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본은 통상 '오래된 새책'으로 분류하지만,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새책이 나왔다. 마이클 샌델의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와이즈베리, 2016). 원제가 <공공철학>인 이 책은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 2010)란 제목으로 한 차례 나왔었는데, 완역본이 아니었다. 샌델의 주요 저작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쉽던 차였는데, 다행히 이번에 완역본이 나왔다. '공공철학'이라는 키워드는 부제 '좋은 삶을 향한 공공철학 논쟁'으로 넘겨졌다.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한 평론 30편을 모은 것으로, 법률 전문지, 학술 전문지뿐만 아니라 <애틀랜틱먼슬리>, <뉴리퍼블릭>, <뉴욕타임스>, <뉴욕리뷰오브북스> 등 일반 간행물에도 실렸던 글이다. 학자와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 독자를 대상으로 집필한 이 평론들은 현대의 공공생활과 도덕을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민으로서의 교양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해준다."

나는 샌델 정치철학의 핵심이 공공철학과 공화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을 대표하는 저작이 <공공철학>과 <민주주의의 불만>이다(철학자로서 그의 주저는 <정의의 한계>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에 수록된 글들은 비교적 분량이 짧은 편이어서 읽기 수월하고, 토론하기에도 좋다. 고등학생 정도의 독자도 같이 읽고 토론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똑똑한 고등학생이어야 할까?). 더불어 <정의란 무엇인가>의 독자라면 관심을 더 확장해보아도 좋겠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을 강화하는 데에도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장담한다... 

 

16.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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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사후 100주년이기도 해서 현암사에서 나오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도 완간될 예정이다(6월쭘이라고 한다). 이 전집 완간을 계기로 하반기에 소세키 읽기 강의를 기획하고 있는데, 기획에 참고할 만한 책이 나왔다. 오쿠이즈미 히카루의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현암사, 2016)다. 저자는 소세키 연구자나 비평가가 아니라 아쿠타가와상 수상 경력의 작가다. 국내에는 수상작 <돌의 내력>(문학동네, 2007)과 <손가락 없는 환상곡>(시공사, 2011)이 번역돼 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살인사건>이 있는데, 제목만으로도 소세키에 대한 오마주로 쓰인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그가 소세키 가이드북을 펴낸 배경이기도 하겠다. 실제로 책은 "소세키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함께 초기작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세키의 작품은 <도련님>이다. 지난주에 소세키에 대한 맛보기 강의로 오랜만에 <도련님>을 한 강의에서 다루었는데, <도련님>의 결말과 관련하여 소세키의 근심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쿠이즈미의 견해도 다르지 않다. 시코쿠의 시골 중학교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도쿄로 돌아온 도련님은 하녀이자 보호자인 기요와 함께 살지만 기요가 곧 폐렴으로 죽는다. 작품의 결미는 이렇다.

죽기 전날 기요는 나를 불러 말했다.

"도련님, 제가 죽거든 제발 도련님네 묘가 있는 절에 묻어주세요. 무덤 속에서 도련님이 오시는 걸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래서 기요는 지금 고비나타의 요겐지라는 절에 있다.

이에 대한 오쿠이즈미의 소감. "이렇게 <도련님>은 끝나지만 그 뒤 도련님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면 무섭습니다. 그는 너무나 고독하기 때문입니다. 도련님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잘 살아가기 어려울 거라는 걸 작품에서 소세키는 충분히 암시했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는다면. 그게 말하자면 '도련님의 시대'의 종언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읽고 주요 작품에 대해 강의하면 올해도 저물어 가겠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다시 읽었다는 것과 함께)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다는 게 남겠다...

 

16.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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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이자 모처럼 맞는 주중 휴일이다. 할일은 많아도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자고 일어나니 머리도 개운하다. 투표장에 가기에 앞서 '이주의 고전'을 고른다. 새로 번역된, 다시 번역된 셰익스피어다.

 

 

먼저 이경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햄릿>(문학동네, 2016)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출간됐다. 문학동네판으로는 <템페스트>와 <베니스의 상인>에 이어 셋째 권인데, 모두 이경식 교수의 번역이다.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셰익스피어에 대해 강의한 권위자다.

 

 

전공서적으로 분류될 테지만 <셰익스피어 연구> 나 <셰익스피어 비평사> 등이 학술적 업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반 독자로서는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셰익스피어가 의당 더 반가울 터이다.

 

 

 

더불어 시공사판 세계문학전집('세계문학의 숲')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도 출간됐다. 720쪽 분량의 15000원대 가격이므로 꽤 실속 있는 판본이라고 해야겠다. 시공사판은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으로 나왔던 다섯 권 가운데 <로미오와 줄리엣>을 제외한 네 작품을 한데 묶은 것으로 보인다(분량상 해설은 제외했겠다). RSC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약칭이다.

