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따로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급하게 골라놓는다(그렇게 며칠 전에 시작한 일을 이제서야 마무리한다). 6월이고 여름이다. 보통 12월초에 한 해를 결산하는 걸 고려하면 상반기 결산 즈음이기도 하다(다음 주쯤에는 나대로 상반기 베스트를 꼽아봐야겠다). 뒤도 돌아보며 바삐 뛰어가야 하는 형국이랄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박범신의 <소금>(한겨레출판, 2013)이다. 이젠 <은교>(문학동네, 2010)의 작가로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작가의 신작. 등단 40주년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이라 한다. "가족 때문에 가출하거나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아버지들을 위해 쓴 21세기판 ‘사부곡’이자 ‘제망부가’". <은교> 이후에도 소설, 일기, 에세이 등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의 땀내가 느껴진다.

 

 

 

같이 읽어볼 만한 소설로는 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문학과지성사, 2013)도 꼽아볼 만하다(생각해보니 이기호는 '박범신 사단'의 대표 작가이기도 하다. 박범신의 제자들을 문단에서는 '박범신 사단'이라고 부른다). 중견작가 정미경의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창비, 2013)과 공선옥의 장편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창비, 2013)도 손길을 끄는 책.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테오도르 몸젠의 <몸젠의 로마사1>(푸른역사, 2013)다. "로마사 연구의 고전을 꼽으라면 영국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쇠망사>와 독일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의 <로마사>를 들 수 있다. 이중 아직까지 몸젠의 <로마사>는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다." 바로 그 <로마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순탄하게 나머지 분량도 번역돼 나오길 기대한다. 참고로 <로마제국쇠망사(전6권)>(민음사, 2010)는 완간돼 있고, 다이제스트판으로는 까치(2010)와 책과함께(2012) 판이 있다.

 

 

결들여, 맘잡고 읽어볼 만한 역사서로는 에드워드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2,3>(까치, 2013)도 여름나기용이 될 만하다. 말 그대로 석달치 읽을 거리는 되지 않을까.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새물결, 2013)다. "현대인의 취약하면서도 계산적인 인간관계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 원인과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한다"고 평했다. 참고로 <인디고>(2013, 봄/여름호)에서 바우만의 사유에 대한 영문 인터뷰도 읽을 수 있다.

 

 

국내 철학서도 같이 읽는다면 김광수의 <철학하는 인간>(연암서가, 2013),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정리한 장건익의 <철학의 발견>(사월의책, 2013), 그리고 강신주 인터뷰집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 2013)을 읽을 거리 삼을 만하다. 공통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스웨덴 스타일>(이매진, 2013)이다. 일본의 학자, 환경 전문가, 저널리스트 등이 "현재 일본이 놓인 현실에서 출발해 최신 통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사회 스웨덴의 운영 방식을 분석한" 책. 물론 스웨덴 모델의 유효성에 대한 검토는 우리의 경우에도 낯설지 않다.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에 대한 평전으로 하수정의 <올로프 팔메>(후마니타스, 2013),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의 교수인 최연혁의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쌤앤파커스, 2012) 등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동식의 <날씨 읽어주는 CEO>(프리스마, 2013)다. "이 책은 케이웨더(K-weather)라는 최초의 민간 기상업체를 설립해 우리나라에 날씨경영을 정착시킨 CEO 김동식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상산업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새로운 산업군을 정착시킨 저자의 16년간의 도전기는 작은 감동을 준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날씨’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새삼 알게 된다."고 평했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책은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마조리 켈리의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북돋음, 2013)도 눈길을 끄는데, '공생의 대안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을 자극할 듯싶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미셸 프로보스트, 다비드 아타의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그린북, 2013)다. 전체 제목에는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이 앞에 붙는다. 교양공학서이자 교양과학서인 셈. 건축 쪽은 아니지만 과학서로는 재출간된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동아시아, 2013), 그리고 폴라 스테판의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글항아리, 2013)가 개인적인 관심도서다. 6월이라 길어지는 해 그림자처럼 독서 시간도 늘릴 수만 있다면 좋을 터인데...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연식의 <괴물이 된 그림>(은행나무, 2013)이다. 부제는 '우리를 매혹시키는 관능과 환상의 이야기'. <응답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면, 멜랑콜리>(이봄, 2013)에 연이어 펴낸 그림책인데, "현재 저술과 번역을 병행하며 미술사에서 음울하고 기괴하고 에로틱한 것을 끌어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저자는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 번역자로 친숙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이봄, 2013)도 그의 번역이다. 

 

 

 

묵직한 미술사 책들도 최근에 연이어 나왔는데, 슈테파니 펭크의 <아틀라스 서양미술사>(현암사, 2013), 뤼펑의 <20세기 중국미술사>(한길아트, 2013)가 눈에 띄는 책이고 작가론으로는 존 핀레이의 <피카소 월드>(미술문화, 2013)가 탐나는 책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최인숙의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열린어린이, 2013)이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일차적으로 그 희소성에 있다. 문헌 기록으로만 보면 조선시대 어린의 내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다양한 천조각의 귀퉁이를 잘라 퀼팅(quilting)하는 작업”과 유사하게 여러 문헌 자료의 귀퉁이를 오려내 ‘조선시대 지식인이 그린 어린이 문화 지도’를 그려낸다."고 추천의 이유를 적었다. 이 책 덕분에 <격몽요결>과 <아희원람>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조선시대 어린이와 그 교육에 대한 보다 풍부한 내용의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에서 엮은 <학원 없이 살기>(비아북, 2013)다.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을 사교육 걱정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도록 하자는 목표를 가진 대중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08년 출범했다. 1년 3개월 간 토론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사교육 진실을 파헤쳤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출간된 <아깝다 학원비!>.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지만 질문과 고민거리도 함께 쏟아졌다. 막상 실천에 옮기려고 하니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노워리(no worry) 상담넷'이라는 사교육 관련 온라인 상담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이 책은 '노워리 상담넷'에 쌓인 상담 내용을 담고 있다.

'사교육 굿바이'를 제안하는 책으로는 <굿바이 영어 사교육>(시사IN북, 2012)도 더 얹어볼 만하다.

 

 

 

10. 알베르 카뮈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알베르 카뮈'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이번 여름에는 그걸 기념하는 강좌를 맡아(카뮈 전집을 출간한 책세상과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기획한 강좌다)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 <전락>에 대해 강의하게 됐다.

 

 

 

겸사겸사 카뮈 관련서들을 다시금 챙겨보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알베르 카뮈>(토담미디어, 2013)가 유익한 자료다. <일러스트 이방인>(책세상, 2013)은 소장본 기념판이고 전집과는 별도로 나온 <카뮈-그르니에 서한집>(책세상, 2012)도 아무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볼 수 있는 책.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여름은 카뮈와 함께하기 좋은 계절이다!.

 

13. 06. 05.

 

 

 

P.S. 6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을유문화사, 2012)를 고른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작품인데, 플라토노프의 다른 소설들, <코틀로반>(문학동네, 2010), <에피판의 갑문>(문학과지성사, 2012) 등을 더 보태 읽어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레프 도진이 연출한 연극 <체벤구르>가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될 수 있으면 좋겠다(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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