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책세상)이 드디어 나왔다. 공식 판매는 다음주초부터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오늘 인쇄소에서 출판사에 입고된 책을 몇 권 받아왔다. 단독저서로는 열한번째 책이다. 열번 이상 반복되면 아무래도 느낌이 무뎌질 수밖에 없고,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해를 넘기지 않고 출간된 게 다행스럽다, 정도의 소회를 가질 뿐이다. 그렇더라도 한 가지 일이 무탈하게 마무리된 데 대해서는 만족과 감사를 느낀다.

책은 이미지 자료가 많이 들어가서 432쪽에 이르고 분량이 좀 되는 만큼 강의책으로서 내용이 좀더 충실해졌다. 그건 저자로서의 만족감이고 독자의 평가는 또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아무려나 창대했던 연초의 출간계획에 비하면 많이 쪼그라든 결과이지만 올해 세 권의 책을 펴냈고 낙제는 면했다 싶다. 내년에는 좀더 분발해서 밀린 책들을 최대한 소화해내려 한다.

많지는 않더라도 책을 기다려준 독자들께는 모쪼록 의미 있는 연말 선물이 되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일 강의가 있어서 마태우스님의 <서민 독서>(을유문화사)를 읽는 중이다(내 얘기도 나와서 뜨끔하다). 맹렬 독서 전도사를 자처한 저자의 열의에 감복하며 읽는데(비유컨대 저자는 전도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특이한 작품이 나와서 눈길이 멎었다.

각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나열하고 있는데, 우선 (<서민 독서>를 펴낸)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마의 산>에서 <돈키호테 성찰>까지 90권, 그리고 민음세계문학은 <변신 이야기>에서 <오 헨리 단편선>까지 350권을 돌파했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안나 카레니나>로 시작해서 ˝2017년 <마의 도살장>으로 150권째 작품을 출간한다.˝

<마의 도살장>? 처음에는 저자의 유머인가 싶어서 앞뒤로 유심히 봤지만 그냥 사실을 적은 대목이다. 흠, 커트 보니컷의 <제5도살장>의 오기인 것. 원인을 생각해보니 <마의 산>의 잔상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마‘에 대한 마태우스님의 편애도 무의식중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그렇게 오타를 적을 수 있지만 편집자의 손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하긴 내가 그간에 낸 책들에도 적잖은 오타가 있었기에 남 얘기만은 아니다.

그나저나 어차피 목록에도 올라간 김에 <마의 도살장>이라는 고전도 누가 써주면 좋겠다. <마의 산>의 배경이 되는 스위스의 고급 결핵요양원 옆에 도살장도 하나 있었으니... 라고 시작하면 되려나.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와타나베가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을 찾아기는 중에 읽는 책이 <마의 산> 대신에 <마의 도살장>이고 말이다. 어차피 마법이 깃든 산인데 도살장이면 어떠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과학서‘로 이론물리학자와 분자유전학자가 같이 쓴 <생명, 경계에 서다>(글항아리)를 고른다. 부제가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다. 뭔가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일 텐데 ‘양자생물학‘이란 말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소개는 이렇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파이낸셜 타임스, 아마존에 2015년 올해의 과학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양자생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탄탄한 과학적 기초에서 시작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거친 뒤 최신 실험과 이론까지 망라해 그 원리를 밝히는 혁명적인 책이다. 물리학자 알칼릴리와 유전학자 맥패든은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시켜 20여 년간 연구한 내용을 여기에 담아냈다. 

흔히 어떤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하고, 분명히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기도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와 연결을 유지하는 ‘이상한’ 현상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조차 양자 현상에 대해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기이한 개념을 대중 과학서로 집필하고 TV 카메라 앞에 옮겨놓음으로써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로 결심했다. 탁월한 비유로 화학, 물리 용어들을 써가면서 양자의 원리를 밝히는데, 티끌보다도 어마어마하게 작은 양자는 결국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된다.˝

흠, 역시나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백문이 불여일독‘이라고 하는 수밖에. 공저자인 알칼릴리의 책으론 <물리학 패러독스>(인피니티북스) 등도 소개돼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학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대작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치)가 번역돼 나왔다. 곧바로 ‘올해의 번역‘ 후보감으로 올라갈 만한 책이어서 놀랍고 반갑다. 물론 분량과 책값을 고려하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적어야겠다.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23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49년에 출간한 20세기의 위대한 고전 <지중해>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시간적으로는 펠리페 2세 시대, 곧 16세기 후반기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연구 대상이지만, 공간적으로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레반트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지중해의 바다와 육지 세계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는 내륙의 나라들과 지역들이 포함된다. 페르낭 브로델은 당시 ‘지중해‘의 인간들, 사건들, 사물들, 자연(산, 강, 평야, 사막 등), 도시, 경제, 사회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전체사를 훌륭하게 구현한다.˝

소위 ‘전체사‘의 시범을 보여주려는 듯한 책. 브로델 역사학은 대표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까치, 전6권)와 함께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지 소개됨으로써 거의 전모가 드러난 게 아닌가 한다. 묵직한 역사서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독자들에게는 조금 일찍 도착한 연말 선물로 보아도 좋겠다. 덧붙여, 문학 독자들에게는 세르반테스(1547-1616)가 살았던 시대가 어떤 시대였던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시 강연 공지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문학동네) 완간을 계기로 톨스토이의 3대 장편을 읽어보는 문학강연회를 세 차례에 걸쳐서 갖는다. 12월 7일과 21일, 28일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되는데 자세한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신청은 알라딘의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에서 각 강연별로 하실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