"시공 RSC 판 <햄릿>은 제1이절판에 근거한 원 공연에 가장 근접한 텍스트로서의 '햄릿' 뿐만 아니라 사실주의적 연기로 호평 받은 16세기의 리처드 버비지로부터 20세기의 로렌스 올리비에와 존 길구드, 보다 최근의 리처드 버튼, 벤 킹슬리, 대니얼 데이루이스, 케네스 브래너, 이선 호크의 '햄릿'에 이르기까지 무대와 스크린을 수놓은 다양한 햄릿들을 한데 보여준다. 또한 RSC의 연출가들이 직접 들려주는 공연 안팎의 햄릿 이야기도 시공 RSC 판만의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이번 봄에 진행하고 있는 셰익스피어 강의는 주로 민음사판을 이용하고 있는데, 가을에는 문학동네판과 시공사판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그밖에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작품총서'로 나오는 셰익스피어 전집도 전체의 절반 가량 나왔고, 나남출판사의 '나남 셰익스피어'도 다섯 권이 출간돼 있다. 다만 4대 비극과 몇몇 대표작 외에는 강의에서 다루게 되지 않아서 나부터도 '전집 읽기'는 미래의 일로 남겨둔다...

 

16.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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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실제로 그런 건 아니지만 인상이 그렇다). <효율적 이타주의자>(21세기북스, 2016). '예일대학교 캐슬 강연'을 묶은 것이라서 분량이 두껍진 않다.

 

"사회의 도덕기반과 윤리 이슈들을 다루는 예일대학교 캐슬 강연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세계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사회운동,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를 소개한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운동이다. 싱어 교수는 타인을 돕는 데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감정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생명과 고통이 자신의 것과 동등한 수준의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때, 세상에 더 많은 ‘선’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감정적’ 기부의 단점을 지적하고, 진정으로 ‘착한 행동’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한다. 지구촌 빈곤 퇴치부터 멸종위기 동물 보호, 말라리아 예방부터 맹인안내견 보급까지 다양한 구호활동의 가치를 비용대비효과 차원에서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아, 오랜만에 나온 책이라는 인상을 받은 건 이 책의 주제가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산책자, 2009)를 잇는 것으로 여겨져서다. 원제가 '효율적 이타주의'인 건 아니지만, '착한 사람들의 일회성 기부와 감성적 이타주의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감성적 이타주의냐, 효율적 이타주의냐'란 문제제기로 이해해도 좋겠다. 혹은 감성(직관)이냐 이성이냐. 이런 구도는 싱어가 줄기차게 반복하고 있는 구도다. 그리고 그는 도덕/윤리적 판단에서 단연 이성(적 추론)의 편을 들고자 한다.

 

 

피터 싱의의 철학적/윤리적 입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요긴했던 책은 방한 강연문을 엮은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철학과현실사, 2008)였다. 아무래도 강연은 핵심을 압축하여 전달해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효율적 이타주의자> 역시 피터 싱어 입문용으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16.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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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른다. 역사 분야의 책들이다. 타이틀북은 부산대 철학과 박정심 교수의 <한국근대사상사>(천년의상상, 2016)다. '서양의 근대, 동아시아 근대, 한국의 근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가 부제. "한국 근대사상을 다루었던 책들이 인물이나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다뤘다면, <한국 근대사상사>는 문명.주체.민족이라는 핵심 개념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근대사상을 체계적으로 다룸으로써 전체를 조망해볼 수 있게 하였다.' 요즘 한국근대 문학의 강의에서 다루다 자연스레 손길이 가게 된 책이다.

 

 

두번째 책은 동아대 사회학과 한석정 교수의 <만주 모던>(문학과지성사, 2016)이다. 저자의 만주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한국의 '재건 체제' 혹은 불도저식 증산, 안보 체제의 원류를 만주국 체제(1932~45)에서 찾는다." 그래서 부제가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이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물었던 책,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의 후속 독서로 맞춤이겠다.

 

 

세번째 책은 역사학자 김기협의 <냉전 이후>(서해문집, 2016)다. "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와 <해방일기>에 이어 지난 100여 년간의 한반도 근현대사를 '서세동점'의 관점으로 조망해보는 3부작"을 완결짓는 책. '역사를 시사로, 시사를 역사로 읽는 김기협의 남북관계사'가 부제다. "냉전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어떤 현상이었고 그 종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흥기가 21세기 한반도에 어떤 상황을 형성하고 있는지, 남한과 북한의 집권세력은 민족문제 해결에 어떤 자세로 임해온 것인지를 풍부한 문헌 고찰과 예리한 통찰, 과감한 해석으로 담아내고 있다."

 

 

네번째 책은 성균관대 사학과 서중석 명예교수의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오월의봄, 2016>이다. 이번에 이승만의 반공독재와 4월혁명을 다룬 3권과 4권이 나왔다. 박정희의 쿠데타와 유신 시대를 다룬 5,6권이 근간 목록이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재일시인 김시종의 자전 <조선과 일본에 살다>(돌베개, 2016). "재일조선인 시인 김시종이 아흔 가까운 자신의 생을 처음으로 풀어낸 자서전이다. 식민지 '황국소년'으로 맞이했던 8.15해방, 남북분단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갈등 속에서 투신한 남로당 활동, 제주도 4.3사건의 전개와 참혹했던 학살의 광풍, 그 끝에 감행해야 했던 일본 밀항,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 현대사의 쓰라림이 여전히 생생한 한평생을 신중하고도 힘 있는 고유의 문체로 술회했다." 김시종의 시로는 <경계의 시>(소화, 2006), <니이가타>(글누림, 2014), <광주시편>(푸른역사, 2014) 등이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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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상사- 서양의 근대, 동아시아 근대, 한국의 근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박정심 지음 / 천년의상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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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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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역사를 시사로, 시사를 역사로 읽는 깁기협의 남북관계사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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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3- 조봉암과 이승만, 평화 통일 대 극우 반공 독재
서중석.김덕련 지음 / 오월의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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