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은 안 되지만 연휴라고 해서 주문마저 안 되는 건 아니다. 필요한 책이나 관심도서는 그때그때 주문하는데 다음주에 배송될 책 가운데 고대하는 것은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평전 <괴테, 예술작품 같은 삶>(휴북스)이다.

지난봄에 독문학 강의를 하면서 영역본은 이미 구해놓고 번역본도 나오면 좋겠다고 바라던 책인데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독문학 전공자들의 공역이어서 가능했던 듯(역자가 10여 명이다).

부제처럼 붙은 ‘예술작품 같은 삶‘은 ‘예술작품으로서 삶‘이라고도 옮겨진다. 알렉산더 네하마스의 저명한 니체 연구서의 제목이 <니체: 문학으로서 삶>(연암서가)이기도 하다. 니체가 ‘예술작품(문학)으로서의 삶‘의 모델로 생각했던 인물이 괴테이기도 하다. 괴테 자신이 전인(whole man)의 모델이기도 하고.

옛날 초등학교 본관 건물에 교육목표로 붙어 있던 ‘전인교육‘의 모델이 괴테라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동아시아에서라면 공자 이래로 ‘성인‘이나 ‘군자‘가 인간이 도달해야 할 이념형이었다면 괴테 시대 이후 서양에서는 ‘전인‘이 된다. 이 ‘전인‘은 독일 교양주의 세례를 받은 마르크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그가 도래할 공산주의 사회의 새로운 인간을 상상할 때도 ‘전인‘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괴테 평전 읽기는 한 거인의 평전 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근대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성취가 무엇인가를 가늠해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계급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것은 교양 있는 시민계급의 이상형을 재평가하는 일이다.

‘예술작품 같은 삶‘, 혹은 ‘전인적 삶‘은 우리 시대(포스트휴먼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모델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우리는 괴테 패러다임 안에 있는지 이제 검토해볼 수 있겠다. <괴테, 예술같은 삶>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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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면서 오랜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국내 저자 3인이다. 먼저 김용택 시인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마음을 따르면 된다>(마음산책, 2017)를 펴냈다.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마음산책, 2005)의 속편 격인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마음을 따르면 된다>는 그 이후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 민세의 모습이 나타난다. 대학을 갔지만 자퇴를 하고 방황을 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스펙' 없는 청춘의 모습을 대변한다. 다시 새롭게 공부를 하고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민세에게 여전히 아버지는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는다. 질풍노도의 청춘을 지나 서른 살이 된 민세의 인생 여정에 언제나 함께한 아버지의 간곡한 마음 78편을 엮었다.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아들 민세의 편지 30편도 수록했다는 점이다."


가족을 생각하게끔 되는 추석 연휴에 읽어봄직한 산문집이다. 



소설가 김종광도 첫 산문집을 냈다.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교유서가, 2017).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처음의 아해들> 등의 소설을 통해 특유의 입담과 해학으로 주목받아온 김종광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짧은 글 속에 우리네 이야기를 능청스럽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읽고 나면 마음이 짠해지게 만드는 저자의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종광의 트레이드 마크는 능청스런 입담과 해학이다. 산문집에서도 주특기가 발휘된다고 하니까 가을 우울증 증세가 있는 분들에게 좋은 처방이 될 듯싶다. 



소설가이자 번역가로서 이제는 원로에 해당하는 안정효 선생이 자서전을 펴냈다. <세월의 설거지>(세경, 2017). '안정효의 3인칭 자서전'이 부제. 자서전이란 말이 붙지 않았다면 자전소설로도 읽을 수 있겠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지난해에 <낭만시대 명배우 55>와 <반항시대 명배우 50>(세경, 2016)을 출간하기도 했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원작자답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9)는 현재 절판된 상태인데(영화의 시나리오만 찾아볼 수 있다),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어느 새 20년이 되어 간다...


