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대구에서 세 차례의 강의를 마치고 귀경중이다. 강의와 관련한 책도 여러 권이건만 욕심을 부려서 읽을 책을 더 넣어 왔는데 그중 하나가 김한식 교수의 <고전의 이유>(뜨인돌)다. ‘고전이 된 소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가 부제.
특별한 순서 없이 15권의 고전소설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데 시대순으로 재배열하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부터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까지다. 15권의 작품 가운데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제외한 모든 작품을 강의한 적이 있기에 나의 견해와 비교해보고자 챙겨넣었던 것.
어제 강의를 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카프카의 <소송> 장을 먼저 읽었는데, 평이한 내용이어서 좀 아쉽다. 학생들에게야 참고가 되겠지만 이런 해설서를 많이 접해본 독자에게는 중복의 느낌을 줄 듯. 특히 <소송>을 다루면서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풍자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정리하는데 작품에 대한 해설로는 미진하다. 작품에 대한 저자의 판단과 견해가 확실하지 않아 얼버무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카프카가 1924년 6월 3일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215쪽)고 하고서는 다시 ˝1926년 그가 숨을 거둘 때˝(232쪽)라고 무심하게 적은 것이 그 증상이다.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해설은 <소송>보다는 나은 편인데, 그래도 작품에 대한 통상적인 해석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분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정지우의 <고전에 기대는 시간>(을유문화사)도 12편의 고전에 대한 독후감을 적고 있는데, 먼저 읽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저자의 소개와 감상이 별반 인상적이지 않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독서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란 게 작동해서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는 것. 그나마 루이스 카우언 등의 <고전>(홍성사)은 좀 의미가 있는데 내가 안 읽은 고전들이 상당수여서다. 안 읽은 고전들에 대한 해설서! 앞으론 그런 책들을 찾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