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식당에 가서 무얼 먹을지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 먹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한번에 그럴 수는 없다. 다 읽고 싶다 하더라도 고작 몇권을 손에 들 수 있을 따름이다. 위장은 한정돼 있고 읽을 시간도 제한적이다. 독서에도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은 그렇게 충돌한다.
쾌락원칙에 따르면 음식평론가 비 윌슨의 <식습관의 인문학>(문학동네)도 입맛을 당기는 책이다. ‘우리는 먹는 법을 어떻게 배우는가‘가 부제.
˝이 책은 날씬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에 음식에 역겨움을 느끼거나 고통을 받지 않고, 음식에서 자양분과 행복을 얻는 상태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비 윌슨은 ‘식습관’과 ‘음식’과 관련되어 우리가 이제까지 잘못 알고 이해하고 행해온 모든 과오와 착오, 오류들을 하나씩 짚어내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한 방법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모유수유와 향미창의 문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단백질 공급량의 문제 등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 전체적으로 잘못 이해되고 시행되어왔던 문제들(유아식, 학교급식, 비만과 배고픔, 폭식과 거식과 같은 섭식 장애 등등)을 영양학, 유전학, 심리학, 역사 등 모든 분야를 종횡으로 활보하며 탐색해간다. 노련하면서도 재치가 가득한 비 윌슨의 풍부한 이야기는 식습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최고의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가 직접 겪은 섭식장애가 식습관이란 주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유식을 시작하는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이 먼저 필독해볼 만하지만, 더불어서 각자의 식습관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역시 손에 들 만하다. 음식뿐 아니라 음식책에 대한 먹성도 좋은 독자라면 가릴 것도 없겠고.
저자는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역사가인데 국내에는 두권의 책이 더 소개돼 있다. 책들이 어디에 있는지 또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