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인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오멜라스, 2008)가 다시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렘의 책들을 검색했다가 대부분 품절(내지 절판) 상태여서 실망했었는데, 생각난 김에 페이퍼로 적는다. 찾아보니 2008년 여름에 '렘 걸작선'이 처음 나왔을 때 기대를 표한 적이 있었다. 5년도 되기 전에 이 책들이 모두 '사라진 책들' 목록에 오르게 됐다.

 

 

'렘 걸작선'으로는 양장본으로 <사이버리아드>(오멜라스, 2008), <솔라리스>(오멜라스, 2008), <우주비행사 피륵스>(오멜라스, 2009)까지 출간되고 중단됐는데, 그토록 판매가 부진했던 것인지? 나로선 <사이버리아드>나 <솔라리스>를 구입한 듯도 싶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이번에 다시 구하려고 하니 <사이버리아드> 반양장본만 겨우 남아 있다.

 

 

작가로서 렘의 명망에 대해선 군말이 필요 없다. 알라딘의 작가 소개만으로도 충분하다(러시아에서는 '사상가'로도 다뤄진다).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폴란드의 과학소설 작가로서 보르헤스, 루이스 캐럴, 필립 K. 딕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영미권의 SF문학이 독자적인 스타일을 형성해오던 1970년대부터 차례차례 영역되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제까지 41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인간의 기억을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외계 행성을 통해 우주적 인식론의 불가해성을 그린 <솔라리스>는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및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솔라리스>와 같은 진지한 서사들 외에 <사이버리아드>처럼 통렬한 풍자와 블랙코미디가 결합되어 경쾌하고 현란한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는 작품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책이 없다는 것. 야심차게 나왔던 선집인 만큼 '렘 걸작선'이 품절된 책들의 복간과 함께 계속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13.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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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전집'과 '문장선집'이란 형식의 책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염상섭 문장전집1,2>(소명출판, 2013)와 <신남철 문장선집1,2>(성균관대출판부, 2013)가 그것이다. <만세전>과 <삼대>의 작가 횡보 염상섭은 물론 한국문학의 거목이고(하지만 읽을 수 있는 전집도 나와 있지 않다), 신남철은 한국의 1세대 근대철학 연구자다. <염상섭 문장전집>을 소설을 제외한 나머지 글들을 모은 것이고, <신남철 문장선집>은 신남철의 시, 소설, 기행문, 번역, 평론, 논문 등의 글을 총 망라하여 엮은 것이다. 연구자들에겐 유익할 자료가 됨직하다. 같이 나온 김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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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문장 전집 1 : 1918-1928
염상섭 지음, 한기형.이혜령 엮음 / 소명출판 / 2013년 5월
45,000원 → 40,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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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문장 전집 2 : 1929-1945
염상섭 지음, 한기형.이혜령 엮음 / 소명출판 / 2013년 5월
40,000원 → 36,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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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철 문장선집 1- 식민지 시기편
신남철 지음, 정종현 엮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13년 5월
25,000원 → 23,750원(5%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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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철 문장선집 2
신남철 지음, 정종현 엮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13년 5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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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감옥에서 다시 원고 감옥으로 이감해가는 중에 잠시 풍경을 내다보는 기분으로 페이퍼 하나를 적는다. 엊그제 새로 번역된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세창출판사, 2013)을 구입했는데, 물론 그간에 <마의 산>이라고 번역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역본 제목에서 온 <마의 산>이 평소에 좀 어색하다고 생각해온 터라 개명된 제목이 오히려 더 나아 보인다(영어본의 제목도 그냥 'The Magic Mountain'이다).

 

 

역자는 <마의 산>을 <마법의 산>이라고 옮기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하권의 역자해설, 663쪽).

이제까지 독일어로 Zauberberg(영어로 Magic Mountain)는 '마의 산'으로 번역되어 왔다. 그러나 역자는 이 번역이 오류라고 생각하여 '마법의 산'으로 옮겼다. 마(魔)는 악마라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가 많으며, 이렇게 되면 소설의 내용까지도 전도될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은 이 소설에서 무시무시한 산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자주 언급하였듯이 '연금술적인 신비'와 '마법'이 작용하는 산을 다루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단순했던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고양되는 소위 '교양소설' 내지 '발전소설'의 양상을 서술해 나간다.

