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써야 시를 불태울 수 있다
사랑을 해야 사랑을 불태우고
인생을 살아야 인생 끝장을 내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
구두를 닳도록 신어야 밑창에 구멍을 내고
라면도 매일 먹어야 신물이 나고
연인도 매일 만나야 넌더리가 나고
무슨 일이건 꾸준히 해야 성과가 난다
모든 굳은 살의 이력이 그렇다
인생 하루이틀 사는 것 아니다
싸움도 한 놈만 패고 때린 데 또 때리고
우리는 각자가 덧나는 상처
아물기 전에 또 소금 뿌리고
크악
비명도 자주 지르면 메탈락의 샤우팅이 된다
거짓말도 자주 해야 입에 침이 마르지 않고
속아본 자가 또 속는다
바보가 이치를 깨달으면 똑똑한 바보가 되고
밀물은 방향만 바꿔서 썰물이 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당신은 눈병이 되고
한번 걸린 병은 때 만난 듯 고질이 된다
매일같이 실력정석 풀던 친구는 정신이상이 되고
이빨 빠진 숫사자는 어느 날 굶어죽는다
한번 목련은 죽을 때까지 목련만 피우고
새로 깐 보도블록은 실컷 밟히면 교체된다
세상의 이치는 이와 같은 것
이런 걸 여러 번 썼다가 지웠다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wo0sun 2018-05-27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걸고 싶어지는 세상의 이치~
(모레티의 세상의 이치는
갖고? 싶으나 높은 몸값 자랑하시고~
내거하기 쉽지않은 세상의 이치)

로쟈 2018-05-27 20:01   좋아요 0 | URL
모레티 책에선 제목만.~

모맘 2018-05-27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도 20년정도 봤으니 넌더리가 나야하는데 고질병이 되어 덧나고 또 덧납니다ㅠ남편도?ㅋ

로쟈 2018-05-27 20:01   좋아요 0 | URL
^^
 

다자이 오사무(1909-1948) 사후 70주년을 맞아 대표작 <인간실격>(시공사)이 기념판으로 나왔다. 표지만 바꾼 리커버판인지 번역에도 손을 댄 개정판인지는 모르겠으니 여하튼 다자이 독자들에게는 앞서 나온 <사양>(도서출판b)과 함께 눈독을 들여볼 만하다.

작가 기념과 관련해서 내게 올해는 러시아작가 투르게네프(1818-1883) 탄생 200주년과 솔제니친(1918-2008) 탄생 100주년으로서 의미가 있다. 모두 하반기인데 뭔가 관련한 책이 나오려는지 궁금하다. 역사적 사건으로는 68혁명 50주년이기도 하다. 5월에 뭔가 관련한 책이 나오는가 했지만 별무소식이었다. 그래도 기념학회 같은 건 개최되는 듯하므로 읽을 만한 책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 버닝의 스포일러가 포함됨.

누가 헛간을 태운다고 한 거야
비닐하우스잖아
누가 또 비닐하우스라고 한 거야
안 나오잖아
(그거 말해도 돼?)
벤이 그랬어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두 달에 한번씩
그건 메타포라잖아
종수한테 물어보라잖아
벤이 그랬잖아
포르쉐를 모는 벤이 그렇게 말했잖아
알바생 종수가
아버지 용달차를 모는 종수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해
문창과 나온 종수가
포크너를 좋아한다는 종수가
왜 소설을 쓴다면서 메타포를 푸는가
왜 비닐하우스가 불에 탈까
뛰어다니며 숨이 차야 하는가
왜 살인까지 하는가
(그거 메타포 아냐?)
그게 벤의 재미라잖아
그게 베이스라잖아
그렇게 헐떡이고 손에 피를 묻혀도
그렇게 불태워도
벤은 죽지 않아
포르쉐는 불타지 않아
불탄 건 비닐하우스지
누가 헛간이라고 한 거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나기 2018-05-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랫동안 눈팅만 한 곳인데
로쟈님 쓰신 시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어느 시를 발췌하셨나 뒤적거리다보니 이런 .. 직접 쓰셨네요!
시집 내시면 바로 예약주문 하겠습니다.

로쟈 2018-05-27 20:00   좋아요 0 | URL
네 한달 남짓 쓰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제목이 그렇다. 창비의 새 강연 시리즈 ‘나의 대학사용법‘. 교육평론가 이범의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와 정신과의사 하지현의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가 첫 두권인데 예고된 목록이 더 있는 건 아니어서 몇권 더 기획되어 있는지, 아니면 이게 다인지 알 수 없다. 반응을 보아서? 문제의식은 이렇다.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대학 고민, 취업 고민에 밤잠 설치는 청춘들을 위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전략과 대안을 전하는 ‘나의 대학 사용법’ 시리즈. 2017년 한 차례 강연을 통해 전한 이야기들을 대폭 다듬고 보강해 책으로 엮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가감 없이 비판해 온 교육 평론가 이범은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취업과 노동 시장으로 관심의 폭을 넓혔다. 최근 노동 시장이 보내는 두 가지 신호, 즉 ‘탈스펙’과 ‘양극화’를 분석하면서 이에 적절한 대처 방법을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각각 모색한다.˝

이 시리즈의 일차적인 독자는 대학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겠다.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 남북관계도 그렇지만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시대의 요구도 생물처럼 변화해간다. 관성적인 교육관과 교육방식이 새로운 요구에 맞춰 갱신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대학과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그에 대응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학이라는 공룡이 변화할 수 있을까. 어렵거나 지체될 수밖에 없다면 대학사용법이라도 변화를 모색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이쉬고 내쉬고
이건 피터도 잘하는 일
피터는 빨간 원숭이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도 쓴
유식하고도 유식한 원숭이
인간이 되어가는 원숭이
숨쉬기는 충분하지 않아
걸어다녀봐

걷는 인간 우리는 직립해서 걷는 인간
우리는 직립한 원숭이
그래도 원숭이
피터는 더 유연하게 걸어가지
생각이란 걸 해봐

생각하는 원숭이
턱을 받치고 견고한 자세로
그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우리는 가끔 생각하는 원숭이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피터는 침을 뱉고 담배를 피우지
술도 마시고 취해 쓰러지기도 해
우리는 술 취하는 원숭이
주정하는 원숭이 네가 원숭이냐
멱살 잡는 인간적인 원숭이
하지만 충분하지 않아

그래서 읽는 원숭이
읽고 쓰는 원숭이
이쯤이면 읽는 인간
원숭이 같지않은 인간
일기도 쓰고 보고서도 쓰고
내키면 소설도 쓰지
혹성탈출이라고 들어봤을 거야
피터는 스케일이 크지
우주적 원숭이
피터는 무얼 더 배워야 할까

집에는 암컷 원숭이가 기다리고
피터는 오늘도 보고서를 쓰지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간이 되기에는 그럴듯한
인간이 되기에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wo0sun 2018-05-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피터의 추송웅처럼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20년 이름없는 배우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동생의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글을 읽었네요.

로쟈 2018-05-27 08:51   좋아요 0 | URL
주관과 자기만족이 있다면 무명은 대수롭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