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겐 필독 거리가 될 만한 책 두 권이 나왔다. 심경호의 <안평>(알마)과 유홍준의 <추사 김정희>(창비)다. 먼저 한문학자 심경호 교수의 <안평>은 1200쪽이 넘는 분량의 노작이다. ‘몽유도원도와 영혼의 빛‘이 부제.

˝안평대군의 시간 이후 600년이 지나도록 문사와 예인들 사이에서 간단없이 회자되고 칭송되어왔던, 바로 그 안평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문헌학자의 노작이다. 이 방대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안평은 더 이상 정쟁의 희생자가 아니라, 학문과 시와 그림을 사랑하는 예인들과 함께 순수 예술세계를 건설하려던 당대 동아시아를 통섭하는 시대정신의 혁명가로 새로 태어난다.˝

아마도 이만한 저작이 다시 나오기는 어럽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한데 안평이 아니라 추사라면 경합이 될지도. 최완수 선생의 <추사집>이나 <추사 명품>(현암사)이 혀를 내두르게 하는 책이었는데 유홍준 국민 문화유산 길잡이 유홍준 교수가 ‘유홍준표 추사‘를 내놓았다. 가히 마르지 않는 샘이다!

˝탄생부터 만년까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전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간 파편적으로 이해되어온 추사의 삶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대갓집 귀공자로 태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추사가 두 차례의 유배와 아내의 죽음 등을 겪고 인간적, 예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역사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지는 한편, 그 속에 녹아든 추사 학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여느 학술서 못지않게 탄탄하다. 책에 실린 280여 점의 도판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적당한 분량과 가격도 <추사 김정희>의 강점이다. 유홍준 교수의 책이 그래왔듯이 대중판 추사도 곧 평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는 내가 한국미술 전공자가 아닌 게 다행스럽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8-04-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사 김정희>는 유홍준교수가 이미 낸 <완당평전>의 개정증보판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얼마나 바뀌었을지 기대되는군요.

로쟈 2018-04-22 22:31   좋아요 0 | URL
완당평전을 대중화한 걸로 보입니다. 후기가 ‘완당평전‘에서 ‘추사 김정희‘로, 네요.

sprenown 2018-04-2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학고재에서 2권으로 나온 완당평전을 창비에서 1권으로 이름만 바꿔 낸 것이군요 개정축소판으로^^.

로쟈 2018-04-22 22:40   좋아요 0 | URL
완당평전(전3권)을 절판시키고 개정축소판이자 보급판으로 펴낸거같네요.

sprenown 2018-04-2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첫 세권이 출간되었다. 황광수의 <셰익스피어>, 이진우의 <니체>, 그리고 전원경의 <클림트>이다. 각각 작가, 철학자, 화가를 다루고 일는 점에서 알 수 있지만 이 시리즈의 ‘거장‘은 문학과 철학, 예술과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떻게 구성되는가. 가령 <셰익스피어>의 경우.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셰익스피어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도시는 그의 고향인 스트랫퍼드와 주요 활동 무대였던 런던을 포함해 총 스물한 곳에 이른다. 영국에서 시작해 중서부 유럽을 거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이르는 이 여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모든 인용문을 직접 우리말로 옮긴 저자는 희곡 대부분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함께 소네트와 이야기시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도 담았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카프카> 편을 맡아서 카프카의 도시 프라하를 두 차려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카프카전집(전10권)도 완간돼 적절한 가이드북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나의 카프카‘를 갖는 것도 올해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주 강의자료를 모두 전송한 뒤에 한숨 돌릴 겸 동네카페로 나왔다. 망중한. 이틀 연속으로 늦잠을 잔 덕분에 피로는 많이 가셨다. 이번주에는 지방강의가 연속으로 있어서 강의가 빼곡했던 지난주와는 다른 의미에서 긴 한주가 될 것 같다.

