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이란 제목의 소설과 상속을 주제로 다룬 법률서들이 있지만, 의외로 상속의 역사를 다룬 책은 드물다. 몇년 전의 백승종 교수의 <상속의 역사>(2018)를 서평강의에서 다루면서 든 생각인데, 그 뒤를 이을 만한 책이 나왔다. 권내현 교수의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너머북스)이다. 저자는 앞서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역사비평사)이라는 노작을 펴낸 바 있다. 
















"1556년 대구의 한 양반가의 가출 사건에 주목하면서 조선시대 상속의 역사를 담은 책. 소재가 된 사건은 이항복이 「유연전」이란 기록으로 남겼는데, 16세기 프랑스의 마르탱 게르 사건과 흡사하다. 균분 상속에서 장자 우대 상속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벌어진 소설보다 극적인 이 실화에는 ‘상속’을 둘러싼 당대인의 욕망과 갈등, 관습과 제도가 응축되어 있었다."
















소개에도 언급되지만 '유유의 귀향'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내털리 데이비스의 역사서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상기시켜준다. 


백승종 교수의 <상속의 역사>가 전반적인 안내서 역할을 하지만 이 주제에 관해서는 좀더 묵직한 책이 소개되어도 좋겠다. 설마 드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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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1-07-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히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 여성들을 많이 억압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선 전기만 하더라도 상속의 경우 아들 딸 차별없이 균등하게 상속했따고 하더군요.다만 후기에 들어 주자중심의 성리학의 득세하면서 여성들을 차별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로쟈 2021-07-29 20:59   좋아요 0 | URL
네, 한편으론 균등상속과 장자상속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가령 왕권이나 귀족권은 균등상속이 되지 않아서..
 

카리브해의 영국령 트리니나드 태생의 작가 V. S . 나이폴(1932-2018)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자유 국가에서>(민음사)가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왔다. 1971년 부커상 수상작. 2001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나이폴에 대해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강의 때 초기작 <미겔 스트리트>(1959)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도 절판되지 않았다면 <자유 국가에서>를 골랐을 터였다(<자유 국가에서>가 <세계 속의 길>과 함께 번역됐지만 절판됐었다. <세계 속의 길>은 민음사판으로 재번역돼 나온다 한다). 


















나이폴은 제3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명인지라 주요작이 번역되면 강의에서 읽어보려던 작가였다. <자유 국가에서>가 다시 나옴으로써 이제 때가 된 것(절판된 작품 중에서는 <흉내>도 다시 나옴직하다). 전체적으로 나이폴의 소설은 열네 편 가량이고, 그 가운데 8편쯤 번역됐다. 번역된 작품 가운데 강의에서 다룰 만한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면 이렇다. 


















<미겔 스트리트>(1959)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1961)

<흉내>(1967)

<자유 국가에서>(1971)

<도착의 수수께끼>(1987)

<세계 속의 길>(1994)
















나이폴은 논픽션(여행기나 에세이)도 열댓 권 이상 남기고 있는데, 일부는 번역되면 좋겠다. 가령 카리브해 지역 탐방기인 첫번째 논픽션 <대서양 중간항로>. 


트리니나드 출생이지만 인도계 작가여서 나이폴은 다음 세대 작가인 살만 루슈디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 영문학에서 독자적인 지분을 갖고 있는 인도계 작가들(파키스탄 포함)을 한데 묶어서 다뤄봐도 좋겠다 싶다. 남아시아문학? 동남아문학과 함께 내년쯤에는 다룰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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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스케일이 말해주는 것

3년 전 책소개다. 최근 강의에서도 언급한 일이 있었다. ‘스케일‘을 주제로 한 책들은 관심도서에 해당한다. 양자역학에서 우주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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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의 문고본 시리즈인 '문지 스펙트럼'의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3년 전부터니까 '뉴스'는 아니다. 기존판이 표지갈이한 경우도 있고 새 번역본인 경우도 있다. 이번에 나온 건 베르그송의 <웃음>이다.  베르그송의 가장 얇은 책이면서 가장 유용한 입문서. 앞서는 세계사판으로 나왔었고 현재는 동서문화사판에도 실려 있다(저자가 '베르그손'이 아니라 좀더 친숙한 '베르그송'으로 표기돼 나온 점이 마음에 든다). 
















"192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웃음’에 관해 쓴 세 논문을 묶은 <웃음-희극성의 의미에 관하여>(정연복 옮김)가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베르그송의 <웃음>은 1900년 초판이 나온 이래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웃음 이론에 관한 가장 독보적인 고전으로 손꼽혀왔다."
















