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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을 정리한 에세이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 2015)이 출간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문학계의 거장인 오에 겐자부로가 읽은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한다. 1957년에 등단한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매번 탁월한 작품을 집필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평생에 걸쳐 읽어온 보물 같은 책’들을 회고하며, 오직 책으로 살아온 인생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그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한 구절을 삶의 지표로 설정했던 소년 시절의 이야기, 엘리엇과 오든, 포의 시집을 읽으며 언어에 대한 감각을 훈련했던 기억, <신곡>과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 및 수많은 문학작품을 통해 생의 고뇌를 승화시켰던 여정들을 이 책에 가득 펼쳐놓는다." 내가 덧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경험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의를 갖는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은 이런 질문에 답한다. 세계적인 작가이기에 앞서 그는 ‘읽는 인간’이자 지독한 독서가였다. 오로지 읽고 쓰는 삶, 쓰는 것으로 완성되는 삶이 만년에 되돌아본 오에 자신의 삶이다. 오에와 더불어 이제, 비로소 알 것 같다. 인간은 ‘읽는 인간’과 ‘안 읽는 인간’으로 나뉠 수 있음을. 당신 또한 ‘읽는 인간’이라면, 그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공감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겸사겸사 오에의 에세이로만 다섯 권을 골라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절판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구판절판
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3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구판절판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윤상인.박이진 옮김,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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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책 두 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윌리엄 데이비스의 <행복산업>(동녘, 2015)과 브루노 프라이의 <행복, 경제학의 혁명>(부키, 2015)이다.

 

 

먼저 <행복산업>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자본과 정부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복을 팔아왔는가?'가 부제다. 저자는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가.  

저자는 ‘행복의 과학’이 갑작스럽게 21세기 초에 대두된 것에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성과 관련된 것이다. 즉 행복이 중요해진 것은 그만큼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행함이 중요해졌다는 반증인데, 많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불행함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심리적, 감정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 자본주의 체제가 바로 그 어려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자본주의하에서 기술이 우리의 감각과 기분, 감정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감정은 실시간으로 수량화되고 이는 시장을 넘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이처럼 행복과 웰빙이라는 이 시대의 새로운 ‘종교’가 어떻게 경영, 금융, 마케팅, 스마트기술 등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가장 사적인 감정의 상업화 등을 통해 공기처럼 우리를 휘감고 있는 ‘행복’에의 강요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문제의식을 대충 어림잡을 수 있는 책인데, 장하준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인간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와 조작을 통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를 개선시키겠다는 지금의 지적 프로젝트의 오도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마음이 확 트이게 하는 책이다.” '국민행복시대'의 실상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선 더더욱 필독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미 <경제학, 행복을 말하다>(예문, 2008)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브루노 프라이는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행복경제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경제학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에 맞서 행복을 계량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경제학이 그러한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복경제학의 선구자 프라이는 비용과 편익이라는 결과적 효용에만 초점을 맞춘 표준 경제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 즉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적 행동을 해석하고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는 행복 연구가 아직 완전한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효용을 측정할 수 없다는 기존 경제학의 주장에 반해 이 연구가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분명한 측정치로 경제적 행동의 효용을 계량화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이를 통해 경제이론 및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충분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핵심은 '주관적 안녕감'을 어떻게 측정하고 계량화할 수 있는가란 점이겠다. 행복경제학의 기본 전제니까 말이다. 그래도 경제의 목표를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주류 경제학보다는 좀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데, 자칫 '행복산업'의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어 보인다. <행복산업>과 같이 읽어보아야 하는 이유다...

 

15.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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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도 골라놓는다. 미국의 실존주의 정신분석가 롤로 메이, 프랑스의 논쟁적 작가 미셸 우엘벡, 그리고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가 앤서니 도어, 3인이다.

