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묶는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 2015)와 앤드루 롤러의 <치킨로드>(책과함께, 2015)다.
<사피엔스>는 입소문이 난 책이라 나도 원서를 미리 구입해놓은 책인데, 번역서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역사가의 첫 책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수렵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 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였는가? 인간은 왜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멀고먼 인류의 시원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다양하고 생생한 시각으로 조명한 전인미답의 문제작.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사의 시간을 종횡무진 써내려간 문명 항해기. 이제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
인류의 대장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바다출판사, 2009)를 떠올리게 해주지만(BBC 다큐였다), 시간적 터울도 있는 만큼 훨씬 강력한 책이지 않을까 기대된다.
같은 문명사라고는 하지만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쓴 <치킨로드>는 인류의 역사가 아닌 닭의 역사가 주제다. 심지어 부제도 '문명에 힘을 실어준 닭의 영웅 서사시'이다(괜히 불쾌해지는 부제이긴 하다. '닭의 영웅 서사시'라니!).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닭에 대한 모든 이야기. 현대 닭의 조상 종인 '적색야계'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 '길들일 수 없는 표범 같은' 적색야계가 동남아시아의 밀림에서 출발하여 태국을 거쳐 인도를 지나, 다시 메소포타미아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간 여정, 멜라네시아에서 원주민의 작은 배를 타고 바다 위의 작은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하와이 군도와 이스터 섬으로 퍼져나간 과정, 그리고 중국 남부로 들어가 한국과 일본으로 퍼져나간 경위를 자세히 추적한다.
뒷표지 소개에는 '동남아시아의 야생 닭이 태평양을 건너 지구의 근육이 되기까지 인류가 사랑한 어느 새에 대한 특별한 보고서'라는 문구도 새겨져 있다. 소, 돼지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닭의 위상과 그 다이니믹한 역사에 대해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도 좋겠다. 닭의 역사가 아닌 닭요리의 역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정은정의 <대한민국 치킨전>(따비, 2014)도 같이 생각나는 책이다...
15.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