반면에, 확인해보니 원래 스펙트럼에 들어 있던 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는 그린비로 출판사를 옮겨서 <베르그손주의>라고 이번에 재출간되었다. 베르그송 입문서로는 몇년 전에 나온 <처음 읽는 베르그송>도 덧붙일 수 있겠다. 아무려나 내가 읽은 바로 가장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웃음>이다(베르그송의 다른 책들에 대해선 예전에 페이퍼들을 적은 바 있어서 생략한다).


 















18세기 사상가이자 작가 드니 디드로의 책도 얼마 전에 '스펙트럼 개정판'에 추가되었는데, <여성에 대하여>는 새로 나온 것이고, <배우에 관한 역설>은 표지를 바꾼 것이다. 


"우리에게 <백과전서>의 책임 편집자로 잘 알려진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드니 디드로의 작품집 <여성에 대하여 - 그리고 성,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주미사 옮김)이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사상가이면서 예술 이론가, 소설가, 극작가, 자연철학자였던 드니 디드로는 당대 학문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전방위적인 지식인이었다. 이 책은 이렇듯 다방면에 걸쳐 있는 그의 학문적 관심사 가운데 여성과 사랑, 결혼의 주제를 다룬 한 편의 에세이(여성에 대하여)와 세 편의 콩트(이것은 콩트가 아니다」 「드라카를리에르 부인」<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B의 대화>)를 묶은 것으로, 특히 이 세 편의 콩트는 ,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을 이루고 있다."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는 2003년에 번역돼 나왔었고, 절판되었다가 지난해에 다시 나왔다. <자연의 해석에 대한 단상들>도 지난해에 추가된 책. 


















문학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다루고 싶은 디드로의 작품은 <라모의 조카>와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다. 디드로에 대한 오마주로 쓰인 쿤데라의 <자크와 그의 주인>도 같이 읽어볼 수 있다. 볼테르와 루소 등의 작품 등과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아마도 몇년쯤 뒤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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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1-07-2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그송주의는 고시생 시절 고시촌에 있던 그날이 오면 서점에서 구입했는데 다시 재발간 되었군요..^^

로쟈 2021-07-26 12:23   좋아요 0 | URL
무려 25년 됐네요.~

헬레나 2021-07-25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드로가 음악가 라모와 관련된 썼나보군요! 당장 주문했어요. 라모에 대해 얼마나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라모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이 책이 더 궁금해집니다.
라모는 음악사에서 매우 중요인 인물이에요. 그의 <화성론>은 오늘날까지도 음악가들이 필수적으로 공부하는 화성학의 기초가 됩니다. 그리고 라모는 말년에 오페라 논쟁에도 휘말리게 되는데, 그런 내용이 이 책에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언제나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로쟈 2021-07-26 12:23   좋아요 0 | URL
라모가 음악가라는 걸 덕분에 알았습니다.^^
 

도리스 레싱은 장편소설이 주종목인 작가이지만 적잖은 분량의 단편도 썼다. 그 가운데 20편을 수록한 단편선집 <19호실로 가다>(1994)가 국내에는 <19호실로 가다>와 <사랑하는 습관>으로 분권돼 나와있다. 작가 서문도 붙어있는 것으로 봐서는 대표 단편모음으로 볼 수도 있겠다. 선집의 초판은 1978년에 나왔고 레싱은 1994년판에 서문을 붙였다. 표제작 ‘19호실로 가다‘는 1963년 발표작이다(30년의 세월을 버텨낸 작품인 것).

레싱의 작품으로는 첫 장편 <풀잎은 노래한다>(1950)와 <마사 퀘스트>(1952), 그리고 대표작 <금색 공책>(1962)과 후기작 <다섯째 아이>(1988)를 강의에서 다뤄왔다. 지금 다룰 수 있는 작품의 대부분에 해당한다(SF소설 <생존자의 회고록>은 절판되었기에 다루지 못한다). 레싱 강의에서는 자연스레 작품을 어떤 순서로 읽을지에 대한 안내도 덧불이는데, 보통은 장편을 중심으로 소개해왔다. <금색 공책>에 대한 워밍업으로 <풀잎은 노래한다>나 <마사 퀘스트>를 추천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금색 공책> 같은 소설이 국내에서 (영국에서처럼)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가 한국 독자들에게 읽히길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래서 생각해본 차선의 경로가 단편집들과 함께 <다섯째 아이>를 읽는 것이다(속편 <세상 속의 벤>도 번역돼 나오길 기대한다). 특히 ‘19호실로 가다‘는 여러모로 <다섯째 아이>와 비교될 수 있다. 행복한 중산층 가정을 꾸리려던 부부가 각각 네 아이까지 키우거나 낳은 다음에 부닥친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레싱은 그들 부부의 꿈을 절망으로 만든다.

이 두 가지 경로가 현재로선 레싱 읽기의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다작의 작가라 하더라도 우리는 주어진 번역본 내에서 읽을 수밖에 없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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