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공지다. 오늘로써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 6월부터 진행해온 프랑스문학 강의가 마무리되었는데(프랑스문학은 이번 가을에 광명한우리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푸른역사 아카데미의 월요강좌는 몇 주 쉰 다음에 9월-10월에 '로쟈의 마이클 샌델 읽기'를 진행한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323).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2014)와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와이즈베리, 2016)가 재번역돼 나온 게 계기다. 샌델의 정치철학과 공공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6. 08. 08.

 

 

P.S. 포스터에서 '대표작'과 '최신작'이라는 문구는 한국 독자들에게 그렇다는 뜻이다. 번역상으로 최신작은 <완벽에 대한 반론>(와이즈베리, 2016)인데,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동녘, 2010)의 재번역판이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는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 2010)의 재번역판이고. '공공철학(Public Philosophy)'이란 원제가 번역본 제목에서 가려진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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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대표작이 번역돼 나왔기에('대표작'이라고 하지만 나도 모르던 작품이다. 대학에서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읽을 일은 거의 없었기에) 포스팅을 하려다, 우리가 잘 아는 톨스토이(레프 톨스토이)와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혼동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듯싶어서 다시 구별해놓기로 한다. 러시아어 이름에서 '톨스토이'는 성이니 만큼 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톨스토이'다.

 

 

이번에 <가린의 살인광선>(마마미소, 2016)이란 SF소설이 번역돼 나온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83-1945)도 톨스토이 가문의 일원이고, <전쟁과 평화>의 작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와는 먼 친척뻘 된다. 매번 풀네임을 불러주는 건 번거롭기에(우리가 그렇다는 말이다) '톨스토이' 하면 레프 톨스토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되고,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지칭할 때는 '알렉세이 톨스토이'라고 이름과 성을 같이 써주어야 한다.  

 

예전에 적은 대로,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과학소설 내지 SF소설로 <아엘리타>가 번역돼 있지만 발췌본이어서 큰 의의를 두기 어려운데, 이번에 나온 <가린의 살인광선>은 완역본인지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과학소설로서의 특성에 추리, 모험, 영웅, 유토피아의 요소까지 아울러 갖춘 작품으로 레이저 광선 발명의 동기 부여에 기여한 SF소설이다." 나보코프가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했다고. 

 

 

그런가 하면, 우리의 '톨스토이'(레프 톨스토이)도 번역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문예출판사, 2016) 번역본이 한 종 추가되었는데, 이로써 최소 서너 종의 읽을 만한 번역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봄에는 톨스토이의 종교론(기독교론)으로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들녘, 2016)가 박홍규 교수의 번역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완역판'이라고 돼 있는데, (지금은 절판됐지만) 예전에 나왔던 책들은 발췌본이었던 건지 궁금하다(확인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참회록>,<신앙론>과 함께 톨스토이 후기 사상을 가늠하게 해주는 삼부작으로도 읽을 수 있다. <참회록>조차도 번역본이 희소해졌지만.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평화사상에 대해서는 이강은/김성일의 <인생교과서 톨스토이>(21세기북스, 2016)와 함께 이문영의 <톨스토이와 평화>(모시는사람들, 2016)가 좋은 가이드북이다. 그의 급전적인 비폭력, 무저항 사상에 대해서는 <국가는 폭력이다>(달팽이, 2008)에 수록된 글들을 참고할 수 있다. 1890년대부터 쓴 정치적 에세이 7편을 담고 있다...

 

16.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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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적을 만한 제목은 아니지만 제목이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 대리언 리더의 신작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문학동네, 2014). '연인들의 언어에 숨겨진 심리학'이 부제다. 라캉주의 정신분석가로 알려진 저자의 책들을 흥미롭게 읽어왔기에 신작도 당연히 관심도서다. 한데, 신작이라고 한 건 한국어판이 그렇다는 얘기고, 원저는 1997년에 나왔으니 구작에 가깝다.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문학동네, 2010)가 확인해보니 1996년에 나왔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걸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속편에 해당한다는 걸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데 유감스럽게도 책의 원저를 찾을 수가 없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는 원저도 구하고 서평까지 쓴 바 있어서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도 그렇게 구색을 갖추려고 했더니 알라딘에서는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고(하긴 못 들어본 책이다) 국내의 대학도서관을 검색해봐도 단 한 곳도 소장하고 있지 않다. 바로 이런 책인데 말이다.

 

 

아마존에서는 검색이 되는 책이지만 거의 팔리지 않아서 아직 품절되지 않은 듯하다. 출간 당시의 서평이 나쁘지 않았던 데 비하면 좀 저조한 반응으로 여겨진다. 가령 '가디언'지의 평. "기호학이 아닌 자아를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 또는 고민상담사가 된 올리버 색스를 상상해보라." 에코나 색스에 견주어진다는 건 신뢰할 만한 저자라는 뜻 아니겠는가.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로 남녀의 정체성과 고독, 남녀가 추구하는 환상 등을 탐구했던 대리언 리더가 이번에는 연인 사이에서의 간극과 우리가 연애를 하며 주고받는 말에 담긴 의미에 주목한다. 영미권에서 라캉 연구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대리언 리더답게 이 책에서도 프로이트와 라캉, 라이크의 정신분석 이론을 토대로 이러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간다."

 

또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저자가 프로이트, 라캉과 함께 유력하게 참조하고 있는 테오도어 라이크의 책이 국내에 소개된 게 없고 영어판도 모두 구닥다리판만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다수의 정신분석학 이론이 등장한다. 대부분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이지만, 지금 읽어도 독창성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저서를 쓴 프로이트의 제자 테오도어 라이크의 관찰도 소개했다."는 대목을 읽고 이러저리 검색해본 결과다. 그냥 리더의 소개 정도에 만족해야 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속편을 읽게 돼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사랑과 성을 주제로 내년 강의에서 커리로 다루려고 한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가 일차적인 커리감이지만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벌써 내년 강의 일정을 잡고 있다니...