17.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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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연휴라서 예년과 같은 긴장감은 없지만(출판사 편집자들이 혹 내일 특근을 하는것일까?) 딴은 그럴 만도 하다. 유력후보가 지난해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밥 딜런의 예외적인 수상으로 필립 로스나 조이스 캐럴 오츠 같은 미국 작가들이 유력 후보군에서 밀려난 걸 제외하면.

역시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문학의 대표주자,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시옹오)다(이름을 부르거나 표기하기가 까다롭다. 그냥 응구기라고 부르겠다). 이미 대표작들은 지난해 가을까지 번역된 상태. 그리고 무리카미 하루키가 도박사이트에서는 두번째 유력 후보로 꼽힌다. 여성작가로는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가 3위권(그녀의 <시녀 이야기>는 나도 이번 가을에 강의에서 다룬다). 그리고 유력후보군에서 한동안 밀려나 있던 고은 시인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유력 후보작가들의 이 더 번역돼 나오곤 했는데(가장 극적이었던 건 발표일 당일에 나온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였다), 올해는 고은 시인의 대담집 <고은 깊은 곳>(아시아) 정도가 ‘시즌 도서‘로 생각될 만큼 조용하다. 지난해 미역국을 먹은 후유증인지도.

한편 고은 시인이 유력 후보로 재부상한 건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한국이 이만큼 해외언론에 자주 노출된 적도 드물었니까.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진 남북정상회담 때를 제외하면), 그래서 짐작에는 응구기와 하루키, 고은의 3파전이 아닌가 싶다. 결과는 내일 저녁에 알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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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론 무슨 지도책인가 싶은데 ‘경이로운 장소들‘에 대한 카탈로그다. <아틀라스 옵스큐라 >(쌤앤파커스) ‘경이롭고 미스터리하고 매혹적이며 신비로운 세상의 모든 곳‘의 목록. 어지간한 여행은 성에 차지 않는 여행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연휴 방콕중이라 책으로만 이곳저곳 구경해보았다. 몇곳만 사진으로 재음미해본다.

첫 사진은 체코 프라하의 스트라호프 수도원. 12세기 중반에 건립됐는데 ˝17세기 지구본과 6만점의 고서, 바로크풍 천장프레스코화가 어우러진 장려한 서재가 백미로 꼽히는 수도원˝이다. 방문은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두번째 사진은 팔레스타인의 성 제오르지오 수도원. 이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은 요르단강 서안의 와디 켈트 협곡 끝의 절벽에 매달려 있다. 현재에도 소수의 정교회 수사들이 기거하고 있다고. 예루살렘에서 차로 20분 이동한 뒤, 15분간 걸어가거나 낙타를 타고 이동.

세번째 사진은 베트남의 호치민 영묘. 1969년에 사망한 호치민의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존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버스로 이동가능한데, 매년 10-11월에는 호치민의 시신이 러시아로 보내져 단장된다고(아직도?). 스탈린의 마지막 안식처를 본떴다고 하는데 외관만으로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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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트로츠키의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책갈피)가 번역돼 나왔길래 목차를 훑어보다가 부록에 ‘트로츠키와 빅토르 세르주의 논쟁‘이 들어 있어서 다시금 세르주의 책들을 떠올렸다. <러시아혁명의 진실>(책갈피)과 함께 회고록 <한 혁명가의 회고록>(오월의봄)이 번역돼 있다. <회고록>은 2014년 ‘빅토르 세르주 선집‘의 1권으로 나온 것인데 그 이후로 아직 추가된 목록이 없다.

세르주의 <러시아혁명의 진실>은 1917년 11월부터 이듬해 1918년 11월까지를 다룬 기록으로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 그리고 미국 기자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함께 ‘고전‘으로 꼽힌다고. 책은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으므로 점심을 먹고 찾아봐야겠다. 러시아혁명 관련서만 하더라도 서가 두칸은 채울 듯한데 연휴가 길어도 읽을 책을 다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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