 

 

먼저, 에리히 프롬과 함께 실존주의를 심리치료 이론과 실제에 적용하는 데 기여한 롤로 메이의 <신화를 찾는 인간>(문예출판사, 2015)이 출간됐다. 1991년에 나온 책이니까 1994년에 세상을 떠난 롤로 메이의 마지막 저작이다. 번역됐음직한 책이지만 이번에 나온 게 초역이다. 롤로 메이는 80-90년대에 소개되다가 훌쩍 건너뛰어서 지난 2013년부터 <권력과 거짓순수>,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 등이 다시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인이 인생의 방향과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것은 신화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현대인이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방을 “신화를 새롭게 보고 자신만의 신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 사르트르의 <파리 떼>, 허먼 멜빌의 <모비 딕>등의 고전 명작에 담긴 심오한 비유와 상징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지크문트 프로이트, 오토 랭크, 칼 융 등 저명한 정신분석학자들이 신화를 어떻게 해석했으며, 이와 연관 지어 인간 본성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 특히 <파우스트>에 대한 해석이 흥미를 끈다(저자는 파우스트 신화에 대해서 3개 장을 할애하고 있다).

 

 

미셸 우엘벡의 신작 <복종>(문학동네, 2015)도 번역돼 나왔다.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상스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 프랑스에서 또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배경은 우리가 아는 바대로다.

2015년 1월 7일 프랑스는 떠들썩했다. 미셸 우엘벡의 신간 <복종> 출간과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는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우엘벡의 여섯번째 소설 <복종>은, 이슬람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유럽 사회에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출간 당일 프랑스 대표적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격 테러로 또다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문학속의 정치'를 주제로 한 최근 강의에서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다시 읽었는데, 그 목록에 포함해도 좋겠다 싶다(<복종>과 함께 이스마일 카다레의 <꿈의 궁전> 등이 내가 보강하고 싶은 리스트다).

 

 

올 퓰리처상 수상작이 곧바로 번역돼 나왔는데,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민음사, 2015)이다. 1973년생이니까 올해 마흔둘. 2004년에 첫 장편을 발표했고, 10년간의 준비 끝에 2014년에 발표했다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 말 그대로 그의 '이 한 작품'이다.

장님 소녀 마리로르와 고아 소년 베르너가 2차 세계 대전 전후로 겪는 1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아름다운 문체와 감동적인 플롯,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실감 나는 묘사로 언론과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수많은 미국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미국 내에서만 100만 부 넘게 판매되고 39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2015년 6월 '앤드루 카네기 메달 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대중성과 문학성을 입증받았다.

지난해 퓰리처상 수상작인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은행나무, 2015)와 함께 미국문학의 현재를 짚어볼 수 있는 척도로 삼을 만하다...

 

15.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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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으로 어떤 책들을 골라야 하나 고심하다가 내주만 지나면 휴가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그래봐야 6일간 강의 일정이 없다는 것뿐이지만). 정작 휴가 때라고 해서 마음놓고 책을 읽을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 대개 이번주와 다음주가 휴가 기간이므로 '기분'은 내보기로 한다. 지난달에 나온 책이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웅진지식하우스, 2015)를 타이틀북으로 고른 이유다. 순전히 제목 때문(책의 존재는 지난 주에 알았으니 내겐 '이주의 책'이다).

 

일본에서만 10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신 치바>로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가 된 이사카 코타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그리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그가 가슴 따뜻한 감동 스토리로 돌아왔다.

어쩌면 나만 모르던 작가인지도 모른다(장르문학쪽이 특히 그렇지만). "하찮은 인생에도 괜찮은 순간이 있지"라는 게 소설의 메시지라니 학생들이 읽어봐도 좋겠다.

 

 

