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보예 지젝과 레나타 살레츨이 편집을 맡은 SIC 시리즈의 3권이 번역돼 나왔다(3권의 책임편자는 살레츨이다). '섹슈에이션(sexuation)'을 옮긴 <성화>(인간사랑, 2016)다. 제목의 섹슈에이션은 '성별화' '성구분'으로도 번역돼왔는데, 이번에 책을 옮긴 '라깡정신분석연구회'의 선택은 '성화'다. 성화(性化)라는 뜻이다. 충분히 그렇게 옮길 수 있지만 우리말로는 여러 가지 다른 의미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모호하다는 것이 이 역어의 난점이다.

 

 

이 시리즈는 <사랑의 대상으로서 시선과 목소리>(인간사랑, 2010), <코기토와 무의식>(인간사랑, 2013)이 2권이었다. 얼추 3년 터울로 나오고 있는 셈인데, 4권은 <정신분석의 이면>이 예정돼 있다. 같은 페이스라면 2019년에 볼 수 있는 것인가. <성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소개는 이렇다.

"성적 차이의 막다른 상태의 서로 다른 측면을 각각 설명하고 있다. 1장 '성적 차이'에서는 성차에 대한 라깡의 가르침의 근본을 드러낸다. 2장 '부성의 금지'는 주체의 성적 형성 과정에 있어서의 상징적 금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3장에서는 '여성의 예외'라는 주제로 여성의 성적 지위의 특수성에 대해 다룬다. 4장은 '사랑'으로, 어떻게 사랑이 '성적 관계는 없다'라는 사실을 보완할 것인가를 질문한다."

 

번역된 책으로는 브루스 핑크와 지젝 등의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 2005), 그리고 번역되지 않은 책 가운데서는 <라캉의 세미나20권 읽기>, <라캉의 사랑론> 등이 같이 읽을 만한 책들이다. 미리미리 챙겨놓았던 책들이지만 막상 읽으려고 하니 또 행방을 수소문해야 할 처지다. 다행히 <성화>는 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았다. 2월에는 지젝의 책 몇 권과 함께 <성화>도 읽을 여유를 좀 가졌으면 싶다... 

 

16.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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