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시리즈의 하나로 짐 더처와 제이미 더처 부부의 <늑대의 숨겨진 삶>(글항아리, 2015)이 출간됐다. <마지막 사자들>과 <호랑이여 영원하라>도 같이 나왔는데, 일단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늑대다. 생생한 사진이 강점인 일종의 화보집이다(관련 동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d36MK94POaI 참조).

 

깊고 매서운 눈, 무채색의 털빛을 가진 야생의 포식자. 늑대는 예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흉악스럽고 무서운 존재로만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늑대를 왜 그렇게 정의해왔는지, 진정 그들의 모습이 그러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저자 짐과 제이미 더처는 19세기 이후 계속 박해만 받아왔던 늑대를 위해 20년 넘게 그들의 삶을 추적했다. 어떤 사실로도 확인된 적 없었던 늑대의 삶에 직접 뛰어들어, 끊임없는 학대와 잘못된 편견 속에 숨어 살았던 늑대들의 진정한 모습을 책에 담아냈다.

 

이채로운 건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서문을 쓰고 있다는 점. 저자들과 오랜 교분을 갖고 있고, 더 나아가 '리빙 위드 울브즈'의 명예회원이라 한다.

 

 

늑대 관련서로 뭐가 있을까 찾아봤는데, 역시나 대표적인 건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늑대>(추수밭, 2012)다. 그밖에 1963년에 나온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돌베개, 2003)는 나온 책으로 늑대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책이라 한다. 국내서로는 과학 칼럼니스트 강석기의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MId, 2014)가 눈에 띈다...

 

1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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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른다. 어느덧 2015년도 열흘을 남겨놓고 있어서 다음주에 한 차례 더 '이주의 책'을 고르면('이주의 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달력을 바꾸게 된다('병신년'이라지?!). 인문분야의 책들로 골랐는데, 타이틀북은 전문번역가이자 출판기획자로 활동하는 윤영삼의 <갈등하는 번역>(글항아리, 2015)이다.

 

 

저자는 40여 권을 번역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것도 몇 권 있다. 인문서 독자들은 다니엘 에버렛의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꾸리에, 2009)를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실용의 재발견' 시리즈로 나온 이번 책의 부제는 '번역 실무에서 번역 이론까지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출판기획, 저술, 편집, 강의 등 번역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해온 저자가 쓴 '번역' 행위에 대한 책이다. 입력된 원문이 번역문이 되어 나올 때까지 번역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번역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 전문 번역가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번역학과 언어학 지식들 등 번역가의 블랙박스라 할 수 있는 정보들을 담고 있다.

전문번역가의 번역론으로는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교양인, 2009)도 떠올리게 한다. 예전보다 번역에 대한 관심도 깊어진 만큼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싶다.

 

 

두번째 책은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의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휴머니스트, 2015)이다. '안경, 망원경, 자명종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서양문물 수용사'가 부제인데, 좀더 구체적으로는 조선 후기에 청나라에서 들어온 다섯 가지 서양 물건(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의 역사를 다룬다.

 

