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와 셰익스피어도 종종 다루지만, 세계문학 강의의 주종은 근현대문학이다. 19-20세기 문학이 주된 대상인데, 한국근현대문학을 다루면서 한국고전에 대해서도 가끔 곁눈질을 할 때가 있다. 이미 <홍길동전>과 <춘향전>은 강의에서 다룬 바 있고, 세번째로 고른다면 유력한 것이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처음 쓴 레포트 가운데 하나가 <구운몽>에 대한 것이었으니 30년 전 일이다(내가 읽은 건 김병국 교수의 역주본). 30년만에 다시 읽으니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기도 한데, 마침 '千년의 우리소설' 시리즈의 하나로 <구운몽>(돌베개, 2017)이 나왔기에 소장본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기회가 되면, 판본들 간의 번역과 해석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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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김만중 지음, 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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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다시 읽기
정길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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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운몽
김만중 지음, 정병설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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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김만중 지음, 설성경 옮김 / 책세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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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식당에 가서 무얼 먹을지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 먹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한번에 그럴 수는 없다. 다 읽고 싶다 하더라도 고작 몇권을 손에 들 수 있을 따름이다. 위장은 한정돼 있고 읽을 시간도 제한적이다. 독서에도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은 그렇게 충돌한다.

쾌락원칙에 따르면 음식평론가 비 윌슨의 <식습관의 인문학>(문학동네)도 입맛을 당기는 책이다. ‘우리는 먹는 법을 어떻게 배우는가‘가 부제.

˝이 책은 날씬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에 음식에 역겨움을 느끼거나 고통을 받지 않고, 음식에서 자양분과 행복을 얻는 상태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비 윌슨은 ‘식습관’과 ‘음식’과 관련되어 우리가 이제까지 잘못 알고 이해하고 행해온 모든 과오와 착오, 오류들을 하나씩 짚어내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한 방법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모유수유와 향미창의 문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단백질 공급량의 문제 등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 전체적으로 잘못 이해되고 시행되어왔던 문제들(유아식, 학교급식, 비만과 배고픔, 폭식과 거식과 같은 섭식 장애 등등)을 영양학, 유전학, 심리학, 역사 등 모든 분야를 종횡으로 활보하며 탐색해간다. 노련하면서도 재치가 가득한 비 윌슨의 풍부한 이야기는 식습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최고의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가 직접 겪은 섭식장애가 식습관이란 주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유식을 시작하는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이 먼저 필독해볼 만하지만, 더불어서 각자의 식습관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역시 손에 들 만하다. 음식뿐 아니라 음식책에 대한 먹성도 좋은 독자라면 가릴 것도 없겠고.

저자는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역사가인데 국내에는 두권의 책이 더 소개돼 있다. 책들이 어디에 있는지 또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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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특히 러시아혁명사의 권위자인 로버스 서비스의 평전 <레닌>(교양인)이 다시 나왔다. 과거 시학사에서 나왔던 번역판이 출판사를 바꾸어 다시 나온 줄 알았더니 역자도 바뀌었다. 재번역본인 셈(서비스의 혁명가 삼부작 가운데 <스탈린>도 절판된 상태인데 이 또한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로버트 서비스는 레닌을 무결점의 사상가, 정치가, 인도주의자로 채색해 온 소련의 공식 해석을 반박한다. 트로츠키가 제시한 레닌상, 즉 레닌이 죽기 직전에 독재, 계급 전쟁, 공포 정치와 절연하고 공산주의를 개혁하려 했다는 의견도 부정한다.

그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세 주역인 레닌, 스탈린, 트로츠키의 전기를 연이어 발표했다. 세 권의 전기 중 첫 번째 책인 <레닌>은 서비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소련 중앙당 문서고에 봉인되어 있던 레닌에 관한 모든 기록들을 자료로 삼아 완성한 이 레닌 전기는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레닌에 대한 소련의 공식적인 해석을 반박하는 수정주의적 해석을 제시한 평전으로 보면 되겠다. ‘또다른 레닌‘이라고 할까. 아무튼 러시아혁명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보게끔 하는 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참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한 레닌의 삶과 사상을 되짚어보는 일은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이전 번역판도 갖고 있는 터라(서비스의 삼부작은 원서로도 구비해놓았다) 비교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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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솔제니찐)의 <수용수군도>(전6권)가 리커버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오래 고대한던 일이라 반갑기 짝이 없다. 추천사 요청에 망설임 없이 응한 이유다. 알라딘의 이벤트 페이지에 실은 추천사를 여기에도 옮겨놓는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책들이 올해 다수 출간되었고. 나대로는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20세기>를 통해서 내 몫의 입막음은 했다고 자부한다. 20세기 러시아문학 소개서를 쓰면서 내가 그린 그림은 ‘고리키에서 솔제니찐까지’라는 것이었다. 고리키의 <밑바닥에서>(1902)부터 솔제니찐의 <수용소군도>(1973)까지. 그러면서 유감스러워 한 것은 한때 완역되었던 전6권 가운데 1권만이 겨우 출간돼 있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대학에서 이 작품을 강의하면서도 1권만을 읽힐 수밖에 없었는데, 딴은 학생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갈망하면 이루어진다던가. 무려 22년만에 전6권이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출간된다. ‘서프라이즈’한 일이자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마무리하는 멋진 피날레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내년에 탄생 100주년이 되는 작가 솔제니찐의 위업을 미리 기념하는 의미도 갖겠다. 

