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가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대표작이 번역돼 나왔기에('대표작'이라고 하지만 나도 모르던 작품이다. 대학에서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읽을 일은 거의 없었기에) 포스팅을 하려다, 우리가 잘 아는 톨스토이(레프 톨스토이)와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혼동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듯싶어서 다시 구별해놓기로 한다. 러시아어 이름에서 '톨스토이'는 성이니 만큼 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톨스토이'다.
이번에 <가린의 살인광선>(마마미소, 2016)이란 SF소설이 번역돼 나온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83-1945)도 톨스토이 가문의 일원이고, <전쟁과 평화>의 작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와는 먼 친척뻘 된다. 매번 풀네임을 불러주는 건 번거롭기에(우리가 그렇다는 말이다) '톨스토이' 하면 레프 톨스토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되고,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지칭할 때는 '알렉세이 톨스토이'라고 이름과 성을 같이 써주어야 한다.
예전에 적은 대로,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과학소설 내지 SF소설로 <아엘리타>가 번역돼 있지만 발췌본이어서 큰 의의를 두기 어려운데, 이번에 나온 <가린의 살인광선>은 완역본인지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과학소설로서의 특성에 추리, 모험, 영웅, 유토피아의 요소까지 아울러 갖춘 작품으로 레이저 광선 발명의 동기 부여에 기여한 SF소설이다." 나보코프가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했다고.
그런가 하면, 우리의 '톨스토이'(레프 톨스토이)도 번역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문예출판사, 2016) 번역본이 한 종 추가되었는데, 이로써 최소 서너 종의 읽을 만한 번역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봄에는 톨스토이의 종교론(기독교론)으로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들녘, 2016)가 박홍규 교수의 번역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완역판'이라고 돼 있는데, (지금은 절판됐지만) 예전에 나왔던 책들은 발췌본이었던 건지 궁금하다(확인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참회록>,<신앙론>과 함께 톨스토이 후기 사상을 가늠하게 해주는 삼부작으로도 읽을 수 있다. <참회록>조차도 번역본이 희소해졌지만.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평화사상에 대해서는 이강은/김성일의 <인생교과서 톨스토이>(21세기북스, 2016)와 함께 이문영의 <톨스토이와 평화>(모시는사람들, 2016)가 좋은 가이드북이다. 그의 급전적인 비폭력, 무저항 사상에 대해서는 <국가는 폭력이다>(달팽이, 2008)에 수록된 글들을 참고할 수 있다. 1890년대부터 쓴 정치적 에세이 7편을 담고 있다...
16. 08.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