 소개와 함께 윌러스틴 읽기 리스트도 만들어놓는다(찾아보니 <유럽적 보편주의>(창비, 2008)가 나왔을 때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적이 있는데, 월러스틴의 책은 5년만에야 새로 책이 나왔다!). 적잖은 책이 번역됐지만 또 상당수가 절판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1974년,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에 출간되어, 지식인 사회에 거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매뉴얼 월러스틴 교수의 <근대세계체제(The Modern World-System)> 1, 2, 3권이 10여 년 만에 제2판 서문을 추가하여 재출간되었다. '자본주의적 농업과 16세기 유럽 세계경제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제1권은 대략 1450년에서 1640년경에 이르는 이른바 '장기의 16세기'를 다루고 있다. '중상주의와 유럽 세계경제의 공고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제2권은 1600년에서 1750년에 이르는 기간을 다루고 있다. 1730-1840년대를 다룬 제3권은 세계경제의 두 번째의 대팽창이 핵심부와 주변부에 가져온 변화들을 추적한다.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근대세계체제 1- 자본주의적 농업과 16세기 유럽 세계경제의 기원, 제2판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나종일 외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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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세계체제 2- 중상주의와 유럽 세계경제의 공고화 1600-1750년, 제2판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유재건 외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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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세계체제 3-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거대한 팽창의 두 번째 시대 1730-1840년대, 제2판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인중 외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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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적 보편주의- 권력의 레토릭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재오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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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래된 새책' 카테고리의 페이퍼를 쓴다. 절판됐다가 다시 나온 책들을 조명하는 카테고리인데, 사실 그런 책이 드문 건 아니기에 모두 다룰 수는 없다. 무슨 일이건 그렇지만 관심도서에 한정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앨런 재닉과 스티븐 툴민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필로소픽, 2013)이 다시 나왔다. 먼저 제목은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이제이북스, 2005)이었다. 원제는 <비트겐슈타인의 비엔나>.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책으로는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필로소픽, 2012)과 함께 필독서로 꼽을 만한 책인데, <비트겐슈타인 평전>도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문화과학사, 2000)의 재출간본이었다. 평전과는 달리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은 이전 번역본을 갖고 있지만 화사해진 새 번역본도 반갑다. 역자는 같지만 많은 대목에서 수정이 이루어졌다고도 하고. 역자는 이렇게 적었다.

무엇보다 처음 번역서를 낼 때 혹시 나중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차 발견될 부족한 부분들을 꼭 수정, 보완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역자로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읽기 편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부분을 고치게 되었다. 아무쪼록 새 옷을 입고 다시 탄생한 이 번역서가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서 위대한 철학자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철학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두번째 책은 바로 20년 전에(!) 카오스 붐을 가져왔던 화제작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동아시아, 2013)다. 처음 번역된 건 <카오스>(동문사, 1993; 누림, 2006)였다. 이번에 나온 건 원서의 20주년 기념판을 새로 번역한 것. 첫 번역본이 나오자마자 읽었던 기억이 새로운데, 20주년 기념판의 새 번역이라니까 감회가 없지 않다.

 

 

광고문구에 따르면 "전 세계인에게 '나비 효과'를 각인시킨 전설의 책"이다. 사실 나도 '나비 효과'란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던 듯하다. 지금이야 상식이 됐지만, 당시엔 매우 신선한 발상이었다(내 머리속엔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각인돼 있다).

 

 

 

글릭의 책으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평전 <천재>(승산, 2005)와 <아이작 뉴턴>(승산, 2008)도 번역돼 있는데, 이 중 <천재>는 <리처드 파인만 평전>(동아시아)으로 다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카오스>의 책날개에 근간 목록으로 올라와 있다).

 

 

철학과 과학 책에 이어서 사회학 책도 '오래된 새책'을 한권 덧붙인다. 바로 C. 리이트 밀스의 <파워 엘리트>(부글북스, 2013)다. 지난해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다시 읽으며 원서와 함께 예전 번역본 <파워 엘리트>(한길사, 1991)를 중고로 구입했었는데, 조금 더 기다려볼 걸 그랬다. 1956년에 발표된 책이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파워 엘리트'란 말은 실감이 줄지 않았다. 세상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말도 되는 것인가...