시간을 내서 <마법의 산>으로 읽어보고픈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새 번역본을 접한 김에 또 생각난 책은 얼마전에 첫 권이 나온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펭귄클래식, 2013)다. 물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새 번역본이다. 언제 완간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지만 보면 다섯 권짜리로 나오는 듯도 싶다. 민음사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경합을 이룰 책(두 역자는 모두 프루스트 전공자이며, 김화영 교수의 번역본까지 가세하게 되면 언제가는 3파전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원로 불문학자의 번역으론 김창석, 민희식 교수의 번역본도 있다).

 

 

역자는 '잃어버린 시간' 대신에 '잃어버린 시절'이라고 옮긴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시간’이라는 것은 광대무변한 공간 속에 처한 무시무종의 질료세계에서 포착되는 물리적 이동 및 변화 현상을 기술하기 위하여 고안된 합의개념일 뿐, 즉 공간 및 그 속에서 부유하는 질료덩이들에 종속되는 개념일 뿐, 그 독립된 실체가 없는 일종의 허개념입니다. 따라서 ‘시간’이라는 것은 잃거나 되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일 수 없습니다. 반면 ‘시절’이란 하나의 오성(감각 및 인지의 주체)이 이미 겪은 실존의 퇴적물이며, 그 ‘시절’은 오직 질료적 접촉에 의해서만 필연적으로 부활하는, 그리고 전적으로 주관적인 새로운 정서적 국면입니다. 물론 그 ‘시절’ 또한 엄밀히 말해 우리의 염원이나 의지에 따라 되찾을 수 있는 무엇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계시(쏘크라테스적 의미로써의 계시) 혹은 영감처럼 번개가 명멸하듯 우리를 스쳐갈 뿐, 따라서 그것을 ‘찾는다’ 하는 말은 그러한 계시에 귀 기울인다는 정도의 뜻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시절’은 ‘시간’과 달리, 기다림이나 명상 혹은 모색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작품의 말미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시절(le temps perdu)’이 곧 ‘옛날(les jours anciens)’을 가리킨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번역어는 ‘롤랑의 노래’나 ‘니벨룽겐의 노래’, ‘음유시인’, ‘서사시’ 등처럼, 우리가 외래 문물을 받아들이던 초기에 오역된 숱한 말들 중 하나일 듯합니다.

그렇게 해명은 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론 동감하기 어렵다. '시간'이란 허개념이고 '시절'이 주관적, 정서적 국면을 지시하기에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라고 하는 게 옳다는 얘기지만, 이미 '잃어버린 시간'이란 말에 역사적, 문화적으로 축적된 정서적 국면이 내재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질적인 개명으로 카뮈의 <이방인>을 <이인>(문학동네)이라고 옮긴 경우도 떠올려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역자의 깊은 주관적 소신을 반영하고 있지만, 나로선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개명된 제목에 대해 각기 다른 느낌을 갖는 것은 나만의 주관 탓일까...

 

13.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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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에 '이주의 발견'을 골라놓는다. 처음 소개된 저자의 책 가운데 탐나는 걸 고르는 것인데, 지난주에 나온 육중한 책,  리처드 홈스의 <경이의 시대>(문학동네, 2013)가 단연 눈에 띈다. 사실 관심을 부추긴 건 제목이 아니라 부제다. '낭만주의 세대가 발견한 과학의 아름다움과 공포'.

 

 

과학사 책으로 분류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낭만주의 관련서라는 데 더 흥미를 느낀다. 대략적인 내용 소개는 이렇다.

리처드 홈스는 허셜과 데이비뿐 아니라 조지프 뱅크스, 토머스 베도스, 마이클 패러데이 같은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이들의 발견과 발명을 돌파구 삼아 영감을 얻었던 메리 셸리에서 콜리지, 키츠 등 낭만주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채롭고 흡입력 있는 내러티브로 낭만주의 시대를 채워간다. 이와 더불어 과학이 경이감과 더불어 두려움을 유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 발견과 발명이 세상에 새로운 희망뿐 아니라 새로운 공포를 가져다주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환경이나 기후변화, 유전공학, 대체의학, 외계 생명, 의식의 정체, 심지어 신의 존재를 둘러싼 현대 과학의 논쟁을 이해할 단초를 마련한다.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한 쪽에 있다면, 다른 쪽엔 그들의 "발견과 발명을 돌파구 삼아 영감을 얻었던 메리 셸리에서 콜리지, 키츠 등 낭만주의 작가들의 이야기"가 있는 셈.

