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적을 만한 제목은 아니지만 제목이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 대리언 리더의 신작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문학동네, 2014). '연인들의 언어에 숨겨진 심리학'이 부제다. 라캉주의 정신분석가로 알려진 저자의 책들을 흥미롭게 읽어왔기에 신작도 당연히 관심도서다. 한데, 신작이라고 한 건 한국어판이 그렇다는 얘기고, 원저는 1997년에 나왔으니 구작에 가깝다.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문학동네, 2010)가 확인해보니 1996년에 나왔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걸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속편에 해당한다는 걸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데 유감스럽게도 책의 원저를 찾을 수가 없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는 원저도 구하고 서평까지 쓴 바 있어서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도 그렇게 구색을 갖추려고 했더니 알라딘에서는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고(하긴 못 들어본 책이다) 국내의 대학도서관을 검색해봐도 단 한 곳도 소장하고 있지 않다. 바로 이런 책인데 말이다.

 

 

아마존에서는 검색이 되는 책이지만 거의 팔리지 않아서 아직 품절되지 않은 듯하다. 출간 당시의 서평이 나쁘지 않았던 데 비하면 좀 저조한 반응으로 여겨진다. 가령 '가디언'지의 평. "기호학이 아닌 자아를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 또는 고민상담사가 된 올리버 색스를 상상해보라." 에코나 색스에 견주어진다는 건 신뢰할 만한 저자라는 뜻 아니겠는가.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로 남녀의 정체성과 고독, 남녀가 추구하는 환상 등을 탐구했던 대리언 리더가 이번에는 연인 사이에서의 간극과 우리가 연애를 하며 주고받는 말에 담긴 의미에 주목한다. 영미권에서 라캉 연구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대리언 리더답게 이 책에서도 프로이트와 라캉, 라이크의 정신분석 이론을 토대로 이러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간다."

 

또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저자가 프로이트, 라캉과 함께 유력하게 참조하고 있는 테오도어 라이크의 책이 국내에 소개된 게 없고 영어판도 모두 구닥다리판만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다수의 정신분석학 이론이 등장한다. 대부분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이지만, 지금 읽어도 독창성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저서를 쓴 프로이트의 제자 테오도어 라이크의 관찰도 소개했다."는 대목을 읽고 이러저리 검색해본 결과다. 그냥 리더의 소개 정도에 만족해야 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속편을 읽게 돼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사랑과 성을 주제로 내년 강의에서 커리로 다루려고 한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가 일차적인 커리감이지만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벌써 내년 강의 일정을 잡고 있다니...

 

16.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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