솔제니찐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중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로 기억된다.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수호프가 수용소에서 보낸 하루, 심지어 아주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를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데뷔작으로 솔제니찐은 당시 소련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겉으로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표방했지만 실제는 거대한 수용소 국가라고 폭로한 이 단 한 작품만으로 솔제니찐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부상한다.

그렇지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일종의 맛보기였다. 솔제니찐은 이 문제작을 발표하기 전부터 ‘수용소의 하루’가 아니라 ‘수용소의 모든 것’을 집약하는 대작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3년 프랑스의 파리에서 처음 출간되지만 실제로는 1958년부터 68년 사이에 집필한 <수용소군도>가 그것이다. 이 작품의 해외 출간이 결정타가 되어 솔제니찐은 결국 소련에서 추방당한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솔제니찐 문학의 선발대였다면, <수용소군도>는 바야흐로 본진에 해당한다. 실제로 2차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사소한 빌미로 체포되어 8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던 솔제니찐은 이 부조리하고 야만적인 체제의 알파와 오메가를 모두 기록하기로 작정한다. 당대 사회의 거대한 벽화를 그리고자 했던 발자크적 기획의 솔제니찐판이라고 할까.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탄생했다가 1991년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 소련은 어떤 국가였던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두 권의 소설(이라기보다는 논픽션)을 지목하고 싶다. 솔제니찐의 <수용소군도>와 알렉시예비치의 <세컨드핸드 타임>이다. 현실 사회주의, 곧 실제로 존재했던 사회주의 체제의 실상을 그 두 작품은 여실히 증언한다. 문학이 언제 위대질 수 있는가. 나는 이런 작품들과 함께할 때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기록, 위대한 증언, 위대한 고투를 읽는 시간은 우리에게도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시간이다. 바야흐로 우리에게도 <수용소군도>를 읽는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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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대구에서 세 차례의 강의를 마치고 귀경중이다. 강의와 관련한 책도 여러 권이건만 욕심을 부려서 읽을 책을 더 넣어 왔는데 그중 하나가 김한식 교수의 <고전의 이유>(뜨인돌)다. ‘고전이 된 소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가 부제.

특별한 순서 없이 15권의 고전소설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데 시대순으로 재배열하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부터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까지다. 15권의 작품 가운데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제외한 모든 작품을 강의한 적이 있기에 나의 견해와 비교해보고자 챙겨넣었던 것.

어제 강의를 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카프카의 <소송> 장을 먼저 읽었는데, 평이한 내용이어서 좀 아쉽다. 학생들에게야 참고가 되겠지만 이런 해설서를 많이 접해본 독자에게는 중복의 느낌을 줄 듯. 특히 <소송>을 다루면서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풍자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정리하는데 작품에 대한 해설로는 미진하다. 작품에 대한 저자의 판단과 견해가 확실하지 않아 얼버무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카프카가 1924년 6월 3일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215쪽)고 하고서는 다시 ˝1926년 그가 숨을 거둘 때˝(232쪽)라고 무심하게 적은 것이 그 증상이다.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해설은 <소송>보다는 나은 편인데, 그래도 작품에 대한 통상적인 해석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분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정지우의 <고전에 기대는 시간>(을유문화사)도 12편의 고전에 대한 독후감을 적고 있는데, 먼저 읽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저자의 소개와 감상이 별반 인상적이지 않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독서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란 게 작동해서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는 것. 그나마 루이스 카우언 등의 <고전>(홍성사)은 좀 의미가 있는데 내가 안 읽은 고전들이 상당수여서다. 안 읽은 고전들에 대한 해설서! 앞으론 그런 책들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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