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대작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치)가 번역돼 나왔다. 곧바로 ‘올해의 번역‘ 후보감으로 올라갈 만한 책이어서 놀랍고 반갑다. 물론 분량과 책값을 고려하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적어야겠다.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23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49년에 출간한 20세기의 위대한 고전 <지중해>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시간적으로는 펠리페 2세 시대, 곧 16세기 후반기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연구 대상이지만, 공간적으로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레반트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지중해의 바다와 육지 세계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는 내륙의 나라들과 지역들이 포함된다. 페르낭 브로델은 당시 ‘지중해‘의 인간들, 사건들, 사물들, 자연(산, 강, 평야, 사막 등), 도시, 경제, 사회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전체사를 훌륭하게 구현한다.˝
소위 ‘전체사‘의 시범을 보여주려는 듯한 책. 브로델 역사학은 대표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까치, 전6권)와 함께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지 소개됨으로써 거의 전모가 드러난 게 아닌가 한다. 묵직한 역사서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독자들에게는 조금 일찍 도착한 연말 선물로 보아도 좋겠다. 덧붙여, 문학 독자들에게는 세르반테스(1547-1616)가 살았던 시대가 어떤 시대였던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