세번째는 아사미 마사카즈와 안정원의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책과함께, 2015)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일본의 기독교사 연구자 두 명이 자세하게 담아낸 책"이다. "일본 대중들을 대상으로 쓴 한국 기독교 관련 개설서이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한국 기독교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소개다. 외부의 시선을 통해서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피터 스턴스의 <세계사 공부의 기초>(삼천리, 2015)다. "조지메이슨대학 역사학과 교수 피터 스턴스의 책. 피터 스턴스 교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시민의 기초 체력이 올바른 세계사 공부에서 나온다고 역설한다. <세계사 공부의 기초>는 온갖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보다 '역사가처럼 생각하기'를 통해 사실(fact)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힘을 기르라고 제안한다." 세계사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해하던 독자들에겐 실마리가 돼줄 만하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한국철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허훈의 <한눈에 보는 세계철학사>(양철북, 2015)다. "한 권으로 섭렵하는 동.서양철학사. 3천 년에 걸친 철학적 물음들의 연쇄를 밝히고, 각 철학의 시대적 배경에서 핵심까지, 친절하고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철학 첫걸음 책으로는 안광복의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웅진지식하우스, 2007)와 견줘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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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번역- 번역 실무에서 번역 이론까지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윤영삼 지음, 라성일 감수 / 글항아리 / 2015년 1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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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안경, 망원경, 자명종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서양 문물 수용사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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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0일에 저장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
아사미 마사카즈.안정원 지음, 양현혜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1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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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사 공부의 기초- 역사가처럼 생각하기
피터 N. 스턴스 지음, 최재인 옮김 / 삼천리 / 2015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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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 관련서를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로널드 르블랑의 <음식과 성>(그린비, 2015)이다. 제목만으로는 넓은 범위를 다룬 듯하지만, 부제가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문학에서 음식과 성'이란 주제를 다룬다. 더 구체적으론 '19세기 러시아 소설에서 드러난 육(고기/육체)에 대한 욕망과 죄의식'이 주제다(더불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두 작가의 비교도 겸한다). 러시아문학 전공자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선물이 될 만한 책. 유사한 주제의 책으로는 석영중 교수의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 2013)도 떠올릴 수 있겠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슬라비카 총서 6권. 러시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지성사에 뚜렷하게 족적을 남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를 중심으로 19세기 러시아 소설을 분석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음식'과 '성'에 대한 욕망과 죄의식을 중심으로 하여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이 지닌 대조적인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두 대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19세기 이후의 러시아 문학, 나아가 전 세계의 문학을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틀을 제공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러시아 문화사에 관한 책도 한권 덧붙인다. 솔로몬 볼코프의 <권력과 예술가들>(우물이있는집, 2015). 이 또한 권력과 예술가 일반의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러시아문화사에서 권력과 예술의 문제를 다루었다.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 문화사(1613~1917)'가 부제. 볼코프는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 <증언>(이론과실천, 2001)의 편자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적이 있는 저널리스트로 러시아 문화사에 관한 몇 권의 대표작을 갖고 있다(영어와 러시아어로 나와 있다).

 

 

영어판을 기준으로 하면 <상트페테르부르그: 문화의 역사>(1995),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 대작곡가와 잔인한 독재자의 특별한 관계>(2004), <매지컬 코러스: 러시아 문화사, 톨스토이에서 솔제니친까지>(2008) 등인데, 오래 전에 모두 구입한 책들이다. 이 분야의 책이 드물기에 소개되면 좋겠다 싶다. 덧붙여 '슬라비카 총서'의 근간 목록들도 빨리 손에 들 수 있으면 좋겠다(현재까지 다섯 권이 나왔는데, 11권까지의 목록이 근간으로 제시돼 있는 상태다)...

 

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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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문학평론가와 사회학자, 그리고 물리학자, 3인이다. 먼저 작고한 1990년에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현의 유작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 1992)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올해가 문학과지성사 창사 40주년이어서 이를 기념하는 책이 몇 권 나왔는데, 이 개정판 역시 그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행복한 책읽기>는 전집판까지 포함하여 세 가지 판본을 갖게 되었는데, 1986-1989년 사이에 쓰인 저자의 일기를 묶은 것이다. 당대의 평론가에게 일기란 곧 읽기의 기록이었다. 감회를 얹자면, <행복한 책읽기>는 초판을 읽었을 때 나는 아직 20대였다. 이제 2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개정판을 읽는다. 어느덧 저자만큼의 나이가 되어. 89년에 강의실에서 저자의 육성을 들은 것이 마지막 기억인데, 그로부터는 26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일도 아니란 걸 다시금 알겠다.

