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에 해당하는 에세이는 다니엘 슈라이버의 <어느 애주가의 고백>(스노우폭스북스)이다.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가 부제. 제목과 부제가 어긋나 보이는데 어느 쪽이 진심(저의)인가.

˝‘당신은 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이 책은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독일에서 출간 당시 많은 언론은, ‘자전적이면서도 각 개인이 숨겨 놨던 술에 대한 내밀한 문제를 통찰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자기 성찰을 통해 핑계와 무지에서 자기 파멸과 인생을 낭비하는 개인으로 연결시키는 문장의 흐름은 고요하면서 강렬하다. 2014년 출간 이후 국내 출간이 이뤄진 현 시점까지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인 이 책은,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을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잃어버린 시간, 술로부터 사라진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흠, ‘술로부터 사라진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또 무슨 소리인가? 술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인생이 사라진다? 여하튼 소개를 보면 지독한 애주가가 술을 끊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는 듯싶다. 그게 술에 대한 애증인지 저주인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같이 생각나는 책은 애주가들의 이야기로 올리비아 랭의 <작가와 술>(현암사), 그리고 리처드 클라인의 담배 예찬론 <담배는 숭고하다>(페이퍼로드)다. <어느 애주가의 고백>에 맞추려면, ‘니코틴에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를 부제로 한 책이 따로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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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이달 28일(수) 저녁 7시에 광명시 철산도서관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문학세계'를 주제로 인문학 강연회를 갖는다. 코엘료에 대한 강의를 제안받고 대표작인 <연금술사>와 <순례자> 두 작품을 중심으로 코엘료 문학의 특징과 의미를 짚어보기로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와 비슷하게 나의 관심은 코엘료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코엘료 현상'에 두어진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https://gmlib.gm.go.kr/boardView.do?bcode=B0059&id=44323&pid=152).  


18.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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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8일에 러시아 대선이 있다. 별로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 건 푸틴의 재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푸틴의 관심도 자신의 득표율 갱신에 있다). 여느 대선이라면 2위 득표자에 눈길이 갈 수도 있지만 러시아대선은 예외다. 잠재적 경쟁자들은 이미 선거 이전에 다 정리해놓은 상태이라다(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쭉정이들만 남겨놓았다). 푸틴에 반대하는 러시아 유권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선거 보이콧밖에 없는 듯싶다.

푸틴이 당선된다면 임기가 2024년까지다. 지난 2000년부터 무려 24년간 집귄하는 게 된다(그 가운데 4년은 자신의 보좌관을 대통령에 앉힌 실세 총리 시절). 말 그대로 러시아는 ‘차르 푸틴‘의 치세를 살고 있다. 이런 게 현실인지라 푸틴에 관한 책을 한권 더 구했다. 후베르토 자이펠의 <푸틴: 권력의 논리>(지식갤러리)로 저자는 푸틴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던 독일 기자다.

앞서 일본과 미국의 시각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었기에 독일 쪽 시각도 알고 싶어서 구했다. 언젠가는 푸틴 이후의 러시아를 과연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푸틴은 올해로써 박정희의 18년 치세를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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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고 해도 강의만 없을 뿐 재택근무하는 기분인데 다음주 강의자료를 거의 정리하고 쉬는 참이다. 한국현대시 강의 일정도 있는 김에 최근에 (다시)구입한 책들을 뒤적이면서. 이 부류의 책은 보통 <시론>이나 <현대시론>이란 제목을 갖고 있다.

작고한 김준오 교수의 대표작 <시론>은 다시 구해보니(초판은 1982년에 나왔다) 지난해 7월에 나온 4판 37쇄다. 짐작에 시론 분야의 최고 베스트셀러가 아닐까 싶다(35년간 버텨낸 책이니 그만큼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는 뜻도 된다). 대학교수들이 공저한 서정시학사의 <현대시론>도 개정판이고 내가 구한 건 지난해 3월에 나온 개정판 2쇄다.

서정시학사에서 나온 책으로는 오세영 교수의 <시론>도 있다. 2013년 초판. 여러 문학(이)론을 종합하고 정리한 책이다. 김준오, 최동호, 오세영 교수 다음 세대 저자의 책으로는 권혁웅 교수의 <시론>(문학동네)이 대표격인데 2010년판이므로 벌써 나온 지가 꽤 되었다. 독자적인 시론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어서 주목할 만한데 아직 그 체계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11개의 장으로 나뉜 ‘시학의 여러 영역들‘이 특히 그렇다). 구성만 보자면 역시 리듬과 심상을 가장 앞세운 김준오의 <시론>이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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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론분야의 관심도서 두 권을 적어둔다. 핼(할) 포스터의 <강박적 아름다움>(아트북스)과 데이비드 건켈의 <리믹솔로지에 대하여>(포스트카드)다. <강박적 아름다움>은 앞서 나왔던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의 개역본이다. 오래 전에 세미나를 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데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와 반갑다. 바뀐 제목은 ‘Compulsive Beauty‘라는 원제를 옮긴 것이다. 부제는 ‘언캐니로 다시 읽는 초현실주의‘. 같은 출판사에서 재번역본을 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책은 2005년에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바 있다. 이번에 완전히 새롭게 번역했다. 원제도 그대로 살리고, 과거 번역본의 오역을 바로잡았고, 누락되었던 본문, 주석과 도판을 모두 찾아 넣었으며, 원서에 없는 첨가는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25년 전의 작업 의의를 정리한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도 실었다.˝

얼핏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떠올리게 하는 <리믹솔로지에 대하여>는 아니나 다를까 데리다 전공자의 책이다(게다가 ‘국제 지젝 연구‘의 공동 창립자란다!).

˝건켈 교수는 데리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커뮤니케이션, 철학, 컴퓨터 사이언스 등을 가로지르는 상호 학제적 연구와 출판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제 지젝 연구‘의 공동 창립자 겸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의 다재다능하면서도 다학제적인 연구의 이력이 잘 보여주듯, 건켈은 철학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리믹스된 현대사회에서 기존의 학문 분야들이 다루기 힘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영역과 문제를 사유할 수 있는 ‘리믹솔로지‘라는 문화적 개념을 새롭게 창안하고 있다.˝

‘리믹솔로지‘라는 생소한 개념뿐 아니라 저자의 이력 때문에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 원저는 좀 비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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