 

13.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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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 막간에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중견' 저자들이다.

 

 

 

먼저. <오직 독서뿐>(김영사, 2013)을 펴낸 정민 교수.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이 책의 부제다. 다산을 비롯한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에 관한 연구와 저서를 계속 펴내온 저자인 만큼 낯설지 않은 테마. 이 주제로 책을 쓰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뻔했다. 어떤 책인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그들은 어떻게 살아 숨 쉬는 독서를 통해 책의 핵심을 꿰뚫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를 정립했을까? 어떻게 의표를 찌르는 글쓰기와 기적 같은 학문적 성취를 완성했을까? 마흔 권이 넘는 책을 쓴 인문학자 정민이 오늘날 독서를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옛사람들의 독서법, 내지는 독서 일반론에 관심을 가진 독자로선 필독해볼 만하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베스트셀러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2004)와 <책읽는 소리>(마음산책, 2002)에까지 가 닿을 수 있겠다. 내가 기억하는 정민 교수의 첫 책은 <한시미학산책>(솔출판사, 1996)인데, 음 벌써 17년 전이로군...

 

 

좀 올드한 비유로는 '소문난 책벌레'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책읽기와 세상읽기를 담은 <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황금비율, 2013)도 이번에 나온 책이다. 서평집 혹은 북칼럼집으로는 <죽도록 책만 읽는>(연암서가, 2009)과 <책과 배우며 살아가다>(해토, 2005)를 잇는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책읽기란 어떤 것인가.

이권우는 책읽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는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읽고 비교하며 읽고 비판적으로 읽는다. 그리고는 화내고 지근거리고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흐뭇해하면서 소통한다. 이런 소통은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치유의 힘을 준다. 책읽기를 통한 소통이 그저 소통으로만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 소통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이끌어내길 바라는 책읽기이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최성일, 표정훈과 더불어 2000년대 벽두에 '출판평론가 시대'를 열었던 '3인방' 가운데 현재로선 유일한 현역이다. '지킨다'는 의미는 그런 뜻으로도 다가온다.

 

 

보통 '철학자 탁석산'이라고 소개되는 철학자 겸 저술가 탁석산의 신작도 출간됐다. <행복 스트레스>(창비, 2013). '행복은 어떻게 현대의 신화가 되었나'가 부제. 행복론에 관한 책들이 끊이지 않고 출간돼 한번쯤 검토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저자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요지는 무엇인가.

철학자 탁석산은 <행복 스트레스>에서 맹목적으로 행복에 집착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행복 담론의 실체를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강요되는 행복 강박증을 ‘행복 스트레스’로 개념화하며, 우리가 종교처럼 떠받드는 행복이 사실 텅 빈 개념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악용될 수 있으며, 우리 인생을 헛수고로 끝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시도때도 없이 중독자처럼 남용하고 있는 '행복'이란 말의 개념사적 정리도 책으로 나온다면 <행복 스트레스>와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 2008) 이후 저자의 책은 모두 창비에서 나오고 있는데, <자기만의 철학>(창비, 2011)처럼 주로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책들이다(여기서 청소년은 청년과 소년 사이층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청년과 소년을 합산한 것이다). 

 

 

<행복교과서>(주니어김영사, 2013)를 읽은 청소년이라면 <행복 스트레스>도 같이 읽어보는 게 좋겠다. <행복교과서>란 책은 <행복 스트레스>를 읽다가 알게 된 책인데, 무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펴낸 것이다. 그런 연구센터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국민행복시대'란 말이 저절로 나온 건 아닌 듯싶다. 나로선 이미 책에다 적은 애기지만, 행복이 인생의 목적인가에 대해선 언제나 회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생은 죽음으로 종결될 뿐더러,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도 행복을 위해서라면 너무 길기 때문이다...

 

13.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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