 

 

목차를 보니 내가 제일 먼저 읽어볼 만한 장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영혼'이란 제목의 7장이다. "인간 생명의 본성’을 둘러싼 생기론 논쟁은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배경이 된다"는 게 단서다.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글도 쓰고 강의도 여러 번 해보면서 그 과학적 배경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데, 때마침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책인 듯싶어 반갑다...

 

13.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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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번역 작업을 하다가, 천 삽 뜨고 한번 허리 펴는 식으로, 잠시 숨을 돌리는 김에('천 삽'은 좀 과장이군)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라인업은 오전에 짜놓았다. 먼저 타이틀북은 불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난다, 2013). '황현산 산문집'이라고 부제가 붙어 있는데, '문학에 관한 논문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글'을 모은 것으로 대부분은 일간지에 실린 칼럼이다. 더러 칼럼들을 읽을 때마다 예리하면서도 품위와 격조를 갖춘 말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는데 한데 모은 책으로 읽게 돼 반갑다(영화에 관한 글도 몇 편 들어 있어서 흥미롭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쓴 글도 몇 편 들어 있어서 얼추 삼십여 년을 카바한다. 작년에 나온 비평집 <잘 표현된 불행>(문예중앙, 2012)와 함께 저자의 전모를 보여주는 듯싶다. '황현산 비평의 힘'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까. 더 정확하게는 어떤 정신의 힘이라고 해야겠다.

 

 

두번째 책은 경제학자 류동민의 <기억의 몽타주>(한겨레출판, 2013). '서울 1988년 여름,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이 부제인데, 전혀 예기치 않게도 "마르크스의 <자본론> 번역에 얽힌 에피소드를 통해 기억과 재현의 의미를 성찰한 한 편의 철학 에세이집"이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위즈덤하우스, 2012)의 '파격'을 뛰어넘는다고 할까(에세이집에서 더 나가면 소설도 나올 수 있을 듯). 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로서 여러 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리고 세번째 책은 장 지글러의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갈라파고스, 201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장 지글러, 온갖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밝혀낸 스위스 은행의 추악한 진실. 이 책에서 장 지글러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겉모습과 달리 원조 탈세천국으로 악명을 떨친 스위스의 민낯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조세 피난처, 더 정확하게는 조세 회피처를 다룬 책으로는 니콜러스 섁슨의 <보물섬>(부키, 2012)와 같이 읽어봄직하다. 조세 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들의 명단이 뉴스타파를 통해서 속속 폭로되고 있지만, 이젠 '그들'이 어디에다 돈을 숨겨놓았는지 알아야 하는 것도 시민의 자격조건인 시대다!

 

 

네번째 책은 찰스 페로의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알에이치코리아, 2013). '‘대형 사고’와 공존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이 부제다.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내용과 의의를 짐작해볼 수 있는 책. "1984년 초판이 출간된 책으로 ‘대형 사고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각종 사고 연구의 필독서로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끔찍한 사고로부터 사람들이 입을 실질적, 잠재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번째 책은 베르트랑 로테와 제라르 모르디야의 <대안은 없다>(함께읽는책, 2013). 부제가 문학적이다. '바보들이 지껄이는 소음과 격정에 찬 무의미한 이야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들이고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데,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이 비판하는 대상은 신자유주의 그 자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대처와 레이건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이 칼끝을 겨누는 곳은 자크 아탈리, 알랭 맹크, 토니 블레어, 제2좌파, 피에르 로장발롱 등 이른바 ‘티나’를 외치며 시장중심주의에 대한 대안 찾기를 거부해 온 모든 지식인 기득 세력이다. 전 세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위기의 시대에 짚고 넘어가 볼 만한 책이다."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이주의 책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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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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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몽타주- 서울 1988년 여름,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류동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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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조세피난처의 원조, 스위스 은행의 비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홍기빈 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6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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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대형 사고’와 공존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
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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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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