같이 어울릴 만한 두번째 책은 '작가 중의 작가 32인'의 소설 선집 <일은 소설에 맡기고 휴가를 떠나요>(홍시, 2015)다. '일에 관한 소설'이 아이템. 앨리스 먼로, 조이스 캐럴 오츠, 제임스 설터 등이 망라돼 있다. 안 그래도 휴가 때 읽을 책으로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마음산책, 2015)를 빼놓은 터인데, <휴가를 떠나요>도 같이 손에 듬직하다. 32편을 다 읽는 것도 '일'일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세번째 책은 올해 대학소설상 수상작 <최선의 삶>(문학동네, 2015)이다('대학소설상'이라는 게 따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사라진 '대학가요제' 같은 걸로 생각하면 되겠다). 나로선 다음 학기부터는 대학 강의를 하지 않게 돼 '만감'도 가져볼 수 있겠다. 더불어 봄에 나온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과 같이 읽으면 최근 침체한 느낌을 주는 한국문학의 장래에 대해서 그래도 점쳐볼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올여름 상상의 휴가지로 정한 스위스에 관한 책이다. 노시내의 <스위스 방명록>(마티, 2015). 니체와 바그너, 그리고 헤세의 행적을 쫓는 여정이기도 하다.

전작 <빈을 소개합니다>에서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이방인과 현지인 모두가 놓쳐버린 ‘오늘’의 빈을 소개한 저자 노시내는 사람들이 스위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 안에 이미지만 가득하고 ‘사람’이 빠져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스위스가 일종의 ‘통로’나 ‘유명인의 묘지’로 여겨진다면서, 사람들의 행적을 좇는 여정에 오른다. 스위스 곳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자리에 멈추어 서서 한사람씩 호명해낸다. 미국에서 8년, 일본에서 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4년, 그리고 지금은 스위스 베른에 옮겨가 2년째 머물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끝으로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인문서로는 에르트무트 비치슬라의 듀오그라피 <벤야민과 브레히트>(문학동네, 2015)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비평가로 손꼽히는 발터 벤야민과 가장 위대한 독일 극작가로 불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말까지 깊이 교류한 역사의 윤곽을 세세히 드러낸 평전이자, 그 영향 관계의 결실인 두 사람의 저술과 잡지 기획 등을 중층적으로 분석한 연구서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 정도 규모로 다룬 책은 독일에서도 처음 나온 것이라 한다. 영어본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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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5년 07월 19일에 저장
품절

일은 소설에 맡기고 휴가를 떠나요- 작가 중의 작가 32인의 ‘일에 관한 소설’
앨리스 먼로.조이스 캐럴 오츠.제임스 설터 외 지음, 강경이 외 옮김 / 홍시 / 2015년 7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2015년 07월 19일에 저장
절판
최선의 삶-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5년 07월 19일에 저장
구판절판
스위스 방명록-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2015년 07월 1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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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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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책을 보면 죽음을 분노, 타협, 수용에 이르기까지 다섯 단계로 분석한 구절이 나오지만, 나에게는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 요즘 시대에는 둘 중 하나는 암에 걸리니까, 내가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아, 그래?`라고 생각했다. 내 유방암은 이비인후과 의사가 발견했다. 유방암에 걸리면 팥알 크기의 멍울이 만져진다고 들었는데, 내 경우는 왼쪽 가슴에만 찹살떡 같은 멍울이 있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한테 보였더니 곧바로 병원에 가보라기에, 집에서 예순일곱 걸음 떨어진 병원에 갔더니 역시 암이라서 잘라냈다. -240쪽

수술한 다음 날 나는 예순일곱 걸음을 걸어 집으로 담배를 피우러 갔다. 매일 담배를 피우러 갔다. 일주일간 입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가슴이 쓸모 없으니까, 가슴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항암제로 반질반질한 대머리가 되었고 1년 동안 살아 있다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사람 구실을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사람 구실을 못하니 자리를 보전한 채로 한국 드라마를 보았고 그러다 턱이 틀어졌다. -241쪽

뼈에 재발했을 때는 전이되었다는 생각을 못했다. 다리를 들어 가드레일을 넘었을 때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정형외과에 가서 뢴트겐사진을 찍자, 예전에 유방 절제를 해준 의사의 안색이 바뀌었다. 의사는 곧바로 암연구회를 소개해주었고, 암연구회에서는 지금의 병원을 소개받았다. -241쪽

나는 행운아다. 당담 의사가 근사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배우 아베 히로시를 쏙 빼닮은 외모에 키만 그보다 작았다. 의사로서는 드물게 잘난 척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언제나 웃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병원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 일흔의 할머니가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는 게 뭐가 나쁜가?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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