 

 

창사 40주년과 관련해서는 '문지의 논리 1970-2015'라는 부제의 평론선 <한국문학의 가능성>(문학과지성사, 2015)이 출간되었는데, 표제가 된 글이 바로 김현이 1970년에 발표한 평론이다. 그리고 1980년 가을호였던 창간 10주년 기념호의 복각본도 이번에 나왔다. 옛 표지와 활자를 대하니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계간 <문학과사회>는 이번 겨울호가 112호인데, 편집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져(엊저녁 2015년 문학동네 시상식 겸 송년회를 가졌던 <문학동네>도 마찬가지다) 내년 봄호부터는 다른 색깔의 잡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월은 이 모든 것을 강제한다.

 

 

아나키즘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온 사회학자 김성국 교수가 묵직한 분량의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을 펴냈다.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이학사, 2015). 저자는 이미 <한국의 아나키스트, 자유와 해방의 전사>(이학사, 2007)과 공저 <지금, 여기의 아나키스트>(이학사, 2012)를 출간했고, 내년에는 아나키스트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가.

한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사회학자인 김성국이 필생의 학문적 열정을 쏟아부은 역작이자, 그의 새로운 이념적 출발을 알리는 책이다. 저자는 '잡종'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잡종사회와 탈근대 문명전환 그리고 개인의 사회학을 논의한다. 구체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유일무이의 존재인 개인에 주목하는 독특한 잡종사회론과 문명전환론을 구상하며, 아나키즘의 실용화와 자유주의의 급진화라는 양 날개를 추구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연말이라 두툼한 문제작의 출간은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은 똑같이 이번주에 나온 찰스 테일러의 <자아의 원천들>(새물결, 2015)과 함께 '가는 해'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주는 책으로 도드라진다. 

 

 

하버드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로 <숨겨진 우주>(사이언스북스, 2008)의 저자 리사 랜들의 최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사이언스북스, 2015). 중간에 나온 <이것이 힉스다>(사이언스북스, 2013)까지 포함하면 세번째 책이다. 교양과학서 독자들에게는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감이다. 책의 내용을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도 반갑다.

저자는 전작 <숨겨진 우주>에서 비틀린 시공간 기하를 이용해 숨겨져 있는 차원과 우리 우주의 3차원 세계를 연결했듯이, 이번에는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 짓는다. 저자는 이번 책을 <숨겨진 우주>의 후속작이지만 동시에 프리퀄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물체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나 쿼크 같은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들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일상적인 물리 법칙과는 완전히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입자 물리학에서 우주론까지의 현란한 도약과 융합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물음에 답하면서 저자는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종교와 갈등을 빚어 가면서까지 연구를 계속했던 갈릴레오를 불러 내며 물리학과 과학의 가치, 역사, 기초를 탐구하고 있다.

 

리사 랜들의 최신작이라고 했지만,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2011년작이고, 그보다 나중에 나온 책으로는 <암흑물질과 공룡>(2015)이 있다. 짐작에는 이 또한 번역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번역돼 나온다면 리사 랜들 3부작으로 부름직하다...

 

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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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로부터 '올해 나온 책 중 읽어야 할 한 권'을 꼽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오늘 아침에(날짜로는 어제 아침에) 간단히 적어보낸 글을 옮겨놓는다(같은 질문에 소설가와 서평가가 답한 내용은 http://news1.kr/articles/?2520049 참조).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도서출판b, 2015)을 골랐는데, 요즘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도서출판b, 2012)를 강의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떠올린 책이다. 손 가까이에 있어서다...

 

"올해 나온 책 중에서 단 한 권만 읽는다면"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조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권을 골랐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저자를 모르는 독자가 이 책을 읽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그를 처음 읽는 독자라도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이 책을 읽어낼 수 없다면 허다한 인문서가 손밖에 놓이게 된다).

고진은 말 그대로 '철학의 기원'을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식과는 다른 기원이다. 그는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잘못 포장된 소크라테스의 진상을 밝혀내고자 한다. '평등의 철학자', '이소노미아(무지배)의 철학자'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소크라테스의 새 얼굴이다. <철학의 기원>과 함께 '소크라테스 왈'이란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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