가방에 넣고온 책의 하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창비)이다. 이미 여러 차례 강의한 작품이고 이번주 일본근대문학 강의에서도 마지막 작품으로 읽는다. 기억엔 문예출판사판으로 <인간실격>과 <사양>을 처음 강의한 게 10여년 전이다. 그러는 2-3년 전부터 다시금 읽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판으로도 읽고 창비판으로도 읽고(<인간실격>의 경우에는 민음사판으로도 읽고). 첫인상도 그랬지만 <사양>(1947)은 <인간실격>(1948)과 상반되는 작품이고 내게는 <사양>이 더 좋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다자이의 주요 작품들이 그렇듯 <사양>과 <인간실격>도 자전적 소설이다. 한데 주인공이 다르다. 애인이었던 오오타 시즈코의 일기를 바탕으로 쓰인 <사양>은 여성 화자 소설로 ‘신생의 의지‘를 주제로 하는 반면에 다자이 자신의 방황을 소재로 한 <인간실격>은 ‘자포자기적 소진‘을 보여준다. 연대기적으로 <인간실격>이 <사양>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지만 집필과 발표는 <사양>이 앞선다. 이 차이는 중요한데 곧바로 다자이의 삶의 행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인간실격>에서 <사양>으로: 소진의 삶에서 신생의 삶으로
-<사양>에서 <인간실격>으로: 신생의 삶에서 소진의 삶으로

창비판 <사양>에 실린 여러 편의 ‘여성소설‘이 보여주듯 <사양> 역시 다자이 문학세계의 한 축이다. 들뢰즈식 용어를 쓰자면 ‘여성-되기‘의 모색은 다자이 문학의 한 핵심 성격이다. 초기작 <만년>과 <인간실격>만으로 그의 문학을 가름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실제 경로로서 <사양>에서 <인간실격>으로의 이행은 신생의 실패, 여성되기의 실패로 읽힌다. 그 결과가 그의 자살이었다. 다자이의 실패는 이번 봄에 다시금 따라가본 프란츠 카프카의 실패와 여러 모로 비교도 됨직한 실패다.

다자이 전집은 도서출판b에서 10권으로 완간되었고(열림원에서 선집이 나와있다) 이번에 <사양>만 양장본 특별판으로 다시 나왔다. 다자이를 아끼는 독자라면 팬심을 발휘해봄직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0sun 2018-04-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복된 여성과의 동반자살 시도(결국엔 성공한)엔 어떤 의미가 있는건가요?

로쟈 2018-04-22 16:37   좋아요 0 | URL
다자이적인 ‘응석‘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실패했더라도 그의 다른 시도를 저는 평가하고 싶어요.

two0sun 2018-04-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시다 슈가 말하는 ‘응석‘이요?
다른 시도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로쟈 2018-04-22 16:52   좋아요 0 | URL
네 기시다 슈. 여성되기의 시도요.
 

미세먼지도 나쁨이길래 외출을 삼가며 종일 휴식을 취했다. 요양원에 있는 듯이(대형도서관이 있는 요양원이 있나 알아봐야겠다). 언제나 그렇듯 주말이면 페이퍼거리가 밀리지만 ‘요양중‘이라는 핑계로 미뤄놓고 흘러간 홍콩노래들을 듣는다. 저녁 먹기 전에 ‘이주의 발견‘이라고 점찍어놓은 책 얘기를 적는다. 사이먼 가필드의 <투 더 레터>(아날로그).

얼핏 소설인 줄 알았는데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가 부제인 교양서다. 저자는 사이먼 효과로 왠지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나 <지도 위의 인문학> 등 몇 권의 책이 이미 소개돼 있다. 그래도 한권만 손에 든다면 나로선 <투 더 레터>를 택할 것 같다. 책소개는 아직 뜨지 않아 목차만 참고할 수 있는데 구입해보고 어지간하면 원서도 구해볼 생각이다.

지금이야 이메일이나 문자(혹은 카톡)로 모든 연락을 대신하기에 ‘편지‘란 말조차 낯설게 여겨지는데 생각해보니 마지막 편지를 쓴 지도 얼추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듯싶다. 손편지는 전동타자기를 쓰게 된 이후부터는 쓰지 않게 되었으니 30년이 되어 간다. 하긴 ‘손편지‘란 말 자체가 모든 편지가 손편지였던 시절을 과거로 만든다. 아무튼 나로서도 편지의 몇단계를 거쳐온지라 ‘편지‘란 말에 감응하게 된다. 책이 너무 얇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마치 두툼한 편지를 받았을 때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책들이 연이어 번역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건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문학동네)다.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번역된 다섯 편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절판
나의 칼이 되어줘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김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절판
시간 밖으로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김승욱 옮김 / 책세상 / 2016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8년 04월 21일에 저장
품절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