 

16.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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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분야의 책 두 권을 '이주의 과학서'로 고른다. 내가 읽어도 좋겠지만 사실은 수학에 애를 먹고 있는 아이에게 선물로 줄까 싶어서 계속 고심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고심까지 하는 건 이게 과연 '선물'로 받아들여질까 의구심이 들어서다(게다가 무려 생일 선물이다!). 한 권은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한상근 외,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사이언스북스, 2016)이고, 다른 한 권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입학시험 문제를 엮은 토머스 포비의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반니, 2016)이다.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은 '재난 예측에서 온라인 광고까지 미래 수학의 신세계'가 부제이고, 3인 공저다. "다양한 산업과 협력하며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풀어가는 계산 수학의 권위자 이창옥 교수, 개인과 사회의 정보를 지키는 핵심 수단인 암호로 대표되는 정보 이론의 권위자 한상근 교수, 장기 이식, 인터넷 광고 등 예전에는 몰랐던 분야에서 수학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가는 그래프 이론의 대표 주자 엄상일 교수에게서 21세기를 뒤바꿀 미래 수학의 다채로운 문제들을 듣는다."

 

어느 분야에서건 '명강'이라면 호기심이 또 발동하기에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는 다 구입해두었는데, 역시나 강의 책들에 밀려서 제대로 손에 잡아보지는 못했다. 그나마 <1.4 킬로그램의 우주, 뇌>(사이언스북스, 2014)는 책장 어디에 꽂혀 있는지 확실히 봐두었기 때문에 언제든 읽을 준비는 돼 있다. 문과생이라도 나라면 이런 책은 선물로 받는다면 꽤 반가워했을 텐데(고등학교 때 나는 과학독후감 전담 학생이었다), 아이는 아빠의 '호의'를 '악의'로 이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책의 구입을 아직 망설이는 이유다. 하긴 뭐, 그냥 내가 읽는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한데,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에 오면 이조차도 구실이 되지 않는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입학시험의 고품격 수학. 물리 문제'가 부제니 말이다. "옥스퍼드대학의 교수로서 수많은 입학시험의 문제를 출제하고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과 수학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제들 중 예비 대학생 수준에 맞는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호기심과 재미를 북돋우려고 만들어진 문제와 대학 입학시험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문제 들이 고루 섞여 있다." 

 

대체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좋아한다지만 대학 입학시험 문제를 흥미를 갖고 들여다 보고픈 마음은 그리 절실하지 않다. 다만 아이에게는 꽤 유익한 책이 될 거라고 지레 짐작할 따름이다. 물론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게 내 생각일 뿐이라는 것. 책선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특히나 여자아이는 극히 드물다고 나의 이성은 되뇌인다. 게다가 수학책! 흠, 생일이 다음 주이니 내일까지는 답을 찾아야한다. 생각건대, 세상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아주 끔찍하지만 결코 재밌달 수 없는 (게다가 수학이 풀어주지 못하는) 문제들이 제법 많다...

 

16.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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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는 다르지만 과학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그러면서 난이도가 좀 되는) 책 두 권을 한데 묶는다. 무의식의 저널(엄브라) 시리즈로 나온 <과학의 유령>(인간사랑, 2016)과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젊은 과학의 전선>(아카넷, 2016)이다.

 

 

'엄브라' 시리즈는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인간사랑, 2008) 이후 띄엄띄엄 나오고 있는데, 원 잡지가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한국어판이 일인 번역의 결과라서다. <과학의 유령>은 <전쟁은 없다>(2011), <검은 신>(2013)에 이어서 넷째 권으로 나온 책이 된다. 정신분석 계열의 잡지답게 이번에도 슬라보예 지젝과 알랭 바디우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따로 책소개가 올라오지 않아서 목차만 참고할 수 있을 뿐인데, 지젝의 글은 '라깡, 문화연구와 인지주의 사이'란 제목이고, 바디우의 글은 '프레게/프레게 사용법'이다. 번역만으로는 해독이 불가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원문도 참조해서 보는 게 좋겠다(그런 생각으로 있다 보니 아직 앞에 나온 책들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지만). 필자 중에 지젝과 같은 슬로베니아 철학자 '미란 보조빅'은 '미란 보조비치'라고 표기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암흑지점>(도서출판b, 2004)을 비롯해서 국내에 이미 그렇게 소개돼 있다.

 

 

라투르의 책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사월의책, 2012)에 이어서 오랜만에 소개된다. 그래봐야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갈무리, 2009)까지 포함해서 세 권밖에 되지 않지만.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로 나온 이번 책의 부제는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 - 연결망의 구축'이다. 책의 모양새와 부제가 전문 학술서다운 티를 완연하게 드러낸다.

"라투르가 1987년 저술한 책으로 과학과 기술,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련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이제 과학기술학은 물론 사회과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투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 틀을 본격적으로 정립하고 있는데, 오늘날 이 이론이 과학기술학을 넘어서 사회학, 인류학, 경영학, 심리학 등에도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관련 학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과학사회학 내지 과학기술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는 듯한데, 이 분야의 책은 <과학인문학 편지>을 감수를 맡았던 김환석 교수의 책들이 가이드가 된다. 미리 좀 참고한 다음에 라투르의 책으로 넘어가는 게 좋을 듯싶다...

 

16.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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